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 : 3월 28일
길동무 : 이양미, 윤철향, 윤조온, 임진지, 박미정, 박영미, 장재향, 박지은, 이현숙,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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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사는 다른 나라 사람들의 생활 가운데 부러운 모습을 꼽자면 공원에서 선글라스 끼고 자리 펴서
책 읽는 풍경이다. 그렇게 여유롭고 평화로워 보일 수가 없다.
또 한가지 도서관에서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책 읽는 모습이다.
어려서부터 책을 가까이 했기 때문에 저절로 일상에 녹아들지 않았나 싶다.
'책/어린이/도서관' - 이 세 단어는 따로 떨어질 수 없는 필연 관계다.
이번에 우리 부서에서 도서관 공부를 하다 보니 도서관의 순수한 기능과는 멀어진 독서실 역할에
더 비중이 치우친 기형적인 구조와 관이든 민간이든 운영주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도서관 환경
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래서 민간 위탁으로 어느 정도 안정기에 접어들고 거리도 가까운 진해 기적의 도서관을 찾게 되었다.
도서관장이 갑작스럽게 서울 출장을 가게 되어 직접 만나지 못한 점, 더 많은 인원이 참석해 좋은 견학을
함께 하지 못한 점, 벚꽃이 활짝 피지 못 하고 덜 튀긴 팝콘이 나무에 주렁 주렁 매달린 모습같았다는 점을
제외하면 만족스러운 일정이었다. 사진을 못 찍은 것도 아깝다.
개관 4년을 넘어선 진해 기적의 도서관은 도서관장과 2명의 사서 ,관리직원 등 7명의 정직원이 도서관을 움직였다.
하지만 자발적인 참여로 이루어진 100명의 자원봉사자가 없다면 아마 도서관은 문을 닫아야 할 것이다.
이들은 매년 12월에 모집해 자원봉사자 강의를 듣고 2달간의 실습을 거쳐 본격적으로 활동하게 된다.
프로그램팀, 소식지팀, 견학팀, 책읽어주기팀, 북스타트팀, 전시팀, 인형극팀, 옛이야기팀 등 8개팀으로
구성해서 도서관 행사와 프로그램을 총괄한다.
서가정리팀이 있어주면 좋겠는데 기피해서 운영이 안 된단다.
서가정리는 집안일과 같아서 해도 큰 표는 안 나고 안 하면 엄청나게 표나는 그런 일이라는 건 이해가 된다.
(어린이 도서관 분류표를 쓰는데 장서가 늘어감에 따라 KDC분류표로 전환을 고려중이란다.)
일주일에 요일별로 3시간씩 봉사시간이 돌아간다.
도서관 프로그램은 워낙 인기가 좋아 경쟁이 치열한데 자원봉사자들의 자녀에겐 일정 부분 우대해 주는
혜택을 준단다.
도서관이 들어서면서 주변에 주택가, 학원, 식당 등의 상권이 형성되었다는 건 지역사회에 그만큼 영향을
미쳤다는 증거겠지.
아무래도 경직된 관의 운영보다는 자유로운 분위기이지만 나름의 규칙을 정해 꼭 지킨다고 한다.
1. 책을 깨끗이 읽고, 물건을 소중히 다룬다.
2. 조용히 말하고, 뛰어다니지 않는다.
3. 재미있게 책을 읽는 친구를 방해하지 않는다.
4. 자기가 본 책은 꼭! 제자리에 꽂는다.
5. 도서관에는 음식물을 가져오지 않는다.
도서관 입장시에 이름적기는 통계목적도 있지만 규칙을 지킨다는 약속이기도 하다.
크지도 작지도 않게 잘 지어진 건물안에는 장서가 4만여 권에 하루 이용자가 500명 정도다.
햇볕이 잘 들어 밝고 아기자기한 인테리어에, 뒹굴면서 책을 봐도 될 정도로 온돌 난방을 해 아이들에게 더 없이 좋았다.
모서리가 둥근 책장과 가구들에 편한 소파, 쓰임새 좋은 공간 분할이 마음에 들었다.
공연 장소로 쓰이는 아담한 강당은 우리 모임에서도 욕심나는 공간이었다.
1층은 어린이 공간이고 2층은 청소년과 어른 서적을 구비해 열람할 수 있게 했다.
구석구석 자기 아이에게 책읽어 주는 모습이 우리네 도서관에서 조용히만 하려고 애쓰던 모습과
대조되었다.
도서관 행사로 '한국의 안토니아스 라인을 찾아서'라는 제목으로 우리나라 여성 운동가 1세대인
이효재 선생님(도서관 운영위원장)과 4월5일에 진해 벚꽃길을 걸으며 여성 운동에 대해 얘기를 나눈다니
가고 싶은 마음 그지 없다.
마무리하고 오는 길에 진해 해양 박물관에 의도치 않게 들르게 되었다.
아이들 데리고 하는 견학 코스로는 좋을 성 싶다.
우리 지역에 우리 동네에 이런 도서관이 있어 걸어서 갈 수 있다면 사교육 열풍은 좀 줄어들지 않을까?
한층 업그레이드된 기적의 도서관이 이번에 정읍에서 개관한다는데 직접 확인하러 올해안에 가 보리라!!
첫댓글 영화 안토니아스 라인 봤습니다. 올란도, 바그다드 까페, 귀향을 잇는 감동....꼭 보시기 바랍니다.
그냥 비디오 가게서 빌리면 있는지요?
95년작인데 잘 없을 거 같아요. 다운받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