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2일(연중 제15주일) 열매 맺는 삶
씨앗은 정말 신비롭다. 어떻게 그렇게 작은 것에서 저렇게 큰 나무와 열매가 생겨서 나오는 걸까? 우리는 단지 성장하고 열매 맺는 과정만 설명할 뿐 그 모든 것이 어떻게 그 작은 것 안에 다 담겨 있는 건지 알지 못한다. 예수님은 당신이 전하시는 말씀을 바로 그 씨앗에 비유하셨다. 지극히 단순한 내용이지만 그 말씀을 마음에 담고 그대로 실천할 때 ‘나’라는 존재는 많은 열매를 맺게 돼 있다.
이사야 예언자는 하느님 말씀을 비가 땅을 적셔 곡식과 열매를 내주고 다시 증발하여 하늘로 올라가는 것에 비유해서 하느님은 반드시 당신 뜻을 이루시고야 만다고 한다.(이사 55,11) 예수님은 씨앗의 비유를 풀이해 주시면서 씨는 하늘나라 하느님의 말씀이라고 하신다. 씨앗은 수백, 수천 년 그대로 있다가도 조건만 맞으면 싹을 틔우고 뿌리를 내린다. 씨앗, 하느님 말씀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고 완전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변하지 않는다. 그것을 받아들이는 우리 마음, 그에 대한 태도, 결심이 문제다. 예수님은 그 마음의 밭과 땅을 네 가지로 분류하셨다. 세 가지는 열매를 맺지 못하는 땅이다. 이 비유를 들을 때마다 자신은 어떤 땅인가 성찰하게 되는 데, 생활과 마음의 상태에 따라 세 가지에 다 해당한다. 한두 번 빠지던 것이 한두 달, 10년 20년이 넘는다. 사는 게 너무 바쁘고 힘들면 신앙이 짐스럽게 느껴져 바쁜 거 지나면 성당에 나갈 거라고 한다. 신앙의 뿌리가 약한 탓이다. 우리는 좋은 땅이 되어야 한다. 자신의 삶이 수십, 수백 개 열매를 맺게 되기를 바란다.
흙 속에 잘 심긴 씨앗이 싹을 틔우고 뿌리를 내리는 거처럼 좋은 땅은 하느님 말씀이 그 사람 안에서 그가 살아가는 원리가 되고 목적이 되는 사람이다. “좋은 땅에 떨어진 것은, 바르고 착한 마음으로 말씀을 듣고 간직하여 인내로써 열매를 맺는 사람들이다.”(루카 8.15) 믿음이 없거나 약한 사람은 수십 수백 번을 들어도 하느님 말씀을 자신의 삶과 상관없는 광고문구처럼 여기거나 아예 기억조차 하지 못한다. 그의 삶은 세상사에 함몰되어 삶의 의미와 목적을 점점 잊어버리게 된다. 그들은 “보아도 보지 못하고 들어도 듣지 못하고 깨닫지 못하는”(마태 13,13) 이들이다. 반면에 믿음이 있고 또 깊고 단단한 사람은 시련을 겪을 때 신앙에 더 의지하고, 신앙 때문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오히려 그의 신앙이 더 굳고 깊고 순수해진다. 예수님이 거센 풍랑 위로 걸어 오셨던 거처럼 그들도 삶의 시련을 시간이 지나면 잦아질 한낱 풍랑 정도로 여기게 된다. “사실 가진 자는 더 받아 넉넉해지고, 가진 것이 없는 자는 가진 것마저 빼앗길 것이다.”(마태 13,12) 신앙은 그를 더 깊고 또는 더 높은 차원으로 옮겨 놓는다. 바오로 사도는 그것을 봤던 거 같다. “형제 여러분, 장차 우리에게 계시될 영광에 견주면, 지금 이 시대에 우리가 겪는 고난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로마 8,18)
그런데 예수님은 우리 신앙과 삶을 아름다운 꽃이 아니라 곡식 또는 과일나무에 비유하셨다. 나무 열매는 나무의 것이 아니라 이웃을 위한 것이다. 먹으라고 내어주는 것들이다. 삶의 최종 완성은 무성한 잎이나 아름다운 꽃이 아니라 먹음직스러운 열매다. 내가 완전히 이타적인 존재, 이웃을 위한 선물이 되는 게 인생의 완성이고 또 구원이다. 세속이 가르치는 것과 많이 아니, 완전히 다르다. 완전한 인간이신 예수님이 먼저 그리고 그분 뒤를 이어 많은 성인과 순교자들이 그렇게 살다가 떠났다. 세상 속의 그리스도인은 꽃이 아니라 곡식과 열매 같은 존재이다. 바오로 사도는 말한다. “사실 피조물은 하느님의 자녀들이 나타나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습니다.”(로마 8,19) 이제는 가장 작은 이들뿐만 아니라 환경 파괴로 신음하는 다른 피조물들도 하느님의 자녀인 우리들이 와주기를 기다리고 있다. 하느님 말씀이 내 안에 더 깊이 뿌리를 내려 좋은 열매를 많이 맺어 이웃과 피조물에게 선익(善益)이 되기를 바란다.
예수님, 주님 말씀이 제 안에 뿌리를 깊이 내려 신앙의 신비를 깨닫게 해 주십시오. 복음과 사랑은 좋은 영상이 아니라 만남을 통해서 제일 잘 그리고 제대로 전해지고 그를 구원한다고 믿습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주님 말씀을 실생활에서 더 잘 깨닫게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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