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즈음 국보법 폐기 문제로 말이 많습니다. 그런데 인터넷 오고 가는 논란들을 눈여겨 보자니 말들은 무성한데 정작 문제가 되는 국가보안법의 내용을 들쳐본 사람들은 별로 많아 보이지 않습니다. 한쪽에서는 그저 당장이라도 남한 땅이 북한에 통째로 접수되는 양 호들갑 떠는 것 뿐이고 그 법의 문제를 지적하는 쪽도 주로 인권탄압 같은 악용 측면의 얘기만 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국보법을 법리 그 자체로 접근해보는 데 미력하나마 시사점을 줄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예전에 제가 개인적으로 어딘가 올리려고 정리했던 글 중에 일부 내용을 여기에 올려 봅니다. 시간이 없어서 내용을 복사해서 올리다 보니 문장 표현이 본래 쓰여진 그대로 평어체인 점은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 이하 본문 ****
- 국가보안법은 법리적 정합성에서 근본적인 결함을 갖고 있다 -
국가보안법이든 형법이든, 법이란 그 목적과 대상이 명료하고 그 적용이 최소한으로 국한되어야 한다. 그러나 국가 보안법은 전혀 그렇지가 않다는 데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다시 말해서 법리적 대상 및 목적과 실질적인 적용 대상 및 목적이 전혀 달랐고, 그 적용에 있어서 대단히 모호한 규정으로 인해 그 법리적 논거를 그대로를 현실에 적용시켜보면 아주 황당무계한 결론이 쉽게 도출되는 것은 물론 누구든 사법권을 행사할 권한을 쥔 개인이나 집단이 악용하자 마음먹으면 얼마든지 악용할 수 있는 여지를 갖고 있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 국보법에 의하면 6. 25는 침략 전쟁이 아니다.
먼저, 국보법의 법리를 그대로 현실에 적용하면 어떤 황당한 결론이 나오는지 한 번 따져보기로 한다.
국보법 폐지 반대론자들의 주장에 따르자면, 국보법의 법리적 근거는 먼저 헌법에서 비롯된다.
우리 헌법 제3조에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부속 도서로 한다'고 되어 있다. 이것은 한반도에는 대한민국을 제외한 어떤 국가도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고 남한의 정부 외에 다른 정부는 국가기관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헌법의 위 조항에 따르자면 북한은 주권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북한 정부 또한 정부로 인정되지 않는다.
일단 여기까지만 놓고 보자면, 북한은 그 점유 영역과 인구수가 아무리 많다고 해도 단순히 ‘한반도 이북 땅을 무단(?)으로 점유하고 거주하면서 대한민국 헌법상 국가로 인정받고 있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정부조직을 갖추고 독립 국가를 자칭하는 조직체 또는 단체’에 불과하고 그 자체로 위법적인 존재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있는 근거는 헌법상에는 규정되어 있지 않다.
오히려 북한 사람들도 모두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는 점과 그들도 헌법 제3조 보다 앞선 제1조의 1, 2항에 의거하여 민주공화국의 권력 주체가 되고 거기에는 당연히 김정일과 같은 북한의 권력층도 포함이 되게 된다.
“대한민국헌법 第1條 ①大韓民國은 民主共和國이다. ②大韓民國의 主權은 國民에게 있고, 모든 權力은 國民으로부터 나온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북한이 적법한 존재로 인정될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국가보안법을 제외하고 보더라도 북한이 무장력을 갖춘 것이라든지, 대한민국헌법에 의해 지지되는 합법적 정부의 행정력이나 치안, 국방, 외교 등 지배력을 물리적으로 거부하는 것, 자체의 헌법과 법리를 근거로 입법, 사법, 행정력을 행사하는 것 등은 범죄단체조직, 공무집행방해, 불법무기소지 등 형법상의 다양한 위법 요인을 범하는 것이 되고 이는 곧 북한은 일반 형사법상에서 범죄단체로서 개별적인 위법을 범하는 대상으로 됨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러한 북한이 그야말로 존재 그 자체로 위법한 단체가 되고 또 여느 범죄단체와 질적으로 다른 ‘반국가단체’라는 아주 특별한 위법 단체로 규정되는 것은 바로 국가보안법에 의거한다.
현행 국가보안법 第1章 總則 1항에서는 국가보안법의 목적은 다음과 같이 규정한다.
“①이 法은 國家의 安全을 危殆롭게 하는 反國家活動을 規制함으로써 國家의 安全과 國民의 生存 및 自由를 확보함을 目的으로 한다.”
위 조항은 사실 법률 조항이라기 보다는 전문에나 들어 있어야 할 부분으로서 그 자체로 대단히 모호한 목적성과 광의의 의미를 담고 있어서 자의적인 확대 해석의 소지가 많고 입법자들도 이를 염려해서인지 이어지는 두 번째 항에서는 그 해석과 적용에 신중해야 함을 명문화하고 있기도 하다.
“②이 法을 解釋適用함에 있어서는 第1項의 目的達成을 위하여 필요한 最小限度에 그쳐야 하며, 이를 擴大解釋하거나 憲法上 보장된 國民의 基本的 人權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일이 있어서는 아니된다.<新設 1991ㆍ5ㆍ31>”
그런데 정작 국가보안법의 설립 목적과 핵심이 명확하게 이해되는 것은 두 번째 조에서 정의한 ‘반국가단체’에 관한 부분이다.
