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 전 법무장관: 지금 부산은 잘 돌아갑니까?”
“정경식 부산지검장: 검찰총장이 어제 그제 좌담회에 와가지고… 득표에 아주 도움이 됐습니다.”
“김 전 장관: (선거운동을) 노골적으로 해도 괜찮지 뭐. 우리 검찰에서도 양해할 거야. 아마 경찰청장도 양해….”
“박일룡 부산경찰청장: 양해라뇨. 제가 더 떠듭니다.”
“김 전 장관: 지역감정이 유치한지 몰라도 고향 발전에는 긍정적… 하여튼 민간에서 지역감정을 좀 불러일으켜야 돼.”
“이규삼 안기부 부산지부장: 언론계통에는 제가 제일 강하게 얘기하는데… 그런데 요즘은 그 밑에 기자 애들 때문에….”
14대 대통령 선거를 불과 일주일 앞둔 1992년 12월11일 아침, 부산 대연동의 초원복국 지하층 별실에서 있었던 김영삼 민자당 후보 지원모임에서 오간 대화 중 일부다.
이날 모임에는 김 전 장관을 비롯해 김영환 부산시장, 정 지검장, 박 청장, 이 지부장, 김대균 부산기무부대장, 우명수 부산교육감, 박남수 부산상공회의소 회장 등이 참석했다.
그들은 ‘우리가 남이가’를 외쳤다. 이날 모임을 주선한 김 전 장관이 5일 박근혜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전격 발탁됐다.
시기도 공교롭다.
시국은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사건이 최대 정치현안으로 떠올라 있는 상황이다. 국정원 대선 개입의 진상 규명과 남재준 국정원장 사퇴, 국정원 전면 개혁 등을 요구하는 촛불집회가 갈수록 확산되고 있고, 야당도 거리로 나섰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과 담판을 짓자며 영수회담을 촉구하고 있다. 민주사회에선 있을 수 없는 국가기관의 선거 개입을 온 국민이 규탄하고 있는 국면이다.
그런데 하필 이럴 때 박 대통령은 총체적 관권선거의 주역이었던 김 전 장관을 사실상 권력서열 2위라는 비서실장에 중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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