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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지 않고 살았다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통증 위험을 알리는 비상벨이 되고 위험을 알리는 종이 되어 적의 침공을 알려주는 통증 몸의 최전방 에서 초병이 되어24시간 근무를 하는 통증 빛보다 빠른 네트워크를 형성해 빠르게 아픔을 전하는 체부 육체의 욕망을 알려 미래를 재생하는 희망 같은 통증 아프게 하여 나라는 존재를 확인 할 수 있게 해준 통증 육체를 깨우고 부활의 힘을 부여해준 통증 힘찬 파장으로 혼돈을 초래하고 새로움을 창조하는 통증 삶을 깨우쳐준 네가 있어 안전하다 울림의 진폭은 몸을 흔들고 나를 깨운다. 나로 새롭게 진을 치게 하는구나.
마음은 젊어 있었지만. 나는 태양을 칠십 번 돌았다. 통증의 경고음 공격은 시작 되었다. 아픈 곳은 한곳을 포격하지만 느낌은 몸 전체에 전달되기 때문에 방어자는 어려움에 처한 다. 침대 의 난간을 붙잡고 전신의 힘을 다해 기도도 했고, 침대가 터져 하늘을 날기도 했 고 죽은 누나도 만났다. 통증을 달래기도 했고 엄포도 놓았지만 나는 지쳤다. 아프다. “간호사!” 병실을 뒤흔든다. 품위는 조각난 파편이 되었다. 병실사람들은 어려운 통증 을 견디다 잠든 사람도 있다. 간병을 하다 지친 사람들도 있다. 그들의 사정을 보아줄 여력 이 없었다. “간호사!” 견디기 어려워 간호사를 요청했다. 긴급 호출을 받고 간호사가 무 통주사기를 들고 뛰어왔다. 엉덩이에 주사기를 깊숙이 꼽는다. 통증은 잠시 휴식에 들어가 고 몸은 평온을 찾는다. 엊저녁부터 새벽까지 세 번째다. 통증이 후퇴한 것이 아니다. 통증 은 나를 배신하고 후퇴 하거나 달아나지 않는다. 내육신이 무통 약으로 둔해진 틈에 잠깐 쉬고 있다. 정신이 놓이고 눈이 감긴 것이다. 그러나 통증은 대뇌가 살아있는 움직이는 곳 에는 거머리 같이 따라붙었다. 완전히 마비되어 수술할 때는 천국도 지옥도 볼 수 없었으나 눈만 감으면 악몽은 계속되었다. 월남 전선의 벽지였다. 조원들과 매복 명령을 받고 낮에 정찰한 목진지 투입되었다. 야경 이 되어 눈이 감기려는데 전방에 적이 표착되어다. 철모로 암호를 전달하며 대원들에게 적 출현 신호를 했다. 선발대로 오던 두 적군이 어느 방향으로 숨었는지 보이지 않았다. 사주 경계 모형으로 배치했다. 갑작이 등 뒤에 총구가 질렀다. 정글에서 포로가 되었다. 열대여 섯 살 정도의 어린 베트콩이 발길질을 해댄다. 마구재비다. 사정을 보아주지 않았다. 맞은 곳은 아프고 푸른 멍이 들었다. 끌려가는 바닷가는 온통 기름투성이 옅다. 기름을 뒤집어 씌운다. 쇠줄로 묶어 끌고 갔다. 바닥은 원유 같은 기름이다. 발바닥에 붙은 원유는 떨어지 지 않고 매질은 심하게 가해 왔다. 찐득이는 기름 때문에 발길이 무겁다. 앞으로 가고 싶어도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잠에 깨어났다. 또다시 잠들었다. 끌려간 곳은 좁은 비트였다. 굴속은 어둡지만 통로가 좁아 넘어질 염 려는 없었다. 어두운 굴속을 빠져 나왔다. 광장이 나오더니 위로부터 빛이 들어왔다. 앞으 로는 바다가 보였다. 기름바다에 구멍이 뚫려 있었다. 구멍이 점점 넓어지더니 푸르고 큰 바다가 나타났다. 이야기만 들어오던 용궁 같았다. 그곳은 아름다운 수영장이 있고 잘 가 꾸어진 정원이 있었다. 미자 누나가 거기 있었다. “누나 어디 갔었어.” 누나의 머리에는 아우라가 있었고 아이는 잠들어 있었다. 아이의 얼굴을 보았다. 역시 나였다. 나는 너무나 편안한 모습이었다. 누나의 등에 업혀있는 나는. 성모 마리아의 품에 안긴 아기 예수와 같 이 편했다. 