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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티니엘 대륙, 동부에 위치한 산티아 왕국에 속해 있는 챕터 마을.
그다지 크지는 않지만, 여행객들과 이곳에서 나는 특산물을 거래하러 오는 상인들로 북적이는
곳 이다. 이런 활발한 경제 활동에 금상첨화로 영주의 성품 또한 좋아서 이 마을의 주민들은
매우 풍족하게,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었다. 이러다 보니 가끔씩 산적들이 마을에 쳐들어와
약탈을 해가는데, 이를 막기 위해 소규모 조합이 생겨났다. 그런데 그 소규모 조합이 점점 커지면서
마을을 지키면서 돈도 버는 용병단, '세이브' 용병단이 만들어지게 된 것이었다.
"그래, 수고했다. 의뢰인이 계약을 연장하자고 했다고?"
"예, 세필드까지 호위하는 조건으로 3골드를 제시했습니다."
두 사내가 이야기 하는 방에는 해가 지면서 불타오르는 노을의 빛이 창문으로 스며들어와
아득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한명은 정장을 입은, 나이가 좀 들어 보이는 중년이었는데,
리더 특유의 카리스마 있는 눈빛과 말투가 그를 꽤 높은 지위에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그는 바로 세이브 용병단의 단장인 '세르지오' 였고, 그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근육질에 민소매를
입고 있는 사내는 바로 엘딘을 절체절명의 순간에서 구해낸 '리처드' 였다.
"아, 그리고 임무 수행 중, 한 사내를 오크들로 부터 구해냈습니다. 꽤 심각한 부상을 입었더군요."
"그래? 잘했어, 우리 세이브 용병단이 세계로 뻗어 나가기 위해선 좋은 소리가 많이 나돌아야지, 암."
그렇게 두 사내는 한참동안 담소를 나누었고, 해가 완전히 저물자 리처드는 세르지오에게 공손히
인사를 한 뒤, 용병단 본부를 빠져 나왔다. 그리고는 의뢰인이 묵고 있는 '그 여관'으로 향했다.
"여~대장, 왔어?!"
리처드가 그 여관 안으로 들어가자 평소보다 좀 많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그가 들어서자 구석에는
술을 마시고 있던 무리 중 한명이 손을 들어 반갑게 맞이했다. 리처드는 다른 아는 사람들과 간단히
인사를 나눈 뒤 구석에 있는 무리와 합석했다.
"카멜, 그 사내는 잘 처리했나?"
"예. 의사가 그렇게 심각하지는 않다고 하더라구요."
"흠, 그래? 다행이군. 젊은 나이에 목숨을 잃을 뻔 했어. 그리고 그녀는?"
"말도 말아요. 같이 식사 하자니까 저희 같은 부류랑은 같이 식사를 안하겠다나? 방에 있을걸요?"
"거참, 좀 같이 지내다 보면 친해질 줄 알았더니, 여전히 쌀쌀 맞구먼."
"쳇, 생각하기도 싫어요, 대장, 어서 한잔 들어요."
리처드는 술이 가득 담긴 잔을 받고서는 깨끗하게 비웠다. 용병들은 돈이 궁해서 가장 질이 낮은
술을 마시는데, 그것도 그들에게는 크나큰 즐거움 이었다. 그렇게 몇시간 동안 술을 비우던 리처드와
나머지 4명의 사내는 술이 떡이 되서야 종업원들에게 부축을 받아 2층에 있는 방으로 옮겨졌다.
엘딘은 깨끗한 병원복을 입은채 푹신한 침대에 누워 있었다. 카멜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진 엘딘은
곧바로 의사에게 시술을 받았다. 그다지 큰 부상이 아니었기에 일단 깨끗하게 소독을 한 뒤,
꿰매는게 전부였다. 심한 탈수증세와 영양결핍을 보인 엘딘은 약을 투여받고 이렇게 침대에
누워있는 것이었다.
"으으으..."
