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한 저자는 오는 11월 1일 KBS홀에서 거행 되는 성우의 날 기념식에서 성우 30년 근속패를 수상한다.
1장 / 더하여 사랑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거든
슬프지 않은 사랑은 없습니다
사랑의 가해자가 되지 말아요
아파서 아파하지 말기로 해요사랑은 사랑이어야 합니다
그놈의 지긋지긋한 사랑은
더하여 사랑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아
살아 다시 볼 수 없더라도
눈물도 행복으로 알게 한 당신
당신을 사랑합니다(Valentine Day)
하루에도 몇 번씩
내 심장을 밟고 지나간 사람
오고 있겠지요
사랑 배달왔습니다(White Day)
2장/ 남이어도 사랑하겠습니다 남이어도 사랑하겠습니다운 만큼 웃을 날 있겠지요
불면 티켓
누군가를 떠난다는 것은
오늘 같은 날
날 닮은 가슴하나
혼자 돌려 보내려거든
흐린날에
미친놈
눈물 꽃으로 피더라도
한 남자가 울고 있었습니다
비가 내리면
코스모스 한 닢 따서
그 사람 외롭고 힘들 때
보고싶다
내 안에 피어 있는 사람아
나를 아시나요
3장/ 그 사람 당신이면 좋겠습니다 그리움입니다
그 사람 보고 싶은지요
햇살 참 좋은데
생명과 영혼
기댈 수 있게 해 줄래요
축하해요, 나를 기다려준 당신
마저 가져가면 안될까요
내 가슴에 비
그 사람 당신이면 좋겠습니다
혹여 다시 돌아올까
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기다리는 것은
너 바보니 못된 거니
이제 다시는
너니까
낯선 사람이 그리운 날이 있습니다
아픕니다
4장/ 이별에 익숙한 사람은 싫습니다 너무나 그리워서
당신도 그런지요
그 마음 어디에도
이별에 익숙한 사람은 싫습니다
당신은 그 사람과 이별을 한 것이 아닙니다
바보같이 천치같이
내가 아니기를
창가에 꽃병 하나 세워두고
한 사람 곁에서 떠났을 뿐인데
바람 끝에 비냄새가 묻어나는 날
차라리 심장을 도려내고 말 일입니다
완전한 혼자면
도둑 발자국
버려진 우산 하나 펼쳐져 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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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민 시집해설.
발문
왜 가을 길을 혼자 걸었습니까
박이도
드디어 천상의 목소리 김영민의 ‘사랑’ 배달이 시작되었다.
김영민은 평생 목소리로 자신의 감정, 사상을 공중파로 전하는 천상의 목소리를 가진 성우(聲優)이다. 김영민은 오래 동안 체험하고 경험하고 생각해 온 바를 자신의 감성 언어로 펼쳐 나간다. 일상 속에서 마주하는 사람들과 연기를 통해 직간접 체험한 갖가지 인물들, 그들과 주고받은 감정과 느낌을 되짚어 사색하고 명상하는 차원원에서 시의 언어로 형상지어 승화시킨 것이 이 처녀시집 <사랑 배달 왔습니다>이다. 그는 천생의 이야기꾼이다. 집요하고도 끈질기게 ‘사랑’을 강론한다. 마치 아라비안 나이트의 이야기꾼들처럼 말이다.
김영민에게 ‘사랑’은 어떤 것일까. 무엇이 사랑일까.
“당신은 지금 진정 사랑하고 있는가? 아니면 사랑 아닌 사랑을 하고 있는 건 아닌가?
그 사랑이 행복 한가 아닌가?”라고 질문을 받는다면 어떤 반응을 보이겠는가. 한번 자문해 보기를 권한다. 상당한 수의 사람들은 지금 내 삶이 참 사랑인지 아닌지 행복한지 아닌지를 딱 부러지게 의식하지 못하고 있을 수도 있다. 또 무엇이 행복한 것이고 불행한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분별하기도 어렵다면 그런 부류의 사람들이야말로 어쩌면 행복한 삶, 행복한 시절을 보내고 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행복이란 인생론의 주된 테마일 것이다. 인문학의 종교, 예술, 철학 따위를 종합해 삶의 의의와 가치를 제고(提高)시키며 이를 자신의 자유 의지대로 누리는 삶일 것이다.
