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위회목(佩韋晦木)
무두질한 가죽을 차고 나무 뿌리를 어둠에 감춘다는 뜻으로, 누그러뜨리고 간직하는 마음을 말한다. 나서고 싶고 뽐내고 싶어도 갈무리해 감춘다는 말이다.
佩 : 찰 패(亻/6)
韋 : 가죽 위(韋/0)
晦 : 그믐 회(日/7)
木 : 나무 목(木/0)
출전 : 주자(朱子) 고정서원(考亭書院)
주자(朱子)가 고정서원(考亭書院)에서 쓴 두 구절이다. '무두질한 가죽 참은 부친 훈계를 따름이요, 나무가 뿌리를 감춤은 스승이 전한 삼감일세(佩韋遵考訓, 晦木謹師傳).'
시 속의 패위(佩韋)와 회목(晦木)은 출전이 있다. 주자의 부친 주송(朱松)은 호가 위재(韋齋)다. 위(韋)는 무두질한 소가죽이다. 주송은 조급한 성질이 도를 해친다며 이 말을 자신의 호로 삼았다.
예전 성정이 조급한 사람은 몸에 무두질한 가죽을 차고 다녀 자신을 경계하곤 했다. 조급한 성질을 무두질해 결을 뉘어야 비로소 큰 공부를 할 수가 있다.
회목(晦木)은 뿌리를 감춘 나무다. 재능을 안으로 갈무리해 남에게 드러내지 않는다는 뜻으로 쓴다.
스승 유자휘(劉子翬)가 주자를 위해 써준 '자주희축사(字朱熹祝詞)'에서 말했다. '나무는 뿌리에 감춰야 봄에 잎이 활짝 펴고, 사람은 몸에 숨겨야 정신이 안에서 살찐다(木晦於根, 春容燁敷. 人晦於身, 神明內腴).'
뿌리에 양분을 잘 간직해둔 나무라야 새봄에 잎이 무성하고 꽃을 활짝 피운다. 주자는 스승의 가르침을 깊이 새겨 자신의 호를 회암(晦庵) 또는 회옹(晦翁)이라 했다. 자를 원회(元晦)나 중회(仲晦)로 쓴 것도 여기서 나왔다.
패위(佩韋)와 회목(晦木)은 누그러뜨리고 간직하는 마음이다. 품은 재능이 하늘을 찔러도 직수굿이 눌러 가라앉힌다. 나서고 싶고 뽐내고 싶어도 갈무리해 감춘다. 여기에 무한한 여운이 있다. 그러다가 봄을 맞아 일제히 움이 터 나오면 그 기세는 누구도 못 막는다.
홍직필(洪直弼)은 '을유원일(乙酉元日)' 시에서 새해의 다짐을 이렇게 썼다.
五十今朝是, 浮生惜暮齡.
오늘 아침 쉰 살을 맞고서 보니, 뜬 인생 지는 나이 애석도 하다.
一身安素履, 萬事任蒼靈.
이내 몸 평소 행함 편안하거니, 만사를 창령(蒼靈)에게 내맡겨야지.
晦木潛敷德, 寒梅自有馨.
회목은 남몰래 덕을 펴내고, 찬 매화는 저절로 향기가 있네.
凝神會冲和, 虛室喚惺惺.
정신을 집중해서 충화(沖和)를 모아, 깨끗한 맘 성성하게 일깨우리라.
시 속의 창령은 봄을 관장하는 신이다. 허실(虛室) 즉 빈방은 맑고 욕심 없는 마음을 뜻한다. 빛은 감추고 마음을 깨우자.
