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ight King 제 3 화 - 사자의 포효는 석양에 물들다.

[Thnatos]

저는 죽고 싶지 않습니다. 그 누구도 죽이고 싶지도 않습니다.
내일 누군가가 죽고, 누군가가 살아남는다면 설령 이기적인 생각일지라도 제가 살아남고 싶습니다.
이런 전투에서 이겨도 제 가족들의 가난과 배고픔은 사라지지 않겠지요?
저는 단지 집으로 돌아가 가족들의 얼굴을 보고, 영주님의 토지에서 일이 끝난 저녁에
평소와 다름없이 마을 주민들이 모이는 주점에 가서 같이 술을 마시고 싶습니다.
제 소망을 주님께선 들어주실까요?
제 소망이 너무나 과분한 것일까요?

- 종군신부에게 고해성사를 하던 잉글랜드의 병사
-----------------------------------------------------------------------------------------

1092년 여름 - 왕국력 26년 여름

런던.

윌리엄가의 막내, 꼬마 왕자라 불리던 헨리가 올해 봄 성인식을 거치고 어엿한 성년이 되었다.
헨리는 이미 잉글랜드가 성립된 뒤에 태어났기에 왕실 모두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자랐으며 마스코트와 같은 존재였으나
그것도 몇 년 전 이야기 일뿐인 상태였다. 헨리는 성실한 성격이었지만 신에겐 다소 냉소적이었고,
여타 어린아이답지 않게 잔혹한 면이 있기도 했다. 헨리의 이런 성향을 고쳐두지 않으면 장차 왕국의 미래에 악영향을
미칠지도 모른다고 윌리엄은 생각했기에, 헨리가 성인식이 끝난 직후부터 장군으로서의 역할을 다 할 수 있도록
잉글랜드에 간혹 출몰하는 산적의 토벌을 위임하고 리더의 자질을 시험받게 하고 있었다.

그사이 잉글랜드의 남쪽, 프랑스 서부의 고요한 새벽의 적막은 황금사자 3마리의 포효에 의해 깨졌다.
보르도[Bordeaux]. 몇 해 전 프랑스군이 함락을 시도했으나 패퇴했던 제법 큰 군사요새다.
지금까지 제대로 된 공성전 경험이 없었던 잉글랜드로서는 처음 겪게 된 공성전이었다.
성인 보르도는 공략이 쉽지 않겠지만 지난 프랑스군과의 전투로 성벽의 일부가 파손되었으며
방위군들 또한 절반으로 줄었기에 잉글랜드는 이 기회를 이용하고자했다.

전략적 요충지에 세워진 성은 제법 제대로 된 형식을 갖추고 있었다.
잉글랜드인 이라면 육안으로 보더라도 최소 노팅엄에 세워진 요새만큼의 체계를 갖추고 있음을 알 수 있을 정도였을까.

이윽고, 아침.
잉글랜드의 병사들이 사령관인 리옹경을 필두로 사열했고 리옹경의 훈시가 이어졌다.

전쟁! 그것이 있기에 우리는 곳에 당도했다. 강인한 잉글랜드인 이여,
이 전투는 너희들이 명예와 지위를 얻음으로써, 자신을 한 단계 진보시킬만한 기회이다.
저 성의 곳곳에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내가 너희들을 이끌기 위한
하나의 부분에 지나지 않기에 그 위험은 아주 작고도 사소하다!
내가 너희들을 인도하는 이상 위험이란 것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으리라.
저 성으로 진격해, 우리 모두가 적들과 싸워 투쟁한다면, 모든 게 우리의 것이 될 것이다!
돈을 비롯한 노획물, 여자, 명예, 영광과 같은 제군들이 가히 나쁘지 않다고 말하는
그 모든 것들을 상급[賞給]으로 얻게 되거나 받게 되리라.

우리 명예로운 잉글랜드인 들과 같은 공기로 숨을 쉬기엔 이 반역자들은 너무나 사악하다.
그들은 새벽이 다시금 오기 전에 모두 죽게 될 것이며! 그들은 보다 나은 생활을 거절하고
배신한 대가로 교수형에 처해도 마땅하다. 그들은 이것을 자비로서 여기게 될 것이다!