第2條 (定義<改正 1991ㆍ5ㆍ31>) ①이 法에서 "反國家團體"라 함은 政府를 僭稱하거나 國家를 變亂할 것을 目的으로 하는 國內外의 結社 또는 集團으로서 指揮統率體制를 갖춘 團體를 말한다.<改正 1991ㆍ5ㆍ31>
국가보안법의 모든 내용은 이 조항으로부터 모든 법리가 파생되는 만큼 사실상 국가보안법의 핵심이요 중심이며 모든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즉 국가보안법이 국가를 참칭하고 한반도에서 유일한 합헌정부인 대한민국정부를 위협하는 국내외 단체나 조직을 반국가단체로 정의하면서 그 실체를 북한을 대상으로 하고 있음은 해석상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부터 발생한다.
만일 위와 같은 법리가 지극히 타당한 것이라면 다른 무엇보다도 북한은 우리와 별개의 독립 국가가 아니라 ‘일개 반국가 단체’에 불과하기 때문에 북한이 우리를 무력으로 침범한다고 해도 그것은 ‘외국의 침략’과는 다른 순전한 내전이 됨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서 과거의 6. 25도 결코 남침이 될 수 없음은 물론 지금이라도 다시 북한이 무력을 동원하여 남쪽으로 밀고 내려온다고 해도 우리의 헌법과 국보법에 의거해 보면 절대로 침략이 아닌 내전이나 내부 반란에 불과한 것이 된다. 왜냐하면 헌법에 따르자면 한반도 내에 대한민국 정부 외에는 국가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에 6. 25 당시의 3.8선도 그렇고 지금의 휴전선도 독립된 국가간의 경계선은 아니라는 뜻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이것은 독립 국가만이 가입할 수 있는 유엔에 남한과 함께 회원국으로 가입한 북한을 부정하기 때문에 유엔의 권위와 결정을 거부하는 것이 되고 또한 유엔과 북한 사이에 체결된 휴전협정을 정면으로 무시하는 것이 되며 지금도 논란이 되고 있는 서해 북방한계선(NLL) 역시 (헌법상의 우리나라 사람들인)북한 사람들 보고 내려 와라 마라 할 근거 역시 빈약해짐을 의미한다.(우리나라 헌법이나 법률 어디에도 반국가단체와 그 구성원이라고 해서 특정 지역에 격리 조치한다는 조항은 없다)
이런 점들만 놓고봐도 국보법은 단순히 분단을 극복하고 민족간의 화해 조성과 평화 통일을 방해하는 정도를 넘어 대한민국의 실체와 존재 영역조차 대단히 혼란스럽게 만드는 문제의 근원이 되게 된다.
국보법 폐지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이 법이 없어지면 북한 간첩들이 대거 남한 땅에 활보한다느니 광화문에서 인공기를 휘날려도 처벌을 못한다느니 하면서 당장에라도 남한 땅 전체가 북한 천하라도 되는 양 난리를 치지만 그야말로 근거없는 호들갑에 불과하다.
그들의 말인 즉, 북한 노동당 규약에 남한을 적대시 하는 규정이 없어지면 북한에 태극기가 마음껏 휘날려도 전혀 거리낌이 없을 것이라는 말과 다를 바 없다.
국보법이 아니더라도 국보법을 폐기하게 되면 북한은 하나의 주권국가로 인정하는 것이 되고 따라서 그들 중 일부가 불순한 목적으로 들어오는 것은 그 자체로 불법 입국이 됨은 물론 국가 안위와 보안에 위배되는 불순한 책동을 하는 경우 이미 형법에 나와 있는 간첩죄(제98조 또는 102조)로 충분히 처벌하고도 남음이 있으며 그야말로 합법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아무런 하자 없는 대한민국 국민이라고 해도 출입국에 엄격한 절차를 거치게 마련인데 하물며 대한민국국민도 아닌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국민이 자기 마음대로 들어와서 제멋대로 그럴수 있다는 발상을 어떻게 정상으로 봐준단 말인가?
게다가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그 피붙이로 함께 살아온 세대들 간에도 언어와 사고가 달라서 이질화 되는 판국에 그 생경하기 짝이없는 북한 사람들에게 남한 사람들이 동화되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지나간 시절 독재의 향수에 취해 대를 이어 충성하는 딴나라류의 사람들이라면 모를까 정말 어불성설이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국보법은 국가 안보가 아니라 정통성 없는 부도덕한 정권의 안위를 위한 목적으로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하면서 정권의 안보에 비판적인 사람들을 북한과 연계시켜 어거지로 찍어 누르는 것이 사실상 목적과 내용의 모든 것으로서 지극히 표리부동한 악법일 뿐만 아니라, 그로 인해 현실성은 물론 법리적 정합성을 전혀 갖추지 못하고 자가당착의 모순에 빠질 수밖에 없는 것으로서 폐기되어 마땅한 존재이다.
또한 적대적으로 대하든 포용해야 할 대상으로 보든, 국보법은 폐기되어야 하며 북한을 반국가단체가 아닌 주권국가 또는 실체적 국가로 인정해야만 얘기가 정상적으로 풀릴 수 있게 되는 것이고 이로 인해 생기는 헌법 조항의 비논리적 문제도 개정이 필요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