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혼자서 진지하게 고민해봤습니다.
음, 내 글이 재미가 없는걸까(...)
퇴방에서는 세분이 거의 의무적으로 꼬리말을 달아주셔서(<-)
솔직히 즐거운 마음으로 올리고 있습니다만,
다른 곳에서는 영 반응이 싸늘하군요.
참 기분이 뭐합니다. 그렇다고 이렇게 금새 반응해 버리다니, 나란 사람이란(쯧).
새삼스럽지만, 나나 트리뷰트 앨범 중
Sugar Guitar란 곡이 너무 좋습니다.
중간에 '카와이'이러면서
속삭이는 게 완전 나나 이미지 오버랩 게이지 100%만땅
이라서 완전 반해버렸달까요.
에르는 이카렌의 심부름을 위해 마을로 나섰단다. 지금까지 이카렌과 함께 마을을 돌아다니거나, 산책을 한적은 있었지만 혼자서 집 밖에 나가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어. 그건 공작의 아들로 살던 시절에도 마찬가지였지. 그때는, 정원에 산책을 나가는 것 조차 주변의 눈치를 봐야했기 때문에 아무리 화려하고 즐거운 축제와 파티가 열린다고 해도, 에르에게는 먼나라 이야기였을 뿐이었단다. 에르가 불쌍하니? 하지만 지금 에르의 마음에는 흥분과 호기심과 즐거움만 가득하단다.
# 방문자 No. 4 [아주 긴 이야기] #
말도 못하는 에르에게 이카렌이 따로 심부름을 보낸데는 사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단다. 하델이 치료를 핑계로 열심히 에르를 괴롭혔거든.
이카렌은 언제나 아침이 되면 어딘가에 다녀오고는 했단다. 에르에게는 이카렌이 없는 이 아침시간이 가장 지옥이었고, 하델에게는 가장 신나는 시간이었지. 이 날도 하델은 어디선가 구해온 말랑말한 털이 달린 풀을 에르의 발바닥과 겨드랑이에 필사적으로 부벼대고 있었단다.
"흐흐흐, 에르. 웃어야 병이 낫는거야. 웃어, 웃는거야."
말로는 치료를 핑계로 대고 있었지만, 결국 자신이 즐기고 있었던거지. 에르가, 웃다가 도망치고, 또 웃다가 도망치고, 급기야는 배가 아파서 눈꼬리에 눈물을 찔끔찔금 매달았는데도 하델은 오히려 더 신나하며 열심히 에르를 쫓아다녔단다. 평소 운동부족이었던 탓에 얼굴은 시뻘개지고, 숨은 헉헉대면서도 뭐가 그리 좋은지 히죽 웃고 있는 모습은 영락없는 괴물이었지.
이카렌이 아침 외출을 마치고 상쾌한 얼굴로 집에 들어서자마자 에르는 쪼르르 달려가 이카렌의 뒤에 숨어서 흑흑대며 눈물을 훔치기 여념이 없었단다. 단박에 상쾌하던 이카렌의 얼굴이 확 구겨졌고, 하델은 찔끔하고 숨을 곳을 찾기 시작했지. 이카렌은 구겨진 얼굴을 휘휘 돌려 주변을 살펴봤단다. 그리고 더욱 얼굴을 구겨 버렸어. 얼마나 난장판이었겠니. 하나는 살자고 도망치고, 하나는 죽자고 쫓아댕겼으니 온 집안 물건들의 반절이 뒤집어지고 쏟아져 버린 건 당연한 일이었지.
"하델!"
온 집안에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우렁찬 이카렌의 외침에 하델은 옴마야, 하고 푹 수그렸단다. 그러다 차앙, 하는 등골이 오싹한 소리가 들려 설마하는 마음에 하델이 슬며시 고개를 들었더니 아니나 다를까, 악귀같은 얼굴을 한 이카렌이 언제나 허리춤에 꽂혀만 있던 검을 뽑아들고 마구 달려오는 게 아니니. 그래서 말이다. 이번에는 하델과 이카렌의 숨바꼭질이 시작되고 말았단다.
에르는 그 엄청난 숨바꼭질에 휩쓸리고 싶지 않아 이카렌이 하델의 이름을 외치던 때부터 이미 집 밖으로 피신해있었지. 한참 뒤에, 하델을 마음껏 혼낸 이카렌은 에르에게 여러가지가 적힌 작은 종이 한장과 돈을 쥐어주며 심부름을 보냈단다.
이것이, 에르가 혼자서 심부름을 떠나게 된 이유란다.
에르는 사실 언제나 두 사람의 관계가 궁금했단다. 나이가 많고 의심이 많지만, 긴장이 풀리면 장난이 심해지고 마음에 드는 게 생기면 일단 괴롭히고 보는 마냥 어린아이같은 하델과, 하델보다는 어리지만 생각이 깊고 자상하게 에르와 하델을 챙겨주는, 그러면서도 작은 것 하나에도 반짝이는 호기심만큼은 에르도 능가하는 이카렌은 나이차 때문인지 부녀로도 보였고, 하는 행동을 보면 남매지간인 것도 같았거든. 처음엔 두 사람이 부부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봤지만 각자 따로 방을 쓰는 걸 보면 그건 아닌 것도 같고. 정말 두 사람의 관계는 어린 에르의 상상을 무궁무진 하게 늘려놨단다.
마을에 들어선 에르는 잠시 고민을 해야 했단다. 어디부터 가야할지 감이 안잡혔기 때문이야. 아까도 말했듯 혼자서 길을 나선 건, 비록 집 근처긴 해도, 오늘이 처음이었으니까. 하지만 곧 기억을 더듬어 이카렌과 항상 함께 가던 가게를 향해 갔단다.
"어이구, 꼬마 아냐? 오늘은 웬일로 혼자냐?"