오늘, 우리들은 많은 피를 보게 되겠지만 나는 누가 피를 흘리게 될지 걱정치 않는다.
싸움이 시작됐을 때 내 앞을 가로막지 말라, 피를 흘리게 될 자들이 누구인지는 곧 명백해질 것이다.
적들이여, 긴장의 끈을 놓지 말고 기다리거라! 나와, 우리가. 너희 앞에 갈 것이다!!

리옹경의 훈시가 끝나자 460여명의 거친 잉글랜드의 전사들은 함성을 내지르며 보르도를 공격할 준비에 착수했다.

성루의 경계병이 보내온 보고에 따르면 잉글랜드의 병력은 500명 남짓... 350여명밖에 없는 수비대로선
부담 가는 숫자가 아닐 수 없다. 여느 때보다 유난히 맑았던 아침도 정오가 되자 돌연 흐려져 비가 올 조짐까지
보이기 시작했다. "보데트 대장! 잉글랜드 촌놈들 아마도 공성탑으로 밀어붙일 생각 같습니다!"
'제길, 역시 높은 성벽을 무너트리긴 쉽지 않으니 성벽을 넘어올 생각인가...?' 도시에 고용된 용병대 대장인 보데트는
아성에서 속속들이 올라오는 보고를 받고 있었다. 아무래도 머릿수가 많은 잉글랜드 군은 공성장비를 투입,
성벽에서 직접적인 육탄전을 벌일 생각인 모양이다. "다른 곳의 방어는 포기다! 지금 모두 녀석들의 공성탑이 배치된 곳으로 이동,
방어준비를 서둘러라!" 양동작전을 염두에 두어둔 함정이라 해도 얼마 되지 않는 병력을 분산배치 할 수는 없다.
성을 완전히 포위하기엔 저쪽 또한 부족한 병력이니 다른 노림수가 없는 정공법일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겠지.
보데트는 그런 생각을 하며 성의 모든 병력을 동쪽 성벽에 집결시키란 명령을 내린 뒤 아성을 떠났다.

잉글랜드의 민병대[Spear Militia]들은 모두 보르도 동쪽의 성벽에서 공성탑[Siege tower]을 사용해 성벽에 접근하기 시작했다.
수비병들은 거센 저항으로 화답해왔다. 성벽에서는 불화살이 공성무기에 피해를 입히고 있었으며 농민석궁병[Peasant Crossbowman]이 주둔해있는지
볼트세례가 수차례나 계속됐다. 그러나 이런 아수라장의 전조가 보이는 장소에 군대의 지휘관인 리옹경은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얼마 뒤, 2개의 공성탑 중에서 1개에서 불길이 솟아올랐다. 성벽에서 한 개의 공성탑만 집중적으로 공격한 탓에 불길이 번진 탓이리라.
그러나 남은 1개의 공성탑은 무사히 성벽에 도착했고 병사들은 성벽으로 가기위해 탑의 상부로 이동하고 있었다.

같은 시각, 잉글랜드의 농민궁수[Peasant Archer]와 리옹경의 친위기병대[General's Bodyguard]들은 보르도의 성문 앞에서 진군하고 있었다.
숲속에 매복하고 있던 그들은, 1개의 파성퇴[Ram]를 이끌고 성의 정문을 공격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필경 수비 병력이 부족한 보르도군 들은 공성탑을 견제하기 위해 많은 병력이 집중되어 있겠지...
그들이 교전하고 있는 사이, 마을의 광장을 점령하고 수비 병력을 각개격파 하는 게 좋겠어.' 그런 생각을 안고, 리옹경은 보르도의 성문을 향해 나아갔다.

"대장! 잉글랜드 놈들입니다! 성안에 들어왔다구요!" 보데트는 성문으로 들어오는 잉글랜드의 군사들을 목격했다.
이게 무슨 황당한 짓인가, 궁병대가 공성무기를 가지고 성을 격파하다니. 리옹이란 작자는 지독한 바보임에 틀림없다.
보조병과인 궁병은 전장의 후방에서 상대의 병력을 견제하는 게 정도가 아닌가.
"시간이 없다, 농민석궁병이라도 보내서 막아! 힘에 겹다면 시간을 끌면서라도 버텨라. 이곳이 마무리되는 대로
응원하러 가겠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아야해!" 천하의 프랑스군도 버텨냈다며 용병대의 요구조건을 무시하고
지원을 소홀이 하던 보르도의 주민들 덕에 보데트는 또 많은 수의 동료와 부하를 잃을 상황에 놓였고 그런 자신의 운명을 저주하고 있었다.

