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업 새로운 도전과 희망
이른 아침 다른 일요일처럼 일찍 일어났다. 오늘은 다른 날과 다른 것이 있기에 먼저 날씨를 확인했다. 맑은 날은 아니었지만 비가 내릴 것 같지는 않았다. 간단하게 아침 식사를 한 다음 나는 무기를 챙기고 집을 나섰다. 무기라고 하면 이상하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나에게 있어서 카메라는 무기와 같다. 충전시킨 배터리를 챙긴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자동차 시동을 걸고 한국농업기술원으로 향했다. 신례원에서 좌회전을 하여 합덕쪽으로 간 후 신암의 농업기술원의 주차장에 도착했다. 주차를 시킨 후 정문을 통과하자 길 왼쪽에 꽃 잔디가 밝은 미소로 맞아주었고 그 뒤에는 유채 꽃이 우리들을 반겨주었다.
「한국농업 새로운 도전과 희망」이라는 주제로 4월 28일부터 5월 7일까지 10일간 예산군소재 충남도농업기술원의 약21만평 뜰에서 2006벤처농업박람회가 열리고 있다. 벤처농업박람회는 도시와 농촌간 화합과 교류의 한마당을 마련하고 농업인과 소비자가 농업의 경쟁력과 다양한 기능을 체험하도록 마련한 전국 체대 규모의 농업 관련 박람회라고 한다.
아벡스관, 초록농업관, 신기술농업관, 희망농업관, 친환경농업관등 주전시관인데 아벡스관은 우리나라의 농업 발전에 기여한 역사, 현재인물, 농업과 문화, 미래의 농촌모습, 농업관련 설치 예술작가의 작품을 연출해 놓은 전시관이었다. 전시관 입구에서 만난 코스모스가 이색적이었다. 봄인데 빨강 하양 분홍으로 피어나 바람에 흔들리며 이른 가을을 불러들이고 있었다.
초록농업관에서는 에그리비지니스(Agri-business), 벤처농업을 소개하고 있었다. 먼저 나의 머리속에 남아있는 옛기억을 되살릴 수 있었다. 전통농업의 위기를 소개하고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농업을 소개하고 있었다. 국화와 백합을 보면서 준비하는 과정에서 고생을 많이 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신기술개발관에서는 지역특화를 통해서 재배 생산되는 과정을 알 수 있도록 전시를 했고 , 농업연구기관의 연구성과와 신기술개발 사례를 소개하고 있었다. 한 그루에 수 백개 열리는 가지나무와 고추나무를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하였다. TV에서 소개 내용을 보았을 때 정말일지 생각해 보았는데 직접 가지나무에서 열린 가지를 보면서 실감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토마토와 감자가 한 그루에 접목된 토감을 보면서 현대 생명공학기술의 무한한 가능성을 엿 볼 수 있었다. 배추와 무가 하나가 된 무추, 양배추와 무와의 만남으로 생긴 양무추를 보면서 신기하다는 생각과 함께 새로운 기술로 식량증산에 한 몫을 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희망농업관은 대표농업농산품을 전시하고 있고, 벤처농가의 생산과 가공 유통의 모델을 연출한 전시관이었고, 친환경농업관은 친환경농산물을 생산하는 농가들의 사례와 생산된 농산물을 통해서 벤처농업으로서의 가능성을 연출해 놓은 전시관이었다. 천적을 이용한 해충방제, 오리 농법 등 실제 볼 수 있어서 더 이해가 빨랐다. 비닐 하우스 안의 식물터널은 정말로 인상적이었다. 조롱박, 색동호박, 토감 등이 열매를 주렁주렁 달고 있어 많은 카메라맨들이 연신 카메라의 샤터를 누르고 있었다.
그 곳을 빠져 나와 유채 밭으로 갔다. 유채 밭에는 노랗게 피어난 유채꽃이 바람에 몸을 흔들며 예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고 유채 밭에 농사용으로 사용되었던 기계를 이용한 미술 설치물이 있었는데 작품이라는 생각과 함께 농촌의 황폐화를 생각할 수 있었다. 전통놀이 체험장에는 우리들이 어렸을 때부터 즐기던 놀이기구가 준비되어있었고 팽이치기, 윷놀이, 투호 등을 즐기는 관광객들의 얼굴엔 즐거움이 매달려 있었다. 아쉬운 것은 바람이 너무 불어서 관람을 하거나 사진을 찍는데 문제가 되었다. 특히 초점을 맞춰놓았는데 바람이 불어서 식물이 흔들려 엉뚱한 모습을 담으며 웃어버렸다. 유채 밭 앞 한 쪽에는 초상화를 그리는 화가와 모델이 눈에 들어왔는데 축제의 현장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광경이었다.
