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병대장 앙드레가 보병훈련장쪽에서 나를 만나기 위해 걸어오고 있는게 보였다.
앙드레는 내가 군입대를 하면서 만나게 된 믿을만한 사람이다. 내가 처음 그를 만났을땐 1군단 보병훈
련교관으로 창병훈련을 주로 담당하고 있었다. 프랑스군대는 뛰어난 기병술을 자랑하고 있었지만 보
병의 대기병전술에는 약간의 문제가 있는게 사실이었다. 당시 운용되던 창병과는 고작해야 하사관들
로 이루어진 기본적인 창병술만 익힌 상태로 실전에 바로 투입되는 실정이었다. 기병술에만 주로 의존
하던터라 군에서 보병전력은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 상황이었다. 이대로 방치하고 있던 차에 로마와
의 첫 전쟁을 치루는 상황에서 이문제가 여지없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로마가 운용하는 창병전력은 우리보다 한단계 높은 아머를 착용하고 있었으며 쉴트롬 대형(한부대의
창병들이 둥그렇게 진영을 짜고 병사들 사이사이로 창을 내밀어 바깥을 바라보는 형태. 사방을 창으로
둘러서 기병방어에 뛰어난 능력을 보이지만 기동성이 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형태가 마치 고슴도치를
연상케 한다)이라는 획기적인 전술을 사용하는 잘 훈련된 창병들이 주로 투입되었고 이를 뚫지 못한
기병들 대신에 보병들을 선두에 세우게 했는데 보병이라고 해서 이들을 상대로 싸우기엔 너무나도
역부족이었다. 덕분에 애꿎은 하사관들만 계속해서 죽어나가는 실정이었다.
그러던차에 포르투칼에서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앙드레가 군에 입대하게 되고 프랑스 보병의 고질적인
이문제를 간파해내서 새로운 창병의 도입을 건의하였다. 우리에겐 약간 생소한 전술이었는데 그가 말하
길 이 전술이 바로 강력한 포르투칼 창병의 근원이라는 것이다. 실제로도 포르투칼이 무어와의 전쟁에서
이러한 창술을 사용했는데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고 한다. 이후 발전을 거듭해서 지금의 뛰어난 창병으
로 이름난 어벤투러스가 바로 그들이다.
이들이 사용하는 창술은 스피어월이라는 전술인데 아주 길고 두꺼운 창을 들고 열을 길게 늘어선 창병
들의 맨 앞열이 창을 바닥에 내리고 창끝을 비스듬히 하늘로 향하게 하고 앉았으며 두번째열이 허리춤
에 창을 대고 언제라도 찌를수 있게 자세를 취했고 세번째열이 창을 어깨위로 올려 두번째열의 머리 사
이로 창을 내밀어 높은 위치의 적도 공격할수 있게끔 하였다.
이 대형은 정면으로 돌격하는 기병들을 상대로 뛰어난 능력을 발휘했는데 맨앞열의 창이 달려오는 말
의 밑부분을 공격해서 기수를 떨어뜨리거나 말의 행동에 제약을 가해서 기병 특유의 기동성을 마비시
키는데 큰 역할을 하고 두번째열의 공격은 말뿐아니라 말에서 떨어진 기수를 공격하는 핵심적인 역할
을 했고 세번째열의 높이 든 창은 말을 타고 있는 기수라 할지라도 거리가 닿아서 기마전력을 사실상
무력화 시킬수도 있는 획기적인 전술이었다. 이토록 뛰어난 전술임에도 불구하고 이것역시 단점이
존재했는데 스피어월을 취한 상태로의 창병대형은 움직임이 둔해져서 적이 급하게 방향을 틀어 측면
이나 뒤로 돌아 후방을 공격한다고 했을때 대응이 늦어 큰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창병들 측면으로는 잘 훈련된 하급기사들로 이루어진 부대를 별도로 추가해 편성하기로 했다.
