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0. 대학교수 김병조
지난 이야기는 “꽃잎이 떨어져도 꽃은 지지 않네(1)” 였습니다. 오늘은 잡스런 일상입니다.
한때 개그맨으로 잘 나가던 김병조 씨가 대학교수가 되어 회사를 찾았다. 회사의 “명사초청 인문학특강” 프로그램의 강사로 초청되었다고 하기에 김병조라는 교수가 있구나 했는데 연단에 서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배추머리 김병조씨”였다.
방송계를 휘어잡던 시절, 전두환 대통령의 군부독재시절인 1987년 6월 10일은 6.10항쟁이 있던 날이고 민주정의당 전당대회도 같은 날 개최되었다. 김병조 씨는 민주정의당의 부름을 받았는데 민정당의 부름은 Code 1의 부름이기도 하니 거부할 수 없는 자리였다. 김병조 씨에게 주어진 개그시간은 3분으로 3분 분량의 개그를 짜내 사전 검열을 받았고 분위기를 살려달라는 부탁에 애드립이 추가되었다.
“민정당(민주정의당)은 민족에게 정을 주는 정당이고 통진당(통일민주당)은 민족에게 고통을 주는 정당”이라는 애드립을 했다가 엄청난 사회적 비난으로 방송활동을 중단해야 했다. 국민이 비난하는 전두환 정권을 옹호하는 개그를 했다가 6.10항쟁으로 민주화 열풍이 몰아치자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역사의 죄인이 된 것이다. 낙향한 김병조는 실의에 빠져 죽으려 마음먹었는데 마음을 잡아준 분이 어머님이셨다. “밥만 먹고 살면 된다.” 자살을 포기한 김병조 씨는 지방방송에도 출연하지만 “명심보감”을 가르치는 대학교수가 되었다.
개그맨 김병조 씨가 대학교수로 보이기 시작한 것은 “명심보감”에 대한 유창한 강의보다는 그의 줏대 있는 말 때문이었다.
나 하나쯤은 술, 담배를 하지 않아야 하지 않겠냐?
잘 나가는 연예인들이 모두 강남에 살아도 나 하나쯤은 하층민이 사는 도봉구 월계동에 살아야 하지 않겠냐?
모든 연예인들이 고가 외제차를 타고 다녀도 나 하나쯤은 국민차인 쏘나타를 타고 다녀야 하지 않겠냐?(최근 에쿠우스로 바꿨단다)
긴 세월 대학 강의를 하면서 두 번의 결강은 광주행 비행기가 안개로 결항되었기 때문이며, 이후에는 기차를 타고 출강하는 그는 한 달 월급 90만 원 정도 받는 명심보감을 가르치는 교수다. 남들과 비슷하게 살려하는 것이 인간의 습성인데 김병조씨 같이 혼탁한 세상에서 줏대 있는 삶을 사는 것은 쉽지 않다.
얼마 전 후배가 찾아 와서 상하관계, 동료관계에 대한 고민 상담을 했다. 고민 상담을 하는 후배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들만의 문제가 아닌 내 자신의 고민과 같다. 고민을 상담하는 직원이나 전입한 직원들에게 처음에 당부하는 이야기도 비슷한 맥락의 이야기다. “본인의 가치관을 바탕으로 삶의 기준을 정해 살아가라.”
살아가다보면 부딪치는 문제들은 대부분 인간관계에서 비롯된다. 갈등의 단초는 항상 상대방과의 가치관이 충돌하는 것으로 이기심이 아닌 이타심을 갖고 쳐다볼 필요는 있다. 하지만 이타심을 갖고 쳐다봐도 내가 추구하는 삶의 방식과 다를 경우에는 본인의 길을 가야 한다. 상대방을 십분 이해를 하더라도 내 삶의 방식을 바꿔야 하는 문제와 봉착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주위의 조언을 듣겠지만 결국에는 본인이 결정해야 한다. 먹을 쌀이 떨어졌다고 아이들에게 도둑질을 가르쳐주지 못하듯 직장생활이나 가정생활에서도 삶의 방향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어떤 직장인의 삶을 살 것이냐? 어떠한 가치관을 갖고 직장 생활을 할 것인가? 그것은 남이 결정할 사항이 아니라 내 자신이, 내 마음이 결정할 사항이다. 배추머리 김병조교수님이 삶의 기준을 정립하여 후학들을 가르친다고 해서 한마디 적어봤다.
2015.09.06 전력사업처 임순형Dre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