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탕을 수입·판매하는 S사 관계자는 지난 28일 "정말이냐?"고 물었다. 그는 "우리도 전에는 후쿠시마산 사탕을 수입했지만 방사선 누출 사고 이후엔 그쪽 제품은 안 들여온다"고 말했다. 그 관계자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일본산이라면 제조지까지 따지는 소비자가 급증했다"며 "그런 마당에 후쿠시마산을 누가 사겠느냐"고 되물었다.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 이후 일본산 먹을거리에 대한 공포가 국내산 수산물의 소비까지 위축시키고 있는 요즘, 공포의 진원지인 후쿠시마에서 생산된 식품들은 정작 소리 소문 없이 수입되고 있다. 수입 목록에 든 대표적 식품 중 하나가 사탕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올해 8월까지 1만㎏(10t)이 넘는 후쿠시마산 사탕이 수입됐다. 100g짜리 포장으로 치면 10만 봉지 분량이다. S사 관계자는 "보통 컨테이너 하나가 15t인데 우리 회사만 해도 한 해 300t의 사탕을 수입한다"며 "시장 전체로 보면 미미한 물량"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많고 적음을 떠나 후쿠시마산을 수입하는 곳이 있다는 것 자체가 뜻밖"이라고 말했다.
각종 '일본 방사능 괴담'이 보여주듯 일본산에 대한 한국 소비자의 민심은 흉흉하다. 후쿠시마산 식품이라면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런데도 그곳에서 만들어진 먹을거리가 계속 수입되고 있다면 당장 '도대체 누가 사먹는다는 말인가?' 하며 갸우뚱할 수밖에 없다. 후쿠시마산 식품, 어떤 종류가 얼마만큼이나 들어오는 것일까?
◇안주류·청주·사탕 등 꾸준히 수입돼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일본산 농·수산물이나 가공식품을 수입하려면 두 단계 관문을 거쳐야 한다. 먼저 일본 정부의 방사능 검사 성적서를 따야 하고 우리 식약처의 전수 검사를 통과해야 한다. 여기서 전수 검사란, 같은 제품이라도 매번 물량이 들어올 때마다 샘플을 추출해 검사한다는 의미로, 모든 물량을 검사한다는 건 아니다.
후쿠시마현과 그 인근 13개 현에서 나는 농·수산물은 아예 수입 금지 상태다. 농산물은 후쿠시마산 쌀·버섯·순무 등 16개 품목, 수산물은 후쿠시마산 명태·대구 등 49개 품목이다. 이들 품목은 일본 정부가 스스로 출하 금지 대상으로 정한 것이다. 따라서 후쿠시마산 식품은 오직 가공식품 종류만 수입이 가능하다.
식약처는 2011년 3월부터 매일 혹은 매주 일본산 수입식품에 대한 방사능 검사 결과를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 품목과 중량, 방사성 요오드와 세슘의 검출 여부, 해당 식품이 만들어진 시점과 현(縣) 단위 생산지를 한눈에 알 수 있다. Why? 취재팀이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올해 8월까지 30개월 동안 총 15개 품목, 188t의 후쿠시마산 가공식품이 국내로 들어왔다.〈그래픽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