엘딘은 천근같이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올려 힘겹게 눈을 떴다. 역시나 허벅지에서는
끔찍한 고통이 느껴졌지만, 몸은 어느정도 편안해걸 느낀 엘딘은 주위를 둘러 보았다.
그저 평범한 방 이었지만, 자신이 입고 있는 병원복을 보고 나서야 이곳이 병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어떻게 여기까지 온거지?'
-철컥
때마침, 병실의 문이 열리면서 하얀 복장을 차려입은 남자와 여자가 들어왔다. 바로 이 병원의
의사와 간호사였다.
"어머? 깨셨군요~ 몸은 좀 괜찮으세요?"
간호사는 환한 미소로 엘딘에게 다가와 물었다. 그녀의 푸근한 인상은 환자를 안정 시키기에는
충분했다. 의사는 엘딘의 허벅지에 감겨있는 붕대를 풀기 시작했다.
"예... 제가 어떻게 이곳으로 오게 됐죠? 저는 분명히 오크들에게..."
"아~ 저희 마을의 용병 한명이 데리고 오셨어요. 상처는 크지 않으니 걱정은 안하셔도 될거에요."
간호사는 또 한번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보면 볼수록 빠져드는 매력적인 얼굴이었다. 하지만
엘딘은 아무런 흑심을 두지 않고 인상만 찌푸렸다. 의사가 자꾸 아픈 허벅지를 이리저리 만졌기
때문이었다.
"한 일주일만 더 있으면 되실겁니다. 실례지만 환자의 신원을 알 수 있을까요?"
의사가 물었다. 간호사와는 달리 그는 아무런 감정도 실려 있지 않은, 사무적인 어투로 말했다.
'음... 난 가출했으니까, 일단은...'
"저는 그냥 떠돌이에요. 이름은 엘딘이구요. 성은 없습니다."
"아, 그렇군요."
엘딘은 아무런 표정의 변화도 없이 자연스럽게 거짓을 늘어 놓았다.
아마 엘딘이 센티니엘 대륙에서 손꼽히는 세빌리언 가문의 6대손이라고 말했으면, 이 의사는
깜짝 놀라서 180도 태도를 바꿔 굽실 거렸음에 틀림 없었다. 하지만 엘딘은 어릴때 부터 자신에게
굽실거리는 시종들도 말리는, 그런 성격을 지닌 이 였기 때문에 그저 평범하게 말했을 뿐이었다.
"엘딘씨, 죄송하지만 수중에 돈 한푼 없으시더군요. 치료비는 정확히 50실버 입니다."
엘딘은 안색이 굳어지면서 자신에게 땡전 한푼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지만 침착하게도
그가 가지고 있는 마법도구를 떠올리면서 말했다.
"저에게 몇가지 마법도구가 있으니, 그걸 팔아서 치료비를 드리겠습니다."
"허허, 마법도구요? 무슨 소리를 하시는 겁니까. 환자분은 맨몸으로 오셨는데요?"
"예?!!!"
"사실입니다. 용병의 손에 맨몸으로 이곳에 도착하셨습니다."
엘딘은 오크에게 허벅지에 검상을 입었을 때를 떠올렸다. 그때까지만 해도 분명히 꽤 무거운
가방을 메고 있었는데 없어졌다니? 엘딘은 의사에게 어디로 빼돌렸냐며 따지고 싶었지만, 생각해보니
용병들이 빼돌렸었을 지도 모르고, 따져봤자 그들이 아니라고 빡빡 우기면 무슨 소용인가?
엘딘은 당황해서 아무말도 못하고 땀만 삐질삐질 흘렸다.
"흠... 죄송하지만 저희도 돈은 벌어야 하기 때문에..."
"얼마야? 내가 내주지."
의사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병실 입구에서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 왔다. 엘딘과 의사와 간호사는
깜짝 놀라 돌아 봤다. 그곳에는 근육질에 민소매를 입은 한 사내가 떡하니 서 있었다. 바로 리처드였다.