지평선에서 태양이 아름다운 빛을 발하고 있었다. 전투는 실로 수시간, 아침부터 저녁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날은 맑게 개었고 아름다운 석양이 푸른 하늘을 물들이고 있었지만, 대지는 암적색의 선혈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성문의 방어에 실패한 수비병들은 광장에 모여 응전했지만 민병대와 친위기병대에게 학살당했다.
수비대장 보데트는 목격된바 없었지만, 성의 출구는 입구 단 한곳이었으며 생존자가 없는 것으로 미루어보아
혼란 속에서 전사했으리라.

마을은 쉽사리 장악되었으며 지도자인 잉글랜드의 통치를 순순히 받아들였다.
이로서 대륙에 캉[Caen]이외에 새로운 군사적 거점을 획득한 잉글랜드는 조금 더 유연한 군사적 행동을 취할 수 있게 됐다.
대륙의 국가들은 잉글랜드의 성장에 놀라면서, 작은 국가라 치부할 수 없을 만큼 성장해버린 잉글랜드를 경계하기 시작했다.

1093년 초겨울 - 왕국력 27년 초겨울

요즘 윌리엄은 서고에 틀어박혀 지내는 날이 부쩍 줄었다. 왕국에 6번째 왕자가 태어났기 때문이다.
공주는 한명도 없이 왕자만 6명. 장차 위대한 장군들이 될 거라며 윌리엄은 기뻐했다.
하지만 정말 기쁜 건 6명이나 되는 사랑스러운 손자들이 무럭무럭 크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다는 행복감 때문이 아닐까.
대륙의 어느 국가라도 이만큼 왕자만 있는 왕실도 없을 것이다. 6명의 장난기 넘치는 아기왕자들로 인해 왕궁은 조용한날이 하루도 없었다.

1095년 겨울 - 왕국력 29년 겨울

1095년 11월 27일. 클레르몽페랑에서 종교회의가 있었다. 소위 클레르몽공의회[Council of Clermont]라 불리는 그것.
각국의 추기경이 참가한 이 공의회에서 교황 성하께서는 주님의 아들들에게 한 가지 말씀을 전하고자 하셨다.

성스러운 성서와 성경은 평화에 대해서 고루한 소리를 늘어놓으며 설교하지만,
가톨릭의 정신 그 자체가 위협받을 시엔, 성스러운 모든 것을 수호하는 것이 가톨릭의 의무이다.
거룩하신 교황께서는, 가톨릭 성지순례자들의 성지순례를 가로막는 이교도들에게서 성지를 탈환하기 위한 성전을 주창하셨다.
바야흐로 주를 섬기는 국가의 군인들이 그들 간의 다툼을 버리고 십자가라는 깃발아래 결합하여, 성전사로서의
의무를 수행해할 때이며 태초부터 신이신 주님의 아들인 우리에게 이교도들로부터 성스러운 땅을 돌려받아야할 때가 왔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고통 속에서 면죄 받지 못한 채 죽게 되리라.

대륙 전역에 걸쳐 가톨릭 국가에 교황께서 내리신 칙령이 도착했고,
수많은 사제[Priest]들이 성전의 중요성에 대해 민중에게 설교하기 시작했다.

멀지 않은 시일 내에 성지를 향한 고행의 전쟁이 시작될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
필자후기.

안녕하세요. 타나토스입니다 2화에서 3화까지의 공백이 좀 길었습니다.
본래 카페에 기재된 글을 바탕으로 가필수정을 한 뒤, 본래 구도에 맞게 제 블로그에도 연재를 하고 있었으나
작품의 분위기가나 제가 의도한바 제대로 표현되지 않기에 공을 들이다가 좀 늦었습니다. =_=
3화부턴 양쪽모두 제대로 연재할 마음가짐인 게지요 ㅎㅎ
역시 연재를 거듭할수록 고단함이 느는군요. 제대로 된 작품은 나오지 않는 것 같고
스크롤 압박도 있고... 못난 작품 즐겁게 감상해주시는 분들,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전편에선 전쟁도 없고, 반응이 안 좋았습니다. OTL... 항시 전쟁, 전쟁! 은 무리가 있고...
전쟁을 매년 일으킨다면... 왕국의 재정은 파탄나버립니다!!!
궁정의 사정이라던가, 조금 더 스토리 성을 부가시켜보기 위해 준비했던 궁정 편이었죠.
평화를 가장한 불화랄까요, 다음엔 조금 더 준비를 해서 확~! 하고 외전처럼 나올지도 몰라요?
이번엔 그런 윌리엄도 다시금 정복전쟁을 재개! 보르도를 날로 먹었군요. =_= 후훗...
더군다나 새로운 왕자 헨리의 등장입니다~! 박수~~ 라곤 하지만, 살벌한 아이군요 =_=..
물론 왕족의 데이터는 제 플레이 내용을 기반으로 하기에... 처음엔 '이거 죽여버릴까...?'했답니다!
외톨이 왕께선, 손자들 보는 재미에 날마다 즐겁습니다~ 경사로세, 경사로세~
영양가 없는 후기는 계속될 예정입니다 =_=... 만.,.! 작품은 즐겁게 봐주세요~!
차회에도 잉글랜드의 황금사자와 함께 해주시길!

