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바람이 불면 물결이 인다.(3)
향이가 어찌 생각해 보니 그 말이 맞는 것도 같았다. 그러나 자기가 읽어서 아
는 것을 살아가며 그때그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동생은 말재주 하나는 타고 난 것 같군요.'
마침내 향이가 내린 결론이었다.
'하하핫... 누님은 어찌 그리 나의 사부님과 같으십니까? 사부님이 나를 처음
보았을 때도 네놈이 말 하나는 잘하는구나 그러셨답니다.'
마침내 두 사람이 얼굴을 마주보며 크게 웃자 방문이 열리며 유달산과 박달재
가 또 찾아들었다.
'두 남매가 무슨 그리 재밌는 말을 나누는 게요?'
장염이 그들의 얼굴을 보니 갑자기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들이 나이와 걸맞지
않게 기웃거리는 것이 귀엽게만 느껴졌던 것이다.
'하하핫... 그렇지 않아도 두 분을 모시러 가려던 참입니다.'
장염이 말하며 자리를 내주는데 의자가 하나 모자랐다.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해야할 일도 있고...'
아무래도 향이가 자리에 함께 있는 것이 불편한지 자리에서 일어났다.
'살펴 가십시오 누님.'
장염이 향이를 잡지 않고 그냥 보내자 두 사람이 미안해하면서도 입술이 튀어
나오도록 불만을 표시했다.
'소협, 아무래도 남자들만 있는 것보다 아름다운 소저가 한 명 함께 있는 것이
훨씬 분위기가 좋을 텐데 왜 그냥 보내시오?'
유달산이 기분 나쁘다는 듯이 말하자 장염이 정색을 하고 대답했다.
'이것도 인연이니 제가 두 분께 말씀을 드리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지금부터
제가 드리는 말씀은 아무에게도 하지 마시고 마음으로 대비하시기 바랍니다.'
장염은 두 사람에게 지금 의혈단으로 혈마사의 라마승들이 오고 있는 것 같다
며 만일의 사태가 생기면 자신의 몸은 스스로 돌봐야 할것이라고 말했다.
'헉... 그런 일이...'
유달산과 박달재의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 그들의 무공은 그리 높은 편이 아니
라 칼부림이 일어나면 한목숨 부지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들이 닥치기 전에 집에서 데리러 오기만을 빌어야겠군요...'
'그러게 말이야... 박아우라도 그들이 오기 전에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다면
좋겠구먼...'
유달산이 중얼거리자 박달재가 그제야 자기만 생각한 것을 알고 미안한 얼굴로
말했다.
'형님 그저 제 생각만 해서 미안합니다.'
'아닐세... 누구라도 급하면 제 한 몸 돌보기도 바뿐 게 세상살이 아닌가...
나라도 그럴 걸세...'
두 사람은 침울한 표정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가 모두 돌아가고 말았다. 그들
이 돌아가자 장염은 다시 침상에 올라 가부좌를 틀고 명상에 잠기기 시작했다.
조금이라도 더 몸이 회복되어야 살아날 가능성이 많은 것이다.
그로부터 이틀 후 박달재에게 있어서 천만 다행이랄까 귀주성의 부친이 보낸
사람들이 의혈단을 방문했다. 그날 박달재는 죽다가 살아난 얼굴로 장염을 찾아
왔다.
'장소협, 나는 오늘 의혈단을 나갈 수 있게 됐소. 그러나 저들이 나를 데리러
왔다고는 하나 나에게는 어차피 자유가 없으니 일전에 말한 그 부탁을 드려야겠
소.'
장염이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이자 박달재가 소리를 한껏 낮춰 속삭였다.
'이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북산(北山)의 석굴 속에 내 물건들을 묻어 놓았다
오. 그런데 염려가 되는 것은 그 석굴이란 게 워낙 많은 사람들이 드나드는 곳이
라 어느 놈이 미친척하고 바닥을 조금 파기라도 하면 금새 내 물건들이 쏟아져
나오니 내 어찌 마음 편히 지낼 수가 있겠소.'
북산은 의혈단이 있는 사천성 보정산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산으로 많은 석
굴과 만개가 넘는 불상들로 유명했다. 평소에도 사람들의 출입이 잦은 그곳에
박달재가 금을 묻어 두었던 것이다. 그때만 해도 도망 중이라 밤중에 아무 석굴
이나 뛰어 들어가 은밀히 금을 묻고 나왔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생각해보
니 워낙 사람의 출입이 많은 곳이라 발 끝에 흙이라도 채이다가 묻어둔 금이 튀
어 나올까봐 걱정이 되었던 것이다.