그는 술이 약간 취했는지, 혀는 살짝 꼬였고 얼굴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
"아니? 리처드. 자네가 이 한밤 중에 이곳까지 무슨 일인가?"
"허허, 왜? 내가 보기 싫은가? 낮에 저 사내를 이곳까지 데려온 용병이 바로 내 부하일세."
"아~! 그랬었군. 그런데 자네가 돈을 낸다니? 그게 무슨 말인가?"
처음에 엘딘은 갑자기 어떤 근육질 사내가 나타나 자신의 치료비를 내준다기에 황당하기도 했고,
의문도 들었지만 그들의 대화를 듣다보니 그가 자신을 살려준 용병이라는 것을 깨달은 엘딘은
아픈 허벅지를 이끌고 힘겹게 일어나 리처드에게 공손히 인사하며 말했다.
"저의 생명의 은인께 인사드립니다. 저를 살려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허허, 예의가 바른 사내로군. 근데 날 기억하는가?"
엘딘은 고개를 들어 붉게 물든 리처드의 얼굴을 쳐다 보았다. 하지만 엘딘은 누군지 모른다는 뜻으로
고개를 갸우뚱 했다.
"죄송하지만... 누구신지...?"
"이 사람, 젊어서 기억력이 그렇게 나빠서 쓰나? 자네가 올라갔던 산 입구에서 날 본 기억이 없나?"
"...... 아!!"
잠시 생각을 하던 엘딘은 생각이 났는지 손바닥을 딱 쳤다. 운디네에게 오크무리가 다가온 다는
소리에 가장 먼저 떠올린게 산 입구에서 만났던 리처드였기 때문에 그 때 쌀쌀 맞게 굴었던 생각도
같이 나자 엘딘의 얼굴에는 미안하고 쑥쓰럽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그 때 저의 무례를 용서해 주십시오."
"허허, 용병일 하다보면 언제나 있는 일이지. 그나저나 나이도 젊은데 예의가 상당히 밝군.
요즘 젊은 것들은 하나 같이 싸가지가 없는데. 자네한테 하는 소리 아니네, 하하하"
엘딘은 씁슬한 미소를 지었다. 사실 그가 생명의 은인이어서 이렇게 공손하게 대했지, 평소였다면
저번과 같이 쌀쌀 맞게 굴었을거라는 생각이 떠올라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치료비는 걱정말게, 이봐 헤르만, 외상으로 달아줘. 나중에 갚으리~"
"뭐?! 또 외상이야? 임마, 너가 치료받고 외상으로 단게 얼마나 많은지 몰라서 말해?!"
"허허, 짜식 쪼잔하게. 꼭 갚을테니 외상으로 달아둬."
"정말, 너한테 항복이다. 이 철면피 자식."
의사는 엘딘에게 대했던 사무적인 어투와는 다르게 리처드와 대화를 주고 받았다. 철면피라는
말에 엘딘은 속으로 웃음을 참느라 꽤나 고생했다.
"아직 이름도 안주고 받았군. 내 이름은 리처드일세. 세이브 용병단 소속이지."
"안녕하십니까, 전 엘딘 포... 아니, 엘딘입니다."
엘딘은 습관적으로 엘딘 폰 세빌리언이라고 말할 뻔 하다가 잠시 당황하며 평범한 신분으로 밝혔다.
하지만 리처드는 왠지 의미심장한 눈초리로 엘딘을 쏘아 봤으나, 이내 털털한 중년인의 인상으로
되돌아 왔다.
"이것도 인연이군. 헤르만! 엘딘이 언제쯤이면 완쾌 할 수 있지?"
"한 일주일이면 충분해."
"그래? 이봐 엘딘, 다 낫고 나면 근처에 '바람의 여관'으로 찾아와. 술 한잔 하지."