[Cued]

이야.. 성 점령할때 두군데에서 공략하시는 군요.. 항상 한 군데만 팠다는 흐.. 이제부터 양 방향에서 공격해야겠어엽.. 4번째 스크린 샷 멋지네요..!

[Thnatos]

주로 수비지만 컴퓨터측에서도 생각해보는게 재미있지 않을까-? 해봤습니다 ㅎㅎ 감사합니다!

[위대한개척자]

예루살렘으로 고고씽하다가 물에서 전멸.. 그리고 교황의 파문선언, 전유럽의 공격 왕국의 존망이 위협이됨..그리고 아메리카로 이민, 멋지지 않나요 --?

[Thnatos]

으흠, 윌리엄이 젊었을적이라면.. 파문 => 교황청 정벌로 이어졌을수도..? 아직 왕국의 초기니 ㅎㅎ 조금더 지켜보자구요~!

[dhdladuf]

멋져요 ㅋㅋ 드디어 헨리가 나오네여 ㅋ

[Thnatos]

막내 헨리군을 어렸을때 부터 '주인님 놀이'를 좋아했는데, 어떤 활약을 해줄까요 =_=..;;

[바르티겐]

오 잉글랜드 전역 수입과 "="라는 보르도를 드셨으니 이제 잉글랜드 왕실은 맘놓고 와인은 즐기는건가요 ㄷㄷㄷ

[Thnatos]

보르도를 먹어서 생긴 넘쳐나는 돈으로 다른 왕국과 바티칸을 상대로 사채놀이를 하는겝니다.. +_+!!

[에센스]

글과 음악, 스샷의 하모니가 좋군요 ^^

[Thnatos]

게임 이미지가 아닌 삽화도 사용해보고 싶지만 쉽지가 않더군요 ㅎㅎ 감사합니다

[#tA。HaNiBaL、]

평소에 무쟈게 재밌게보고있었습니다 히히; 앞으로도 많이 수고해주셔요 ^^; 福 많이 받으세욥!!

[Thnatos]

한니발님도 복 많이 받으세요 ^^ 4화 기대해주시구요 ㅎㅎ

[천사종현]

재밌어요!^^ 정말 기대된다는...

[Thnatos]

덧글 감사합니다 ^^

[허뎅]

이젠 십자군전쟁인가..

[Thnatos]

교황림하와 친하다면 나오는 언제나 등장하는 십자군 메뉴~! 라죠 =_=;

[M2수사]

1편을 재밌게 봐서 그런지 타나토스님 글만 보게 되네요.다른작품들도 한번 살펴봐야겠네요.재미있고 글 잘쓰시는거 부럽습니다^^ 다음편을 기다리며...

[Thnatos]

과찬이십니다 ^^ 조만간 4화 업뎃 하도록 하겠습니다 현재 포맷 때문에 정신이 없어요 =_=;

[Secret Garden]

정말 재미있게 보고 있어요 ㅎㅅㅎ 여기서 이런 헨리를 보니까 더 색다른 느낌이네요, 다음편도 기대할게요. 아아, 그리고 이메일 이제야 확인했어요 ㅠ 답변 늦어서 죄송합니다. 앞으로 쪽지로 주시면 빨리 빨리 확인될 거에요 'ㅅ')b

[Thnatos]

늦게라도 답변주시니 감사합니다 ㅎㅎ 방법을 찾아냈어요~! 기사왕도 열심히 써보겠습니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