가게 주인은 에르를 반갑게 맞이해줬단다. 이 곳 사람들은 이카렌과 하델처럼 어느 날 부턴가 나타나 마을 곳곳에 얼굴을 들이밀고 다니는 에르를 꼬마라고 불렀단다. 역시나 에르가 지금까지 무엇을 했고, 어디에서 왔으며, 어쩌다 이 곳에 눌러살게 됐는지는 아무도 알지 못했어. 하지만 그들은 마치 처음부터 이 마을의 사람이었다는 듯 자연스럽게 에르를 받아들여줬고 그것을 에르는 언제나 감사하게 여기고 있었단다.
말을 하지 못하는 에르는 우악스런 손짓으로 붕붕, 머리를 엉클어뜨린 가게 주인을 향해 수줍게 웃으며 이카렌이 적어 준 종이를 보였단다. 가게 주인은, 이거랑, 또 이거랑, 하고 중얼대면서 종이에 적혀 있는 물건들을 하나씩 챙겨줬단다. 바구니 가득 물건을 챙겨서 쥐어주는 가게 주인에게 돈을 주고, 꾸벅 인사를 한 에르는 조금은 여유로운 마음으로 상점가를 돌아다니기로 했단다.
에르의 눈에는 모든 것이 다 신기하게만 비쳐졌단다. 알록달록한 색깔의 과자들이 그랬고, 화려한 문양의 옷들이 그랬고, 날카롭게 빛나는 무기들이 그러했지. 그렇게 정신없이 바라보고 있으면, 가게 사람들이 나와 에르에게 이것저것 보여줬단다. 에르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물건 구경에 여념이 없었어.
그러다보니 어느 새 해가 저물어가기 시작했단다. 아차 싶어진 에르는 부랴부랴 돌아가는 걸음을 서둘렀단다.
"저, 뭣 좀 물어보고 싶은데."
에르는 걸음을 멈추고 질문을 한 사람을 바라봤어. 그는 머리도 검었고, 입고 있는 옷도 검었고, 심지어는 신발도 검었단다. 단 한가지, 그의 허리에 매여져 있는 검만이 위험스레 반짝이고 있었지.
"혹시 여기에, 의술을 지닌 마법사와 여검사가 어디서 살고 있는지 아니?"
에르는 순간, 하델과 이카렌을 떠올렸지만 곧 그 생각을 지웠단다. 하델은 미치광이 의사라고 불릴만큼 괴팍했지만 꽤 좋은 의술을 지닌 의사였지. 하지만 결코 그가 마법을 쓰는 건 본 적이 없었어. 그리고 이카렌은 언제나 쌍검을 지니고 다녔지만, 그 검들로 무언가 검술이라고 불릴 만한 것을 행하는 건 본 적이 없었단다. 기껏해야 아까처럼 하델을 혼내기 위한 몽둥이로 쓴게 고작이었지.
에르가 고개를 설레설레 젓자, 남자는 쳇하고 불만을 표시했단다. 참 건방진 사람이다, 라고 생각한 에르는 다시 가던 길을 서두르려 했지.
"하나만 더 묻자. 검은 머리에 열 세살쯤 된 꼬마인데, 이름이 엘르, 음, 그래 엘르린이라고 하거든. 혹시 여기 사는지 알고 있니?"
순간 에르는 그대로 경직하고야 말았단다. 엘르린이라면, 공작의 저택에서 쫓겨나면서 함께 두고온 이름이었으니까. 아니, 그보다 자신을 찾고 있다는 건 아직도 에르가 죽지 않고 살아있다는 걸 형들이 알아버렸단 얘기가 되니까 말이다.
에르는 곧, 정신을 차리고 힘차게 도리질을 쳤지만, 남자의 눈은 이미 가늘어질대로 가늘어져 에르의 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지.
"너, 뭔가를 알고 있구나."
남자가 에르의 어깨를 잡고 묘하게 웃으며 말했단다. 에르는 그 웃음에서 익숙한 무언가를 발견했단다. 다른 이를 괴롭히며 즐거워하는 자들의 웃음, 바로 형들이 에르를 향해 보이던 그 웃음을 말이야.
에르가 남자의 손을 소리나게 탁하고 쳐냈지만, 남자는 그따위것쯤 신경도 쓰지 않는다는 듯 보였단다. 오히려 그 기분나쁜 웃음만 진해질 뿐이었어.
"아무래도 나랑 같이 좀 가야겠다."
그리고 순식간이었지.
정말 순식간에 그 자리에서 에르와 남자가 사라져 버렸단다. 남은 건 에르가 들고 있던 바구니에서 빠져나와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고 있는 사과 한개 뿐이었어.
첫댓글 하아...그 남자는 누굴까...울지 못하는 넌 아마 울지도 못할걸이라...울지 못하는 내가 그 어떤 일이 있더라도 울수가 없다는 건가..울고 싶어도 그런건가... <- ...
제미없다뇨!! 절대 아니에요
흠, 그럼 모아서 한꺼번에 올리는 건 어떠세요? 짧게 끊어서 올리시니까 뭐랄까요, 몰입하다 툭 끊겨버린 느낌이 든다고나할까요.
마지막 말. 잘자고, 좋은꿈꾸거라. 독서실에서돌아와서쓰는댓글이라서그런지200%공감. ㅋ. 그남자는하수인에분명한거죠? 건필!
아아...설마 납치?!!!
으음..미소년 납치..< 재미없다뇨.난 이 글을 보려고 이틀에 한번씩 꼬박꼬박 들어오고 있는데..에헤헤//ㅂ// 잘자고,좋은 꿈 꾸거라..요즘 제일 듣고싶은말이예요.헤헷
진심 잼있음 기달리구 있음 항상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