'보현보살이 코끼리를 타고있는 커대한 상 앞에 섰을 때 동쪽 끝에 있는 석굴
이오. 그 동안에 어느 정신 나간 놈들이 혹시 석굴을 하나 더 팠을지도 모르니
장형이 끝의 석굴에서 못 찾으면 그 전의 석굴도 들어가 바닥을 파보시구려. 석
굴의 제일 깊은 곳 바닥에 묻어 두었오. 그럼 내 부탁하리다.'
말을 마친 박달재는 장염의 어깨에 두 손을 짚고 인간적으로 다시 한번 사정한
후에 방에서 나갔다.
박달재가 떠나간 후에 유달산은 더욱 초조해져서 거의 하루종일 장염의 방에서
지내다가 갔다. 장염은 유달산에게 마음을 편히 가지라고 몇 번이고 말해 주었지
만 소용이 없었다.
그로부터 다시 이틀이 지났을 때 장염은 밤 늦도록 전신으로 밀려드는 불안한
느낌에 잠자리에 들지 못하고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장염이 마음을 가라앉히고 사물을 관조하기 시작했을 때 마침내 거대한 공포의
실체를 바라보게 되었다. 그것은 죽음이었다. 죽음의 기운이 의혈단을 뒤덥고 있
었다.
장염은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갖춰 입고 대청으로 나갔다. 사방은 지나치리 만
치 고요했고 사람의 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장염이 다시 방으로 들어가려고 몸
을 돌리는 순간 밤하늘을 환하게 밝히며 불길이 치솟아 올랐다. 그리고 멀리서부
터 천천히 사람들의 비명과 건물이 파괴되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 절박한
소리들은 매우 빠른 속도로 장염이 머물고 있는 객청까지 밀려오고 있었다.
'으으... 장소협, 드디어 혈마사가 온 것이구려.'
어느 틈에 나왔는지 유달산이 몸을 부들부들 떨며 중얼거렸다.
'나는 몸을 좀 숨겨야겠소.'
유달산이 다시 대청 안으로 깊숙히 들어갔다.
'저 사람은 어디로 숨는 다는 것일까?'
장염이 사라지는 유달산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데 누군가 뛰어왔
다.
'헉헉... 장동생... 큰일났어요. 어서 몸을 피해야겠어요.'
장염이 몸을 돌려보니 얼굴이 하얗게 질린 향이가 작은 손에 검을 한 자루 들
고 서 있었다. 아직 잘 다루지도 못하는 검이라 그녀의 손에 들린 검은 어색하기
만 했다.
'철검대에서... 헉헉... 죄인들을 다른 곳으로 옮긴다고 합니다. 지금 혈마사
중들과 싸우느라 객실을 지키는 사람이 없으니 속히 몸을 피해야 합니다.'
장염은 향이의 손이 이끌려 마침내 월동문을 벗어났다. 이번에는 아무도 장염
의 앞을 가로막지 않았다. 사방에서 화광(火光)이 충천했고 사람들의 비명이 끊
이질 않았다.
향이는 장염의 손을 잡고 이리 저리 담벼락을 돌아 마침내 작은 뒷문까지 도달
했다. 의혈단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사람들 수십 명이 보따리를 들고 좌우에서 달
려오고 있었다.
'이 문은 우리 잡일을 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것이랍니다. 이문을
통해 나가면 바로 인가(人家)가 있으니 우리는 그곳으로 피해야 합니다.'
보따리를 이고 진 사람들이 두 사람을 지나 정신없이 좁은 문을 통해 밖으로
쏟아져 나가고 있었다. 그들 중 어디에도 검을 든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이들은
의혈단의 가장 최하층 사람들인 것이다. 이들이야 말로 이번 혈겁에서 가장 많이
살아 남는 사람들이 될 것이라고 장염은 생각했다.
두 사람은 다른 사람들 틈에 끼어 마침내 의혈단을 벗어났다. 두 사람이 벗어
난 뒤로 불길에 휩싸인 의혈단의 건물들이 조금씩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장염이 사람들 속에 섞여 사라지고 났을 때 검은 복면의 사내 하나가 객청의
지붕 위로 떨어져 내렸다.
'이런 빌어먹을... 하필이면 오늘 혈마사의 중들이 몰려오다니... 이놈이 어디
로 몸을 숨기기 전에 반드시 없애야 할텐데...'