그 여관의 이름이 바로 바람의 여관이었던 것이었다. 리처드는 어느새 엘딘에게 말을 놓았다.
원래 용병의 세계에서는 계급에 상관 없이 나이에 따라 말을 높이고 낮췄다. 그럼에도 엘딘은
기분 나빠지 않고 오히려 이런 리처드에게 좋은 인상을 받았다. 어렸을때 부터 이렇게 푸근하게
대해준 이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 안그래도 어떻게 해서든 찾아가려고 했었습니다."
"허허허, 말이라도 고맙네. 그럼 나중에 보지. 헤르만~ 잘 있게~ 외상 꼭 달고~ 하하하"
리처드는 헤르만의 대답도 듣지 않고 그대로 줄행랑 쳐버렸다.
이렇게, 엘딘은 가출해 나와 처음으로 외지의 사람과 인연을 맺게 되었다. 그것도 아주 마음에
드는 건장한 용병과.
-To Be Continued-
엘딘과 리처드와의 만남이었습니다 ! 크 ㅠ 정말 하루하루가 바쁩니다 ㅠ 이제서야 올리네요.
음 3편에서도 좋은 반응이 나와 정말 행복합니다 ㅠ
세르나데님, xlddl님, 김창범님, 케말란이님, 페니쉬님, Selonix님, 왕왕님, 농심 신라면~!님,
오레오님, 휘련님
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ㅠ 10분이나 댓글을 달아주셔서 ㅠ 전 정말 매번 감동 먹습니다 ㅠ
정말 저에게 크나큰 은인이십니다 ! 앞으로 노력하는 틴휘슬이 되겠습니다 !
그럼 허접한 작가 휘슬은 이만 사리지겠사옵니다 ~~
첫댓글 1빠네여 후후 . . . 잘봤어요! 갠적으로 리처드가 마음에 들어요-_-+ㅋ건필하세요~
와 재밌어요>_< 담편
캬~ 역시 휘슬님 묘사력은 증말로 멋집니다. 필체도 너무 좋구ㅜ_ㅜ 완전 실려파.....볼때마다 느끼는겁니다ㅋ 다음편 기대할게요~
와~~ 용병사람들 참 친절하네요. 병원비도 다 내주고.... 참 착해요.
음 저기 윗부분에서요 챕터마을 설명할때요, [소규모 조합이 생겨났다. 하지만 그 소규모 조합] 에서요 하지만 보다는 그런데가 더 어울리지 않을까요 ㅜㅇㅜ 켁>_< 아닌가....어쨋든 쥔짴 재밌어
그런가 가타욧ㅋ 와 예리하시당-_-
어, 틴휘슬님!! .......가끔가다제소설에 리플달아주신 고마우신 분T_T 휘슬님 소설 잘쓰시네요♡ 건필하세요!!
리필하나 써줬는데 쪽찌 날려주신 틴휘슬님!! 소설 진짜 재미있어요~!ㅋ
헤르만과 리처드의 대화 웃기군요ㅋㅋㅋ 리처드! 기대됩니다~^ㅡ^ 흠 정말 무슨 스토리가 전개될지 기대되는군요ㅠㅡㅠ 다음편 빨리 써주3~ 궁금해요ㅋ 수고하세요~틴휘슬님^ㅡ^
이리저리 돌다가 한번 더 보는데 오타 발견했습니다 !!! (리처드는 어느내 엘딘에게 말을 놓았다)에서 어느새 아닌가요?ㅋㅋ 틴휘슬님도 실수를 하시는군요ㅋ (흐악~아까 잠을 좀 잤더니 잠이 안와요...)
휘유 이번편도 재밌었습니다 (생글) 아아 저는 언제쯤 휘슬님처럼 부지런한 작가가 될 수 있을런지..(먼산)
아하하하... 또 뎃글넣어요 걸필하세요`~~~>_<
이제 와서 봐요ㅋㅋ 다음편도 바로 보러 가야겠어요^^
담편바로 보러 고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