사랑은 행복이란 어휘의 동의어에 값한다. 에로스에서 아가페적 사랑에 이르기까지 그 모두를 공유 하는 것이 참 사랑이요 행복일 것이다. 인간의 삶은 행복과 불행복의 연장이요, 사랑의 기쁨과 슬픔의 변화무쌍한 갈등이며 동시 현재 진행형의 인생행로일 수밖에 없다.
상처 받았나요
슬픔에 싸여있나요
절망에 빠져있나요
아무것도 할 수 없나요*
왜 상처 받았는지
왜 슬픔에 빠졌는지
왜 절망에 빠졌는지
왜 아무것도 할 수 없는지*
그 모든 까닭은 사랑하지 않았다면/
결코 있을 수 없었겠지만*
사랑은 그 상대를 믿는게 아니라/
내가 나를 믿어야하는 것입니다 내가 나를 믿고 내가 한 사랑인데/
상처받고 슬퍼하며 절망한들/모두가 내 탓인데 어쩔 수 있겠습니까*
감당할 수 없다면/
차라리 그 감당할 수 없음을/
감사하면 어떨지요*
다만/
그상처와 그 슬픔과 그 절망을 주는 쪽이/
내가 아니기를 간절히*
아주,/아주··· 간절히 바랄뿐입니다*
*표는 인용한 연 단위를 구분하기위한 것임
(‘내가 아니기를’에서 발췌)
주체적인 자기정체성을 윤리적 차원에서 확인하고 이 같은 상황이 변할지라도 긍정적으로 수용한 다. 사랑의 의무, 상대적 사랑의 정의를 시적 화자 나름으로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사랑은 그 상대를 믿는 게 아니라/내가 나를 믿어야하는 것”이기에 사랑으로 인한 상처와 절망들은 모두 자기 탓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사랑에는 상대적 조건이나 목적이 없다. 전적으로 자신의 업보로 생각하고 있다.
소설가 프랑수아 를로르는 한 소설속의 화자를 통해 “행복을 목표로 삼는 순간부터 그는 불행해진 다”고 기술한바 있다. 그는 이런 부류의 사람들을 스스로, 불행하지 않은데도 불행하다고 느끼는 정신의학적 환자들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자기중심적인 부박(浮薄)한 세태에 대한 격언이 될 만한 말 이다. 이런 격언을 빗대어 보면 ‘내가 아니기를’은 사랑이 행복이 목표가 아닌 순명적(順命的)인 아가페적인 사랑임에 틀림없다. 그럼으로 김영민의 사랑과 행복 론은 불변의 진리인 격언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이 시집에 수록된 사랑과 행복 론은 모두 자신의 의지대로 받아들이고 펼쳐가고 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금잔디도 있고
키 작은 코스모스도 아직 있고
소국도 마지막 향기를 뿜고
낙엽냄새가 가득한
가을 길을 혼자 걸었습니다
아픔니다
혼자 걷기에 아픈 것이 아니라
둘이서 걷던 때가 생각나 아팠습니다
(‘아픔니다’의 전반)
가을 정경 속을 “혼자” 걸었다고 묘사한다. 정겨운 스케치이다. 이 첫 연의 주어는 혼자 걷는 화자인데 혼자 걸었다는 팩트가 시적 상상력을 불러일으킨다. 다음 연에서 돌연 과거의 추억이 상기되어 “아픔니다”고 고백한다. 과거에 함께 걷던 이와의 관계를 사랑에 인연을 둔 이별을 상상해 볼 수 있 다. 또 시간적 흐름, 지리적 거리가 물리적으로 떠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을 수도 있다. 함께 걷던 이가 어떤 존재이든 현재엔 결여상태에서 추억의 대상, 그리운 이의 상대가 되어 있는 것이다.
칼 붓세의 시에 “산 너머 저 쪽 하늘 저 멀리/행복이 있다기에/나도 남들 따라 찾아 갔다가/두 눈에 눈물만 머금고 돌아왔네”(‘산 너머 저쪽에는’에서)라는 시구가 있다. 김영민의 시에선 과거의 구체적 인 상대를 그리워하는 것이고 붓세의 시에선 행복이라는 동경의 꿈을 찾아 헤매어도 그 실상을 만나 고 누리지 못한 아픔을 노래하고 있다. 두 시에서 공통점은 부재(不在)한 사랑과 행복에의 명상적인 이야기이다. 인생은 추억에 살고 소망의 꿈을 좇아 사는 존재임이 아닌가.