▶️ 佩(찰 패)는 형성문자로 珮(패)와 동자(同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사람인변(亻=人; 사람)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凡(범, 패)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佩(패)는 ①차다, 달다 ②지니다, 휴대하다(携帶--) ③두르다, 둘러싸다 ④마음을 먹다, 명심하다(銘心--) ⑤탄복하다(歎服ㆍ嘆服--), 감복하다(感服--), 경탄하다(驚歎--) ⑥노리개(허리띠에 달던 장식품), 패옥(佩玉: 허리띠에 차는 옥)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몸에 차는 장식물을 패물(佩物), 벼슬아치의 예복 위에 좌우에 늘이어 차는 옥을 패옥(佩玉), 훈장이나 명패 등을 몸에 다는 일이나 몸에 참 또는 몸에 차고 다니면서 씀을 패용(佩用), 쪽박을 참 또는 빌어먹음의 비유한 말을 패표(佩瓢), 허리에 차는 주머니를 패낭(佩囊), 몸에 차는 노리개를 패완(佩玩), 몸에 지님 또는 마음에 새겨 잊지 않음을 패지(佩持), 좋지 못하게 남들이 붙여 부르는 별명을 패호(佩號), 몸에 지님 또는 마음에 새겨 잊지 않음을 패복(佩服), 은혜를 입음을 패은(佩恩), 지관이 몸에 지남철을 지님을 패철(佩鐵), 몸에 차고 다니는 향을 패향(佩香), 차는 칼 또는 긴 칼을 참을 패검(佩劍), 고을 원의 지위에 있는 일을 패부(佩符), 고마움을 마음속 깊이 새겨서 간직함을 명패(銘佩), 여러 개의 패옥 또는 여러 개의 패옥이 주렁주렁 달린 모양을 위패(委佩), 나무로 만들어진 환패를 목패(木佩), 고마운 마음으로 깊이 느끼어 잊어버리지 않음을 감패(感佩), 몸에 붙임이나 몸에 참 또는 마음에 새기어 잊지 아니함을 복패(服佩), 고기 모양으로 생긴 요패를 어패(魚佩), 여자들이 지니는 옥으로 만든 패물을 옥패(玉佩), 옛날에 가슴이나 허리에 차는 패옥의 한 가지를 월패(月佩), 뒤웅박 차고 바람 잡는다는 뜻으로 허황한 짓을 하며 돌아다니는 사람을 두고 이르는 말을 패원호포풍(佩圓瓠捕風), 벌거벗고 환도環刀를 찬다는 뜻으로 체면이나 예절을 차리지 않고 볼썽사납게 덤벙댐을 이르는 말을 적탈패검(赤脫佩劒), 수탉을 관모로 멧돼지를 허리에 찼다는 뜻으로 용맹하고 마음이 곧음을 이르는 말을 관계패가(冠鷄佩猳), 부드러운 가죽과 팽팽한 활시위를 차고 다닌다는 뜻으로 자기의 성질을 고치는 경계의 표지로 삼음을 이르는 말을 위현지패(韋弦之佩), 커다란 칼을 허리에 참 또는 그러한 모습의 옷차림과 행동을 이르는 말을 용의대패(容儀帶佩) 등에 쓰인다.