이 전술은 프랑크프루트전투에서 놀라운 성과를 거둬냈다. 선두에 배치된 파이크부대를 발견한 로마
군은 예전과 마찬가지로 기병을 먼저 내보내 보병을 꺾고 확실한 승기를 잡으리라는 예상을 한 모양이
었다. 예상했던대로 새로 편성된 파이크 부대 정면으로 로마의 중기병이 돌격해 들어왔고 얼마 시간도
걸리지 않아 로마의 중기병대는 많은수를 잃고 퇴각나팔을 불었다. 당연히 이기고 돌아올줄 알았던
기병들이 패하고 얼마남지 않은 부대를 데리고 돌아오자 로마의 지휘관이 크게 놀란 모양이었다.
로마의 다른 병사들도 크게 술렁이며 동요하는듯 했다. 아무래도 프랑크푸르트의 로마기병은 첫상대
를 잘못 고른게 아닌가 싶다.
기선을 이미 제압당한 로마는 사기가 꺾이기 시작했고 빠르게 진격한 프랑스의 보병들이 바로 로마군
의 제 1선을 묶어 두고 이번 전투에 특히나 많은 기병전력을 투입한 프랑스는 묶여서 꼼짝 못하는 로마
군 1선을 지나 2선 역시 빠르게 돌파를 강행, 바로 지휘부를 급습해서 지휘관을 먼저 노렸다. 이미 프랑
스 기병대에게 둘러싸여 옴짝달싹 못하는 로마 지휘관은 급기야 항복을 선언, 프랑크푸르트에서 즉시
모든 로마군대를 물러나게 한다는 조건으로 지휘관과 로마군을 석방시켰다. 이 모든건 앙드레의 새로
운 전술도입으로 이뤄낸 성과나 다름없었다.
그뒤로 난 그를 쭉 지켜보며 욕심을 내고 있던 차에 내가5군단으로 배속되게 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1군단장과 나의 아버지가 친분이 있던 관계로 군단장을 만나는건 그리 어려운일이 아니었다. 나는 군
단장을 만나서 앙드레에 관해 이야기 해 보기로 했다.
5군단으로 배속되게 되었는데 앙드레를 데려가게 해달라는 요청을 돌리지 않고 직접 말했다.
내가 어지간히 급하긴 급했나보다. 이런 사항은 나 같은 신참내기 장교가 군단장에게 직접 거론할 정
도의 자격은 되지 못한다.
오로지 군단장이 아버지의 오랜 지기였다는 점만 철썩같이 믿고 있었다. 군단장은 나의 이런 황당한
요구에 잠시 할말을 잃은듯 했다. 군단장도 앙드레를 뺏기긴 싫은 눈치다. 하지만 나의 끈질긴 설득을
끝내 이기지 못하고 앙드레를 내주기로 약속했다.
군의 배속은 사령부에서 관리하는 일이긴 하지만 1군단장은 사령부를 충분히 구워삶을 만한 위인이
라고 믿었기 때문에 별다른 문제는 없을꺼라고 생각했다. 5군단에 새로 배속되게 된 것에 대해 앙드레
는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나의 든든한 빽이 제몫을 해냈다는 얘기는 차마 못하고 병사들의 사기진
작을 위해 이번에 고향이 가까운 곳에 배속되게 사령부의 인사조치가 있었다고 거짓말을 해버렸다.
5군단에 들어가면 좋은일이 생길꺼라는 귀띰까지 해 주었다. 5군단에 도착해서 메틴장군을 만나고 앙
드레에 관해 한껏 부풀려 얘기해 가며 특별한 조치를 취해달라고 당부했다. 메틴장군도 프랑크푸르트
전투의 뛰어난 공을 세운 앙드레에 관해 소식을 들은것이 분명했다. 마침 보병대장자리가 비는 바람에
보병대장을 맡을 사람이 없었는데 특별히 앙드레에게 한번 맡겨보겠노라고 했다.
앙드레 역시 5군단에 배속되게 되서 고향인 마르셀에 가까워지고 보병대장이라는 높은 자리에까지
오르게 된데 대해 기뻐하는 눈치였다. 앙드레를 곁에 두게 한건 정말 잘한일이라고 속으로 생각하고
있던 나였다.
프랑크푸르트 전투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파이크맨들의 모습. 앙드레가 직접 전투에 참전해 이들을 통솔하였다
첫댓글 파이크맨 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