5월 1일 기상청의 고창지역 일기예보(전화:063-131) 오전에 비, 강수량1~5mm. 오후늦게 5~20mm.
썰물에 드러난 넓은 갯벌을 품은 하전마을.
국내 최대 바지락 생산지라고 한다. 1200ha나 펼쳐진 진회색의 이 갯벌은 푹신푹신할 뿐 발이 전혀 빠지지 않고 와닿는 느낌이 또한 좋다.
하전 갯벌마을의 명물인 ‘갯벌택시’
바지락 갯벌택시로 불리는 이 경운기는 질퍽한 갯벌 위를 거침없이 시원하게 달린다.
제일 좋은 놈을 골랐다.
비가 오락가락하다 잠시 멈추자 질마재 4코스를 향해 하전마을을 떠난다
코스는 심원면소재지입구- 연천마을 - 참당암고개- 참당암녹차밭 - 참당암 - 소리재 - 참당암 - 도솔암 입구 - 선운사 - 관광안내소로 12km를 조금 넘는 거리로 소리재에서 낙조대-천마봉-도솔암 코스를 택할 경우 16.4km가 된다.
낙조대와 천마봉은 작년 이맘 때 간 적이 있어 생략하기로 했다.
작년 이맘 때 천마봉에서 찍은 배맨바위 도솔암
심원면소재지를 지나 만난 이정표와 연천마을로 가는 길
연천마을 길. 시골길은 늘 기억의 언저리에서 장소성을 가져다 준다.
흑백필름처럼 아련한 기억은 어느 장소에 머물다가는 마음속 깊은 곳에 남아 있는 그리움을 자극하는 그런 길이다.
개 짖는 소리가 요란하다. 인적이 드물고 텃세라도 부릴런지 다가오는 개가 무섭다.그렇다고 걸음을 빨리 할 수가 없다.
길은 올망조망한 산을 따라 구석구석에 숨은 마을을 찿아서는 또 이어간다.
청담암으로 가는 길, 이 사거리 갈림길엔 이정표를 대신하던 리본이 보이지 않아 한참을 걸온 온 길을 되짚어 생각하게 되고 등산 안내 푯말은 한 번에 많은 것을 보여주려고 했던 것으로 쉽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오른쪽으로 간다.
아니면 말고다. 길은 여러 있다.
청담암 녹차밭. 곡우를 한참 지나서인지 새순은 보이지 않고 잎은 주변의
숲과 달리 생기를 잃고 있었다. 아침에 내린 비로 숨쉬는 것도 힘들어 보인다.
녹차는 맨 처음 돋는 새순으로 덖은 햇차가 으뜸이라 했는데 청담암은 인적도 없이 조용하다.
소리재에 들렀다 다시 내려온다.
선운사로 향하는 도솔천(선운천)길 옆에 앉아 막걸리 한 잔 걸치고
잎눈이 열리면서 외치는 소리를 듣는 경지는 아니더라도 교감이라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갈증에 막걸리가 갑자기 보고 싶어진다.
도솔천 주변의 숲은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이 모두 아름답다.
선운사는 절집도 좋지만 도솔암에 이르는 숲길이 좋다. 이 숲길엔 차량 통행로와 별개로 계곡 옆에 자연 그대로의 보행자 전용 탐방로가 나 있기 때문이다. 9월의 숲길 주변은 꽃무릇 군락이 드넓게 펼쳐지는 곳이기도 하고 생의 기운이 부처님의 자비(?)로 그윽한 곳이다 .
훗날 이 숲길이 다시 나타나 극락으로 이어지는 행운도 얻을 수 있을지 모르니 친구들도.
비가 조금씩 다시 내린다.
미당 시문학관으로 가기 위해 선운사 버스정류장에서 심원행 시외버스 시간표를 확인하고 디카에 담는다.
여행길엔 블로그나 카페에 올려진 이런 사진들이나 안내 글들이 상당히 도움이 된다. 인터넷에 올라 온 정보는 국내는 물론 해외로의 배낭여행도 쉽게 할 수 있을 만큼 유용하고 풍부하다.
시골 작은 마을엔 버스가 일찍 끊기니 마지막 버스는 꼭 알아 두어야 나중에 어두운 길을 한참 걸어야 하는 낭패를 덜 본다. 그 누군가를 위해서....
근처 상점에 들러 막걸리도 하나 샀다.
전라북도 고창군 부안면 선운리의 미당 시문학관.
선운초등학교 분교를 개조하여 개관한 것으로 학교운동장 이었던 넓은 잔디마당과 안개에 가리워진 소요산 자락이 봄비에 젖고 있다.
시 한두 편을 외웠다면 빠지지 않았던 시 ‘국화 옆에서’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시의 한 연, 한 행, 한 단어 속에서 입시를 위해서 열심히 고뇌한 기억이 난다. 우리 진고 출신은 더 많이 고뇌했겠지만...사실 지금 내가 기억하는 것은 1연 밖에 없다. 아무튼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학창시절의 대표시 중의 하나다.
미당 시문학관은 건립 당시 미당의 친일(親日)경력으로 문제가 되었지만 많은 명시(名詩)들과 함께 몇몇 친일작품도 함께 전시하기로 하는 것으로 논의 끝에 합의가 이루어져 오늘에 이르렀다고 한다.