▶️ 韋(가죽 위)는 ❶회의문자로 큰 입구 몸(囗; 에워싼 모양)部의 바깥을 좌우(左右) 엇갈린 발자국 천(舛)을 내면서 빙빙 도는 모양을 나타낸다. 둘러 싸다의 뜻인 圍(위)에서 위로 읽는다. 음(音)을 빌어 무두질한 가죽의 뜻에 쓰인다. 한자의 부수(部首)로서는 무두질한 가죽에 관한 뜻을 나타낸다. ❷회의문자로 韋자는 '가죽'이나 '다룸가죽', '둘레', '에워싸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韋자는 성(城) 주위를 맴도는 발자국을 그린 것이다. 韋자를 자세히 보면 囗(에운담 위)자를 중심으로 발이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성 주위를 경계하고 있다는 뜻을 표현한 것이다. 그래서 韋자는 성을 에워싸고 있다 하여 '에워싸다'나 '둘레'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후에 韋자가 동물의 가죽을 펼쳐 가공한다는 의미에서 '가죽'을 뜻하게 되자 지금은 여기에 囗자가 하나 더해진 圍(둘레 위)자가 뜻을 대신하고 있다. 그러나 韋자가 부수로 쓰일 때는 '에워싸다'나 '둘레'와 관련된 뜻을 전달하게 된다. 그래서 韋(위)는 성(姓)의 하나로 ①가죽 ②다룸가죽(잘 매만져서 부드럽게 만든 가죽) ③둘레 ④부드럽다 ⑤에워싸다 ⑥떠나다 ⑦틀리다 ⑧어기다(지키지 아니하고 거스르다), 위배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책을 꿰어 매는 가죽 끈을 위편(韋編), 활시위를 매끄럽고 윤이 나게 하는 데 쓰는 물건을 밀위(密韋), 빛깔이 검붉은 가죽을 작위(爵韋), 검은 빛깔의 가죽신을 오위리(烏韋履), 흰 빛깔의 가죽띠를 백위대(白韋帶), 종이가 없던 옛날에는 대나무에 글자를 써서 책으로 만들어 사용했었는데 공자가 책을 하도 많이 읽어서 그것을 엮어 놓은 끈이 세 번이나 끊어졌단 데에서 비롯된 말을 위편삼절(韋編三絶), 부드러운 가죽과 팽팽한 활시위를 차고 다닌다는 뜻으로 자기의 성질을 고치는 경계의 표지로 삼음을 이르는 말을 위현지패(韋弦之佩) 등에 쓰인다.
▶️ 晦(그믐 회)는 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날 일(日; 해)部와 음(音)을 나타내는每(매, 회)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晦(회)는 ①그믐 ②밤, 어둠 ③얼마 안 됨, 조금 ④(날이)어둡다 ⑤희미하다, 분명(分明)하지 않다 ⑥어둡다, 캄캄하다 ⑦어리석다 ⑧감추다, 숨기다 ⑨시들다, 따위의 뜻이 있다.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초하루 삭(朔)이다. 용례로는 은거하여 수양함을 회양(晦養), 어둡고 으슥함을 회오(晦奧), 날이 어두컴컴하게 흐림을 회음(晦陰), 자취를 감춤을 회적(晦跡), 어둠과 밝음을 회명(晦明), 어두워 보이지 않음이나 사람에게 알려지지 않음을 회맹(晦盲), 재주나 학식 또는 모양을 드러내지 않고 감춤을 회장(晦藏), 언어나 문장 등이 어려워 뜻이 명료하지 않음을 회삽(晦澁), 자기의 재능이나 지위 같은 것을 숨기어 감춤을 도회(韜晦), 어슴푸레하게 어두움을 몽회(濛晦), 의심쩍고 명백하지 못함을 의회(疑晦), 겸손하여 아는 체하는 티를 내지 않음을 겸회(謙晦), 가리어 어둡게 함을 연회(煙晦), 흐리고 어두움을 음회(陰晦), 스스로 감추어 나태내지 아니함을 자회(自晦), 숨어 없어짐이나 자취를 감춤을 은회(隱晦), 숨어서 남의 눈을 어둡게 함을 잠회(潛晦), 세상에 알려지는 것과 알려지지 않은 것을 현회(顯晦), 그믐날 앞뒤의 며칠 동안을 회간(晦間), 그믐날로 음력으로 그달의 마지막 날을 회일(晦日), 그믐과 초하루를 회삭(晦朔), 그믐의 하루 전날을 소회(小晦), 음력의 그믐날을 월회(月晦), 음력 초하루나 그믐을 삭회(朔晦), 달이 고리와 같이 돌며 천지를 비치는 것을 이르는 말을 회백환조(晦魄環照), 자신의 재능이나 명성을 드러내지 않고 참고 기다린다는 말을 도광양회(韜光養晦), 도를 좇아 뜻을 기르고 시세에 따라서는 어리석은 체하며 언행을 삼간다는 말을 준양시회(遵養時晦) 등에 쓰인다.