유채밭을 지나 두 개의 식물터널을 만났고 그 옆에 펼쳐진 해바라기 밭을 보면서 얼굴에 빙긋 웃음이 스며드는 것을 느꼈다. 그 옆에 다알리아밭에서 피어나는 다알리아꽃을 보았다. 연구사님이 꽃이름을 설명해 주어서 정말 고마웠으니 늘 그렇듯 빨리 잊어먹어서 오늘도 필기도구를 지참하지 않은 것이 후회가 되었다. 그 곳을 지나 미래농촌 그림 공모를 통해 뽑힌 어린이들의 그림을 볼 수 있었는데 타일에 그림을 표현해 신선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뽑힌 아이들이나 가족이 와서 그 곳을 본다면 많이 행복하리라 생각이 되었다.
나는 농업용품을 전시 판매하는 기업홍보관으로 갔다. 농사와 관계없는 나였지만 가끔 꽃을 보면서 사진을 찍으며 웃음을 지었다. 그 곳을 지나 부 전시관 쪽으로 갔다. 제일먼저 간 곳은 분재전시관으로 각종 분재와 수석 분경 작품 등 희귀 작품 100여 점이 전시되고 있었는데 한국분재조합 충남지부 회원들이 소장하고 있는 작품들이라고 하는데 가끔 야생화가 전시되어있어 보기에 좋았다.
향기 식물 관은 국내외 각종 허브식물 50여종이 전시되고 있었는데 직접 허브향을 체험할 수 있었다. 허브관련 가공 상품인 허브에센스오일, 화장품, 차의 시식 및 체험과 전시 판매가 있었는데 그 곳에서 허브나 다른 꽃을 사가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식물의 이름을 알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웠다.
특색식물 전시관은 충청남도의 각 시군이 자랑하는 특화작목 및 특화 식물의 4계절 생육단계과정을 실물 그대로 전시하고 있었는데 아이들에게 평소 먹는 채소나 과일이 어떻게 열리는지 호기심을 풀어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고있었다.
동물가족체험코너는 실내와 실외에 설치되고 있었다. 실내에 조류, 열대어, 파충류, 특수동물, 애완동물, 곤충 등 83종이 전시된 생태체험장이 마련되어 있었는제 막 부화된 새끼도 있었다. 근데 그 열악한 환경이 새 새끼를 죽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고 전시가 너무 흥미위주로 해서 동물보호의 차원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야외 동물 체험장에는 각종 닭, 오리, 돼지와 염소 토끼와 양까지 볼 수 있었는데 아이들이 무척 좋아하고 있었다.
점심식사를 한 후에 다시 충남의 시·군관을 돌아보았다. 각 시·군의 특산품을 전시판매하며 나름대로 홍보를 하고 있었고 실제로 많은 농산물이나 가공품이 판매되고 있었다. 오늘은 오전에 보령시의 날 오후에 천안시의 날을 진행하였다. 보령시에서는 관람객들에게 버섯요리를 시식할 수 있도록 해주었고 천안시는 도립충남관현악단의 연주회가 있은 후 쌀과 배를 나누어주기도 했다. 사실 인간은 누군가 자신에게 무엇인가를 준다면 무척 좋아한다. 나도 천안시에서 나눠주는 쌀을 받기 위해 줄을 서는 것을 보면서 스스로 놀라고 말았다.
점심식사를 한 후에 공연장에서 충남 국악 관현악단의 공연을 보았다. 사실 국악하면 나와 가깝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서서 보고 듣다가 나도 모르게 자리를 잡고 공연을 즐겼다. 국악기로도 그렇게 웅장하고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에 대해서 생각할 정도였다. 한 시간이 넘은 시간 동안이 무척 짧게 느껴졌다. 공연을 본 후에 다시 한번 한 바퀴 돌은 후에 전시장을 빠져나갔다. 야생화와 튤립정원 그리고 장미정원까지 끝까지 나의 마음속에 아름다운 무늬를 만들어 주었다.
꽃과 과학, 문화, 예술이 어우러지는 2006 벤처농업박람회는 5월 7일까지 열린다고 한다.
나는 시간을 내어서 다시 한번 가보고 싶어진다. 내가 몇 군데의 식물원에 가 보았지만 이번 박람회가 가장 인상에 남는다. 무엇보다도 도우미들의 미소와 친절은 그 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웃음을 가질 수 있도록 해 주었고 다양한 볼거리와 참여마당 그리고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내용을 제공해 준 것이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홍보가 부족하다거나 음식값이 비싸고 또한 위생에 문제가 있는 부분도 있었다. 김치를 담아주던 아주머니가 김치가 탁자 위에 떨어지자 그 김치를 다시 담아 손님들에게 제공하는 것을 보면서 마음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것이 예산 벤처 농업박람회의 성공을 가로막지 못할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 전시가 '상설'이라는 단어를 가지게 되면 어떨까 생각해 보았다. 이 박람회의 관람객 목표가 20만 명이라고 하는데 그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관람할 것이라 생각된다.
2006.04.30.21.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