‘마쓰이(松井) 오장(五長) 송가’‘반도학도 특별지원병 벗에게’
‘전두환 56회 생일 축시’ 등이 전시돼 있다. 문학관을 찾은 관람객들이 각자 판단하도록 한 것이다.
미당의 친일에 대한 변명은 종천순일파(從天順日派)라는 시에 나타난다. -그러나 이 무렵의 나를’친일파’라고 부르는 데에는 이의가 있다.’친하다’는 것은 사타구니와 사타구니가 서로 친하듯 하는 뭐 그런 것도 있어야만 할 것인데 내게는 그런 것은 전혀 없었으니 말씀이다 -
해를 따라가는 범부(凡夫)로 친일을 했다는 것이다.
시인도 순수성을 벗어나 현실로 그 중심을 옮기면 시인도 생활인이고 먹고 살아야 하고 거느린 새끼도 돌봐야 한다.그 범부론이 이해가 안 될 리 없다.
그러나 80년대의 미당은 범부도 무지랭이도 아니었다. 한국의 대표적 시인이었다.
신군부 탄생 전 전두환 정권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더 나아가서는 전두환의 56세 생일을 맞아 축시 「처음으로」를 발표하고 그를 단군 이래 최고의 미소를 가진 대통령으로 찬양한 것이 소개되기도 하였는데 그때는 실로 놀라웠다.
“저분이 왜 저러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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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우려 왔다가 되려 마음만 괜히 복잡하고 무거워진다. 미당에 대해서 내가 별로 아는 바가 없고 깊이는 더욱이 없다. 다만 미당이 살았던 역사적 상황에서 많은 사람들이 자유롭기 힘들었을 것이라면서 한국적 아름다움을 표현한 지금 보여 준 시 세계만 생각하기로 작정하니 마음이 편해진다 .
문학관을 나서면서.... 좋았던 시 한 편
신 록 - 서정주 -
어이할꺼나
아, 나는 사랑을 가졌어라
남 몰래 혼자서 사랑을 가졌어라
천지엔 이미 꽃잎이 지고
새로운 녹음이 다시 돋아나
또 한번 나-ㄹ 에워싸는데
못 견디게 새로운 몸짓을 하며
붉은 꽃잎은 떨어져 내려
펄펄펄 펄펄펄 떨어져 내려
신라 가시내의 숨결과 같은
신라 가시내의 머리털 같은
풀밭에 바람속에 떨어져 내려
올해도 내 앞에 흩날리는데
부르르 떨며 흩날리는데......
아, 나는 사랑을 가졌어라
꾀꼬리처럼 울지도 못할
기찬 사랑을 혼자서 가졌어라
질마재로 가기 위해 미당 시문학관을 나와서 오른편에 있는 길을 따
르다 미처 보지 못한 자전거 조형물이 보인다.
자전거가 미당과 무슨 관련이 있나 싶어 되돌아 간다.
미당의 '자화상' 시와 함께 서 있는 안내판에는 "이 자전거는 바람의 자전거 다. '나를 키운 건 팔할이 바람이다' 를 조형화했다. 두 바퀴는 8자를 표현하고, 또한 영원히 쉬지 않고 움직이는 바람의 역동성을 꿈꾸며, 질마재 고개를 힘들게 넘어가듯 세상의 소중한 비밀을 알고자 힘써 노력하는 모든 문학 소년들의 꿈을 상징화한 것이다."라고 적고 있다.
문학관과 마주보는 아현마을은 미당의 외가와 묘소가 있는 마을로 본래 이름보다도 ‘돋음볕마을’로 더 유명하다. 마을의 주민들을 벽화 속 인물로 그려진 담벼락은 소박하면서 친근하다.
이젠 질마재(질마재 3코스)로 간다...
첫댓글 광화문!
오랜만에 들려준 여행이야기
잘 받다
글 올린다고
수고많았다
음악이나 듣고가렴
http://durl.me/dah93
PLAY
커피 한 잔 하면서 잘 들었다. 감싸!! 동백은 정말 눈물처럼 후두둑 떨어지더라
즐거운 여행기
재밌게 읽었다...
여행이란
이렇듯 인생을 더욱 폭넓게 한다...
선운사 왼쪽 계곡길이
참 포근하고 아름다웠다고 기억한다.
^^
옆의 사진은 선운사와는 관련없다...
화윤아..
오랜만에 집에 들렀네.
선물보따리 한아름 안고...^^
알찬 선물에 감사하며
곰배령에서 만나 함께 별을 헤어보자.
그날을 기다리며...^^
질마재2 기다린다.
전에 나는 선운사 동백보러 갔다가 동백은 아직 일러 보지 못하고,
풍천장어 안주에 복분자술을 엄청 마시고는 인사불성이 되어 선운사 법당
부처님 뒤에서 괘불함을 붓들고 코를 골고 멋진 한잠을 잤다.
코고는 소리에 놀란 보살님이 나를 깨웠는데...
한참동안 꾸중을 들어야만 했다. 비몽사몽인채로..
해는 저물었고, 일행을 찾아 나서니 일행은 간 곳 없고 홀로 남아 미아신세가 되고 말았다.
그 다음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