▶️ 木(나무 목)은 ❶상형문자로 땅에 뿌리를 박고 선 나무 모양을 본뜬 글자로 나무를 뜻한다. ❷상형문자로 木자는 나무의 뿌리와 가지가 함께 표현된 상형문자이다. 땅에 뿌리를 박고 가지를 뻗어 나가는 나무를 표현한 글자라 할 수 있다. 중·고등용 상용한자에서는 木자가 부수로 쓰인 글자가 많다. 쇠를 능숙하게 다루기 이전 쉽게 구할 수 있으며 가공하기 쉬운 성질을 가진 것이 나무였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래서 나무와 관련된 한자를 보면 그 시대를 살아갔던 사람들이 나무를 어떻게 활용했고 인식했는지를 엿볼 수 있다. 木자는 나무를 그린 것이기 때문에 부수로 쓰일 때는 대부분이 나무의 종류나 상태에 관련된 뜻을 전달하게 된다. 그래서 木(목)은 (1)무명으로 된 것 (2)오행(五行)의 하나. 방위(方位)로는 동쪽, 철로는 봄이다. 빛으로는 푸른색으로 가리킨다. (3)어떤 명사 앞에 쓰여 나무로 된 무명으로 된의 뜻을 나타내는 말 (4)성(姓)의 하나 (5)목요일(木曜日) (6)팔음(八音)의 한 가지이다. 지어(枳敔)와 같은 종류의 나무로 만든 일종의 마찰(摩擦) 악기 등의 뜻으로 ①나무 ②목재(木材) ③널(시체를 넣는 관이나 곽 따위를 통틀어 이르는 말), 관(棺) ④오행(五行)의 하나 ⑤목성(木星; 별의 이름) ⑥목제 악기 ⑦형구(刑具; 형벌을 가하거나 고문을 하는 데에 쓰는 여러 가지 기구) ⑧무명(무명실로 짠 피륙) ⑨질박하다(質樸; 꾸민 데가 없이 수수하다) ⑩꾸밈이 없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수풀 림/임(林), 수풀 삼(森), 나무 수(樹)이다. 용례로는 나무 인형을 목상(木像) 또는 목우(木偶), 나무 그릇을 목기(木器), 나무 도장을 목도장(木圖章), 나무를 다루어서 물건을 만들어 내는 일을 목공(木工), 나무와 풀을 목초(木草), 나무토막으로 만든 베개를 목침(木枕), 나무를 다루어 집을 짓거나 물건을 만드는 일로 업을 삼는 사람을 목수(木手), 술청에 목로를 베풀고 술을 파는 집 목로주점(木壚酒店), 나무나 돌과 같이 감정이 없는 사람을 비유하여 목석(木石), 나무에도 돌에도 붙일곳이 없다는 뜻으로 가난하고 외로워서 의지할 곳이 없는 처지를 이르는 말을 목석불부(木石不傅), 나무에도 돌에도 붙일 데가 없다는 뜻으로 가난하고 외로와 의지할 곳이 없는 경우를 이르는 말을 목석난득(木石難得), 나무 인형에 돌 같은 마음이라는 뜻으로 감정이 전연 없는 사람 또는 의지가 굳어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 사람을 일컫는 말을 목인석심(木人石心), 나무나 돌로 만든 사람의 형상을 이르는 말을 목우석인(木偶石人), 나무 인형에 옷을 두른 것이라는 뜻으로 아무 능력이나 소용이 없는 사람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목우인의(木偶人衣), 나무나 돌처럼 아무런 감정도 없는 마음씨의 비유를 일컫는 말을 목석간장(木石肝腸), 나무 껍질이 세 치라는 뜻으로 몹시 두꺼움을 이르는 말을 목피삼촌(木皮三寸)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