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동화 전집이라는 게 있습니다. 레퍼토리는 출판사마다 비슷비슷해요.
안델센, 그림형제 독일옛날이야기 기본으로 들어가고
좀 늘리면 이솝우화, 샤를 페로의 페어리테일, 조지프 제이콥스 영국옛날이야기에다
전세계 전래로 늘릴 수 있고... 신화들이 더 들어가기도 하고요.
장편들, 하이디 보물섬 소공자 소공녀 같은 것들도 포함돼요.
오스카 와일드 동화 행복한 왕자랑 거인의 정원 들어가고요.
장편소설들도 들어가 있습니다. 장발장에 머에 머에..
웅진 거엔 시튼동물기서 한 개, 키플링의 정글이야기에서 두 개...
이런 식으로 리스트가 늘어나요.
이것들을 그림책식으로 만들어 5-6세부터 읽히라고 광고하고 있어요.
‘명작’이란 말은 ‘필독서’란 뜻으로 통하는 거 같아요.
부모들 클 때부터도 필독서로 알려진 작품들이라
안 읽었어도 제목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걸요.
제목을 들으면, “아 그거..” 하는 거요. 나 어려서 읽었는데 재밌었다,
못 읽었지만 제목은 진짜 많이 들었다, 우리 애한테도 읽히고 싶다, 이렇게 되는..
정말 명작이고 좋은 작품인가..좋은 작품들이 많은 거 맞아요.
그런데 원작이 그런 거지, 명작동화전집의 책들은 아니에요.
장편소설들을 줄이고 줄여 그림책 분량에 우겨넣은 거라
스토리 자체가 이해 안 되는 게 많아요.
우리 클 때는 어린이용으로 줄인 책 말고 구할 수 없었지만
2000년대 들어와 원작을 번역한 책들이 나왔고
원작을 읽혀야 한다는 생각이 그전보다 많이 퍼진 편입니다.
그런데 또 이렇게 말해요. 미리 읽혀서 나쁠 게 있냐...
남보다 빨라야 한다, 빨라서 손해 볼 거 없다는 생각이 어디나 퍼져 있으니까요.
미리 읽혀서 나쁠 게 있냐가 아니죠.
크면 해야 할 것도 많은데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읽히는 게 낫다..
이렇게 돼버립니다. 학습물을 선행한다는 거도 문제가 많은데
문학을 선행한다, 이런 게 있을 수 있을까요.
또 필독이라는 강박증, 남들 읽는 건 꼭 읽어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좋은 건 아니에요.
‘명작’으로 알려진 작품들에 좋은 게 많은데 작품마다 편차가 커요.
오즈의 마법사는 이르면 일곱 살한테도 읽어줄 수 있지만
크리스마스 캐럴이나 왕자와 거지는 청소년이 맞는 거 같고요.
아이가 자라는 거에 맞게, 책 읽는 힘이 느는 거에 맞게
작품을 찾아가는 게 좋겠지요.
5-6세에 읽을 좋은 작품이 얼마나 많은데
굳이 알맹이를 죄 없애버려 좋은 게 하나도 남지 않은 걸 읽힐 이유가 없어요.
안델센은 스토리가 워낙 재밌어서 원작을 줄인 것도 재미가 없진 않아요.
하지만 그렇게 읽고 나면 원작을 읽을 이유가 없어지잖아요.
안델센 글은 정말 좋거든요. 7세 정도부터 골라서 읽어주면
초등 내내 읽어줄 거리가 되고 그 뒤에까지 읽을 작품도 있고요.
‘명작’이라고 전집에 넣은 안델센은 재화(retelling)한 건데 잘 된 걸 못 봤어요.
책을 고르기가 어려워 전집에 의존하는 분들도 많지요.
5-6세면 한창 이야기를 좋아할 때여서 명작전집이 눈에 들어올 수도 있을 거예요.
명작 전집에서 5-6세, 초등 저학년 아이들이 재미있게 볼 수 있는 건
옛날이야기류 같습니다. 우리나라 옛날이야기를 따로 전집으로 묶기 때문에
명작전집에는 외국 옛날이야기가 들어 있어요.
외국 옛날이야기는 단행본들이 좋은 책이 아주 많아요.
외국 옛날이야기 단행본을 소개합니다.
대략 4-8세 대상이고 저 나름대로 단계를 나누어 보았어요.
