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전두환을 추종하는 인터넷 유해 사이트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의 패악질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네티즌들의 의견이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 청원이 15일(현재시간 오후 3시 25분) 서명인원이 5800여명을 넘어섰다. 이대로 오늘 저녁 12시까지 200명이상 서명할 경우 9일부터 하루 1000여명이 넘는 시민들이 "일베를 유해사이트로 지정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셈이다.
신대한 뉴스에 따르면 이 청원은 또 다른 유머사이트 '오늘의 유머(오유)'의 한 회원이 제안해 처음에는 서명인원 100명을 목표로 했지만 불과 수십분만에 서명인원 달성에 성공하자 다시 천명으로 목표인원을 변경했고, 이 목표도 20시간만에 달성했다. 처음과 두번째 목표까지 달성하고 이천명으로 서명인원을 늘렸으나 다음날 달성하자 이어 만명으로 서명인원을 늘려갔다.
청원에는 오늘의 유머 사이트 회원을 비롯해 다른 커뮤니티 회원들도 가세했다. 대표적으로 루리웹, 엠엘비파크, 아이러브사커, 쭉방클럽, 뽐뿌, 고파스,네이트 판 등이다. 이들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회원들이 일베 유해사이트 청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건 그동안 일베 회원들의 조직적으로 이루어진 사이버 테러 때문이다.
일반적인 커뮤니티 회원들이 한 사이트 내에서 머무는 반면에 일베의 경우는 노골적이고 조직적인 사이트 테러를 보인다. 대표적으로 유머사이트 오늘의 유머 사이트에 들어가 진보성향의 게시물에 '반대'를 누르는 방법이라던가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 기사 댓글에 "운지""홍어"등 지역감정 유발 발언으로 도배를 하는 방식이다. 또 그런 도배행위를 하면서 "오유에서 왔습니다~"라는 등의 타 커뮤니티를 언급하기도 한다.
다시 말해서 '흙탕물' 안에서 노는 것이 아니라 '흙탕물'이 넘쳐 멀쩡한 다른 '우물'을 오염시키는 것이다. 한 트위터리안이 게시한 목적을 보면 일베의 태도는 분명하다.
"좌파진영의 커뮤니티에 선동과 유언비어를 조기에 진압, 동시에 좌파진영에 대한 공세를 펴는 여론화를 진행한다" 더구나 "더 이상의 여론의 생성과 조직이 안되도록…"을 보자. 결국 민주·진보진영에 대한 여론이 조성되는 커뮤니티를 그들이 말하는 '산업화' (이 사이트의 반대버튼은 '민주화'다)를 시키기 위해서 들어가 진보진영 여론형성을 주도하는 네티즌을 공격하거나 반대버튼 조작, 또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하는 게시물을 올리는 방식이다.
또 이들은 여러 사이트에 아이디를 만들어 두거나 하는 방식으로 여론을 조작하고 선동한다. 이것이 각종 커뮤니티의 회원들이 '일베' 회원들에 대한 유해사이트 지정 청원에 적극적인 이유다. 특히 게임정보사이트 루리웹의 경우 '일베 회원'이라는 것이 알려질 경우 사이트 이용정지까지 시키고있다. 일베 회원의 타 사이트 테러 행위에 대한 감정이 드러난 셈이다.
일베의 유해성은 단순히 정치적 성향 문제는 아니다. 일베 사이트에는 '지역감정 조장'과 '전직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등의 문제 뿐만 아니라 사이트 자체의 음란성과 '미성년자 강간' 등의 모의 사건으로 실제 범죄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좀더 재미있고 좀더 자극적인 것을 본 네티즌들의 추천을 받아 일간베스트 게시판으로 게시물이 이동되면서 경험치를 모아 레벨이 올라가는 시스템이다 보니 일베 회원들 스스로 남들이 하지 않는 것, 재미있는 것을 찾게 되고 그것이 도가 지나쳐 누군가에 대한 신상털기와 마녀사냥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지난 8월 일베 커뮤니티에 "조선족 6세 여아를 강간하겠다"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게시물은 많은 사람들의 추천을 받고 일간 베스트 게시물로 갔고 댓글에는 "같이 하자"는 등의 범죄모의성 게시물이 올라왔다. 이 같은 강간 모의는 한번에 그치지 않고 9월에도 반복됐다. 미성년자 강간을 하겠다는 등 범죄예고 게시글을 비난하기는 커녕 오히려 동조하고 추천하며 범죄를 모방하고 그대로 따라가고 있는 것이다.
수구언론 뉴데일리는 성향이 비슷한 일베저장소를 ‘대한민국 커뮤니티 사이트 중에서도 애국적 시각이 강한 곳’으로 보았고, 주간경향은 일베저장소의 정치적 성향은 극우에 속하며 이러한 성향은 ‘혐오’에서 비롯된다고 평가했다. <시사인>은 일베에 대해 '네오라이트'라고 정의했다. 네오콘과 뉴라이트의 합성어다.
시사인은 "일베에서 노는 청년들은 실제로 ‘바닥정서’와는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정말로 바닥에 있는 사람들은 하루하루 연명하기 바빠 인터넷에서 ‘잉여롭게’ 게시판을 들여다볼 시간이 없기 때문에 일베의 회원들이 바닥일리 없다"고 전제했다.
겉으로는 박정희와 전두환 등 독재자를 찬양하는 듯이 보이지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태도가 그들이 '보수'이기 때문이 아니라 진보 그리고 좌파에 대한 막연한 적대감에서 나온 것이라고 분석한다. 그리고 그것을 누군가에 대한 신상테러와 공격 그리고 마녀사냥으로 이어간다.
일베에 대한 평가가 어떠한가를 뒤로 하더라도 일베는 매일 같이 논란의 중심에 서 있고, 좌파 커뮤니티오 일반 커뮤니티에 일베 성향 아니 '네오라이트' 성향의 유저들이 골수까지 뻗쳐있다. 이들에게는 인권도 계급투쟁도 중요하지 않다. 오로지 성적인 것, 특정 지역에 대한 비하 등 적대할 사람들이 필요한 것 뿐이다.
일베의 반 사회적 행위를 방관하던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이례적으로 일베 사이트 전체에 대한 '유해성 심의'에 들어갔다. 정보통신망의 암적인 존재가 된 일베에 대해 방통위가 어떻게 판단을 내릴지는 모른다. 일베가 없어지더라도 각 커뮤니티 사이트에 잠입한 '네오라이트' 성향의 유저들을 뿌리뽑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대로 방치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