쓸쓸한 것 보다 더 외롭고
외로운 것 보다 더 고독하고
고독한 것보다 더 괴롭고
괴로운 것보다 더 힘든 것은
하다가 흩어져버려
다하지 못한 사랑 전하지 못해
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기다리는 것입니다.*
그립다는 것은 보고 싶다는 것이며
보고 싶다는 것은 기다린다는 것이며
기다린다는 말은 아직도 사랑하고 있다는 말이기에/~/
모두가 아직 사랑한다는 것의 동의어같은 말입니다*
(‘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기다리는 것은’에서)
기다림이란 단어가 외로움, 고독, 괴로움의 상징어가 된 작품이다. 상징어란 무엇인가. “마음속에서 경험하는 감정과 사고(思考)에 대한 <그 무엇을>대신하고 있는 것”(에리헤 프롬)이라고 말한다. 이 에 따른다면 이 작품에서 기다림은 신기루 같은 환영일 수도 있다. 누군가를 간절하게 기다리는 신념, 그것이 이야기꾼 김영민의 사랑의 팡세, 행복의 아포리즘이 된 것이다.
김영민은 스스로 자기가 쓴 시를 음악으로 치면 클래식이 아니라 대중가요라고 말한다. 그래서일까 필자는 이 시집에 실릴 시 편들을 단숨에 다 읽었다. 그만큼 어렵지 않고 쉽다. 슬프고 아프고 재미있다. 그리고 결코 가볍지 않은 아리한 감동이다. 발문을 쓰려고 이 시집을 덮으면서 시인이 내 얘기를 어떻게 알았을까 눈물을 찔끔거리며 벌써 다음 시집이 기다려진다.
김영민, 그는 천상의 목소리를 가진 성우며 천상의 감성을 가진 시인이다.
성우시인 김영민의 등단과 처녀시집<사랑 배달 왔습니다>의 출간을 축하합니다.
2013년 가을. (필자 시인· 전 경희대 국어국문학박사 교수)
첫댓글 존경하는 홍해리 선생님 임보 선생님을 비롯한 우리시 선배시인님들께
차마 송구하고 부끄럽습니다.
어쩌다 얼떨결에 감히 등단을 하게 되고 이렇게 부족한 졸작들이 엮어져
시집으로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감히 부족하기 이를 때 없는 제가 혹여 시단과 문단에 누라도 끼치면 어쩌나
너무 많이 염려 되고 죄스럽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이제부터라도 더욱 공부하고 노력하여 님들의 후배로서 부끄럽지 않도록
저를 단련하겠습니다.
민망하고 송구한 마음으로 여기 안부를 올리며 우리시의 발전을 항상 기원합니다.
김영민 올림. 큰절.
벤치 님,
등단과 시집 출간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지난번 우리시회의 구룡포 여름자연학교에는 오겠다는 전화만 오고 사람은 오지 않아 섭섭했습니다.
앞으로 더욱 시의 길에 매진하여 정말 좋은 시로 사랑받는 훌륭한 시인이 되시길 기원합니다.
다시 한 번 겹경사를 축하해 마지않습니다.
아!~
존경하는 홍해리 선생님,
진정 큰 잘못을 저질러 사과의 엄두조차 내지 못하였습니다.
너무나 가고 싶었고 꼭 가고 싶어 약속을 했었는데 막상 당일 되어 스케줄을 보니 한 주 뒤로 알고 그 날은 다른 큰 방송이 잡혀 있어 어째야할지 고민만 하다가 너무 어이없는 실수의 죄책감에 전화도 드리지를 못했습니다. 정말 뭐에 씐듯 날자를 착각해 무례한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제가 무슨 변명을 드릴 수 있겠는지요?
그저 용서를 빌며 만나 뵈올 때 달게 야단 맞겠습니다.
보니 이번 27일 단풍제늘 지내시는 공지가 있어 좋아라 참석할 랬더니 그 날도 이미 다른 행사가 있어 가슴앓이하며 11월 마지막 토요일을 기대합니다. ^^;;
바쁜 분이니 그러시리라 생각했습니다.
멋진 목소릴 듣지 못한 것이 아쉬웠지만 어쩌겠습니까?
좋은 일 많은 가을이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