글의 분량과 특성, 사건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배경지식 정도,
주인공이 겪는 심리 상황 같은 거 감안해서요.
곰 세 마리(폴 갤돈 글 그림, 허은실 옮김, 보림)
빨간 암탉(폴 갈돈 글 그림, 엄혜숙 옮김, 시공주니어)
용감무쌍 염소 삼 형제(모에, 아스비에르센 글, 마샤 브라운 그림, 김기택 옮김, 비룡소)
장갑(우크라이나 민화, 에우게니 라쵸프 그림, 이영준 옮김, 한림)
어떻게 해가 하늘로 다시 돌아왔을까?(슬로베니아 설화, 호세 아루에고 글 그림, 장혜진 옮김, 시공주니어)
백만 마리 고양이(완다 가그 글 그림, 강무환 옮김, 시공주니어)
늑대와 일곱 마리 아기 염소(그림 형제 글, 펠릭스 호프만 그림, 김재혁 옮김, 비룡소)
별나게 웃음 많은 아줌마(아를린 모젤 글, 블레어 렌트 그림, 이미영 옮김, 물구나무)
뻐드렁니 코끼리(아프리카 설화, 김중철 엮음, 윤미숙 그림, 웅진주니어)
주먹밥이 데굴데굴(고바야시 테루코 글, 아카바 수에키치 그림, 김난주 옮김, 비룡소)
브레멘 음악대(그림 형제 글, 한스 피셔 그림, 문성원 옮김, 시공주니어)
신기한 부적 세 장(미즈사와 겐이치 글, 가지야마 도시오 그림, 고향옥 옮김, 비룡소)
늙은 개 이야기(발렌틴 고르디츄크 글 그림, 김창원 옮김, 진선출판사)
홀레 아주머니(그림 형제 글, 베르나데트 와츠 그림, 보림)
찔레꽃 공주(그림 형제 글, 펠릭스 호프만 그림, 김재혁 옮김, 비룡소)
엄지 동자의 모험(그림 형제 글, 펠릭스 호프만 그림, 김영진 옮김, 비룡소)
야만바의 비단(마쓰타니 미요코 글, 세가와 야스오 그림, 고향옥 옮김, 비룡소)
태양으로 날아간 화살(푸에블로 인디언 설화, 제럴드 맥더멋 그림, 김명숙 옮김, 시공주니어)
룸펠슈틸츠헨(폴 젤린스키 글 그림, 이지연 옮김, 베틀북)
개구리 왕자(그림 형제 글, 비네테 슈뢰더 그림, 김경미 옮김, 시공주니어)
론포포(에드 영 글 그림, 보림)
수호의 하얀 말(오츠카 유우조 글, 아카바 수에키치 그림, 이영준 옮김, 한림)
두루미 아내(아가와 수미코 글, 아카바 수에키치 그림, 김난주 옮김, 비룡소)
황제와 연(제인 욜런 글, 에드 영 그림, 홍연미 옮김, 다산기획)
돌멩이 수프(마샤 브라운 글 그림, 고정아 옮김, 시공주니어)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로버트 브라우닝 글, 케이트 그리너웨이 그림, 정영목 옮김, 비룡소)
세상에서 가장 큰 여자아이 안젤리카(앤 이삭스 글, 폴 젤린스키 그림, 서애경 옮김, 비룡소)
신기료 장수 아이들과 멋진 크리스마스(루스 소여 글, 바버러 쿠니 그림, 이진영 옮김, 시공주니어)
어리석은 농부와 귀신들의 합창(나세르 케미르 글, 엠레 오룬 그림, 이효숙 옮김, 솔)
바람이 휙, 바람이 쏴(에벌린 하슬러 글, 케티 벤트 그림, 유혜자 옮김, 비룡소)
세상에 둘도 없는 바보와 하늘을 나는 배(아서 랜섬 글, 유리 슐레비츠 그림, 우미경 옮김, 시공주니어)
마두금 이야기(료 미치코 글, 시노자키 마사키 그림, 김수경 옮김, 새터)-앞의 작품들보다 격이 좀 떨어지지만, 드물게 아주 진한 사랑이야기고 글이 좋습니다. 3학년부터 읽어 주어도 좋겠어요.
첫댓글 이 책은 명작 만큼이나 꼭 읽혀야할 필독도서로군요. 자료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