복면인은 한줄기 바람처럼 객청 안으로 스며들어갔다. 그리고 객실 하나 하나
를 뒤지며 누군가를 찾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미 모든 객실은 텅 비어 있었다.
복면인은 밖으로 나와 허탈한 눈으로 화광이 충천한 하늘을 바라보더니 한숨을
내쉬었다.
복면인의 주위로 몇 명의 라마승들이 다가왔다. 이 특별한 객청이 가장 깊숙한
곳에 있었으니 이미 의혈단의 고수들은 거의가 죽은 것이 틀림없었다.
복면인은 복잡한 눈빛으로 라마승들을 바라보더니 천천히 검을 뽑았다.
라마승들은 의혈단에 치고 들어온 이후로 복면을 한사람은 처음 보는 것이라
의아한 얼굴로 천천히 다가왔다.
다가오던 라마승들은 복면인의 검 끝에서 이장이나 되는 검기가 쭉 뻗어 나오
자 눈이 크게 떠지며 뒤로 주춤주춤 물러났다. 그러나 복면인이 번개처럼 검을
날렸다. 검은 눈에 보이지 않을 속도로 회전하며 한순간에 세 명의 라마승들을
베어 버렸다.
'커헉...'
라마승들이 모두 쓰러지자 검은 다시 복면인의 손으로 빨려 들어갔다.
'흥... 쓸모 없는 것들...'
복면인이 누구에게 하는 것인지 모를 욕을 한바탕 하고는 발로 땅을 찍자 그의
신형이 둥실 떠올라 어둠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날이 밝자 보정산 인근의 사람들은 모두 어제까지 의혈단이라고 불리던 폐허로
몰려들었다. 단 하룻밤 사이에 삼 백여 구의 시체를 남기고 사천의 무림맹이라던
의혈단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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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천사지인을 읽어 주시는 독자 여러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이글은 현재 하이텔 무림동 창작연재란에 연재 중인데요. 제가 하이텔 무림동
에 연재를 시작할 때 1부 40장까지 쓰고, 조금 쉬었다가 2부를 시작하겠다고 말
씀을 드렸었습니다. 오늘 드디어 1부가 끝났군요. 1부는 잡혀있던 장염이 강호로
나가는 것을 끝으로 막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조금 쉬었다가 다시 2부에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천리안과 나우누리, 유니텔, 넷츠고와 에듀넷, 그리고 포항공대bbs, 다크의 홈
페이지를 통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이런 사정을 잘 모르실 것 같아서요. 이렇
게 몇 자 더 적어 안내를 하게 되었습니다.
2부는 빠르면 일주일, 늦으면 10일 이후에 진행하도록 할 계획입니다. 2부도
역시 한번 시작하면 한달 이내에 하루도 빼지 않고 글을 써서 끝을 보려고 합니
다. 다음 3부는 역시 조금 쉬었다가 다시...
부족한글 읽어 주셔서 감사 드리고, 그전에 썼던 글들 중에 비약이 심한 부분
은 그 쉬는 기간 동안 다시 집필할 예정입니다.(아마 책으로 나간다면 매끄러운
수정본이 나가게 되겠죠 ^^;)
여러분들은 제 서툰 글의 산 증인들이십니다. ^^;;
감사합니다.
ps. 제게 조언이나 문의 혹은 격려하실 분들은 finitum@hitel.net 으로 메일을
보내시면 됩니다. 거듭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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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힐링하시고...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덕택에 우린 즐겁게 읽고 있습니다....
2부 많이 기다려야 하겠군요.......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ㅈㄱ~~~~~~~~~~~~~``````````````````````````
감사합니다^
즐감!!
많이 기다려 집니다
수고에 감사드립니다. 건필하세요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동안 즐겁게 잘읽고 있었습니다
빠른 시간안에 볼수 있기를 바랍니다.
늘 감사합니다.
글이 올라오면 우리 마음에 행복이 인다.
감사합니다.
그동안 수고 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잘보고 있읍니다 감사~~!
감사
즐감하였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수고 부탁드립니다.
행복하세요.
잘 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오랫만에 명작을 보는군요
고맙습니다
즐감!
감사합니다
즐겁게 잘 보고 있습니다
감사~
즐감
즐독요
즐감 요 ~~~~
감사합니다...애쓰셧읍니다....건강하세료..^^
감사합니다.
잘보고갑니다
재미 있게 읽고 갑니다
항상 건강 하고 행복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