미자 누나는 부드러운 음성으로 “두려워하지 말라 네가 너와 예전에도 함께 있 었고 다음에도 함께 있을 것이다.” 누나는 항상 나와 함께 있었다는 것을 강조했다. 그렇 다! 누나와 같이 살아 보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검은 물들인 무명옷을 입고 누나는 나의 마 음에 언제나 있었다. 통증 같은 아기를 등에 업고 있었다. 사탄은 무거운 벽돌을 지웠지만 하나님을 믿은 누나는 천국을 향해 묵묵히 사다리를 탔다. 내가 누나를 생각하며 지낸 것 같이 누나도 나그네로 살아가는 나를 마음에 두고 있었다. 누나의 음성은 세상에서 들어 보지 못한 소리 옅다. 누나에게 물었다. “누나. 이곳이 어디야?” 누나는 웃기만 했다. 한 줄기 빛이 비쳤다. 그 빛은 햇빛보다 강했다. 월드컵 축구선수가 꼴 대에 공을 넣고 기뻐하 는 기쁨이 나의 마음을 감싸고 있었다. 하늘을 날고 있었다. 감사하다는 생각 외는 다른 언 어는 잊어버렸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병을 났게 해준다고 자기 발 씻은 물을 먹게 하고. 소년 소녀 들에게 벽돌을 지워 천국계 단을 오른다는 거짓말을 하고. 암을 고쳐 준다고 등을 후벼 팠으며. 곱사등을 펴준다며 곱 사허리를 몽둥이로 내려쳐 죽이고. 말세에는 자가용 비행기를 한대씩 주어 하늘나라가게 하 고. 고아와 과부를 거리로 내밀어 껌팔이와 앵벌이를 시키고. 말세라면서 자기는 은행에 저 금하고. 그들의 뇌(腦)가 거울처럼 비췄다. 그들은 꿈꾸는 거짓말쟁이 옅다. 뇌의 활동이 중단되면 태초의 흑암의 깊은 데로 간다. 지금 나는 살아 있기에 형상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뇌가 살아 있다. 하늘과 땅에 대한 수많은 이야기를 나에게 해주었다. 땅(지옥)을 보라며 누나는 웃었다. 그러나 나는 꿈이기 때문에 지옥이 보이지 않을 뿐이라 고 말하고 싶었다. 성경에서의 지옥은 죽지 않는 불구덩이와 소금에 튀겨지는 새우 같아도 죽지 않는 다고했다. 꿈은 악몽이고 잠에서 깨면 누나가 말하는 지옥이다. 수술을 하고 무 통 약을 제거한 다음날부터 시시각각 다가오는 통증과의 전쟁이다. 나만 치루는 전쟁이 아 니다. 통증은 너와 내가 없었다. 왕도 신하도 백성도 없었다. 통증은 땅에 떨어진 인간들이 격어야 하는 신의 저주다. 그러나 통증이 없다면 나도 이 땅에서 살아 있다고 할 수 없다. 그리고 나는 휠체어를 타고 퇴원했다. 그리고 휠체어를 버렸다. 휠체어 보다는 한 발을 가 지고 라도 땅을 밟고 싶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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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병상의 일기
너무나 고통스러웠던 기억을
우리 인간이 한없이 나약한 존재지만
또한 강인함을 다시 느껴 봅니다
다시 건강을 되찾으셨기에 지금 이렇게 만나지 않은가
하고 생각해 봅니다
의지로 꿋꿋하게 병마와 싸우셔서 이기셨습니다
승리 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우리는 누구나 통증을 지니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참고 견디며 살아가야 하겠지요.
댓글 감사합니다.
승남님의 고희의 일기.
저역시 고희의 나이에 이제 덤으로 또 한살 더 붙은지라 공감의 마음으로
잘 감상했습니다
덤으로 산다. 좋은 말씀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살아있습니다.
살아있으니 움직여야 합니다.
댓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