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온도를 살려야 정신이 맑아집니다"
▲ 기림산방 초입
그곳에는 전기가 없다.
더욱이 냉장고는 언감생심.
흙집 바깥 쪽의 조그만 주방 주위에는
향수를 부르는 모습이 있다.
흐르는 물위에 보이는 조그만 김치단지.
길게 낮잠을 자고 있는 진돗개. 멀리서 산새 소리. 흰구름 둥실 둥실.
강원도 정선의 첩첩 산골에 자리한 기림산방의 모습이다.
▲ 기림산방 전경
생명온도 건강법을 강조하고 있는 김종수(58) 방주가
자연을 벗삼은 지도 올해로 20년째다.
오랜 시일이 지났지만 그의 신념에는 변함이 없다.
'따뜻하면 살고 차가워지면 죽는다'가 그의 생명 원리이다.
그의 설명은 좁은 개울 위에 얼기설기 엮은 정자와
허리를 굽혀야 들어갈 수 있는 숙소에서,
툇마루에 앉아서도 계속됐다.
마침 40여명이 참석한 3주 수행교육 프로그램 관계로
장소를 옮겨야 했다.
▲ 모든 교육시간은 종으로 시작을 알린다.
"생명온도가 있어야 몸도 살고 정신도 맑아지고
마음도 안정이 됩니다.
그런데 피로와 스트레스로 몸이 차가워지면
정신이 없고 짜증이 나고 지병이 생겨요.
아주 간단한 이것은 조물주가 만들어 놓은 법칙입니다."
그의 말에는 대자연의 법칙이 내재되어 있음을 발견했다.
몸을 따뜻하게 해주면 머리가 차가워지고
정신이 맑아진다는 것이다.
이것은 그가 그동안 끊임없이 강조했던 내용이다.
이러한 생명온도 건강법은
자기 몸을 통한 실험과 체험을 통해 검증하고 완성했다.
▲ 조그만 정자에서바라온 앞산 전경
"뱃속이 따뜻해야 기운이 생깁니다.
말단신경과 세포가 다 살아나서 피부가 고와지고 머리도 맑아집니다.
생명온도를 살리는 것은 죽어가는 불씨를 살리는 동시에
나를 찾는 길이 됩니다. "
그가 1997년부터 모든 외부 강의를 다 접고
산간학교처럼 판을 벌렸던 것도 생명온도에 대한 확신 때문이다.
판이 있어야 관객이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는 그동안 많은 고비를 넘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명온도를 전파하는데 보람 있다'는
그의 말에 강하고 행복한 에너지가 느껴진다.
"따뜻한 생명온도를 유지하면서
나를 바라보고 나를 살펴볼 줄 알아야 합니다.
내 맑은 영혼의 집을 찾기 위해 몸을 살려 놓아야 합니다.
몸을 무시하고 내면만 추구하다 보면 내 영혼이 온전할리 없습니다.
몸이 무너지니 영혼까지 지치게 되지요.
잠재의식의 마(魔)들이 들끓어 제대로 수행이 되지 않습니다.
잠재의식이 습관화되면 예리한 판단력과 통찰력이 떨어집니다."
▲ 황토방 옆에는 장작이 쌓여 있다.
그가 이렇게 말하는 속에는
생명온도를 살리고 키우고 지켜야 한다는 것이 포함되어 있다.
기운이 떨어지면 생각이 좁고 판단력이 흐려지고
본능계에 떨어질 수 있으므로 내공을 쌓아
자신을 맑게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어 그는 열을 보충하기 위해 마시는 뜨거운 차,
뜨거운 물과 뜨거운 물 단식, 경락풀기,
살아있는 세포를 만들기 위한 운동,
충분한 수면등도 호흡과 연관되어 있음을 암시했다.
▲ 기림산방 3주 수행교육 프로그램에 참석한 교육생들이 '11자 걸음'을 통해 호흡 길이를 조절하고 있다.
"호흡이 깊어져야 마음이 차분해 지고
한 생각을 일으켜도 깊게 살펴 볼 수 있어요.
정신이 맑아야 어떤 판단을 내릴 때
다양한 각도에서 살펴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정신이 맑은 사람들의 판단력은 다릅니다.
정신이 맑으면 모든 움직임이 눈에 다 들어와요."
그는 이야기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장부의 따뜻함과 호흡의 관련성에 대한 자신의 경험담을 피력했다.
"따뜻하면 호흡이 잘됩니다.
한 호흡이 1분씩만 돼도 장부에 힘이 생기고
말단신경까지 전달됩니다.
호흡이 깊어지니 숨을 쉬는 것인지 안 쉬는 것인지 모릅니다.
맑아지면 시력과 청력과 느낌이 살아납니다.
보이는 안목과 통찰력이 달라집니다.
그러면 내면의 맑기와 안정과 평화의 차원이 어떠한지 생각해 보세요."
이것은 그가 생명온도를 지키면서 스스로 터득했던 내용이다.
처음 산골에 들어온 2년 동안 잠을 푹 자고
장부가 따뜻해지니 느낌의 세계가 달라졌고
그 이후에도 느낌의 확충되는 것을 수시로 느끼게 됐다는 것이다.
"여기서 살다 보니 저절로 맑아지고
가르쳐 주지 않아도 아하!가 됩니다.
이것은 지식으로 공부한 것이 아닙니다.
지식의 판단력과 느낌의 판단력은 다릅니다.
나를 맑히면서 살펴보면서 찾아본 것입니다. "
▲ 김종수(사진 왼쪽)방주와 아내 현미정 방장.
그가 건넨 기림산방 소식지에도
따뜻한 수행문화 실천운동을 제안하고 있었다.
'생명온도를 유지해 주는 따뜻한 수행문화를 일상에서 실천함으로써
질병과 고통없는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의 제안은 절절한 외침으로 다가왔다. 또 한번 핵심을 찔렀다.
"다른 사람들은 다 간과를 했는데
이런 문제가 나에게 와서 꽃을 피울까 하는 생각을 해 봐요.
이것이 근본문제 인데도 말입니다.
개인적으로 큰 영광이나 생명온도를 잃어서
병으로 고통에 빠져 있는 사람들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기림산방을 다시 한번 쳐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