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정답이 없다.
春川 할머니를 만나 새 힘을 얻는 게 큰 보람이었다. 보약과 같다. 아니 더 듣고 싶다.
작가로 한국 첫 밀리언셀러 타이틀을 거머쥔 1981년 김홍신의 100만부가 팔린 인간 시장보다 더 값진 영광이 아닐 수 없다.
갑자기 오월 스물 한 살의 여인이 되신 春川 할머님의 불편을 나누기도 했다. 후미진 새벽장에서 입맛에 맛는 간장 게장을 배달해 드린 적도 있다. 할머니를 품고있는 고동패기 둥지도 처음 찾아 노크했다.
ㅡ아이구! 작가 선생이 누추한 이곳까지 오다니, 어쩐담 ㅎ
입맛에 맞는 찬(饌)을 사다줘 진정 고마워하시는 春川 할머니. 문을 열자마다 반기는 것은 무엇인가? 작품전시회 때 빼앗듯 사 가신 시화 작품이 거실에서 반기는 게 아닌가!春川 할머니는 신바람을 일으키신다.불편해 거동도차 힘든데도, 냉장고에서 이것저것을 꺼내 곰삭은 산나물 장아찌를 바리바리 챙겨주시는 게 아닌가! 春川 할머니. 과외선생님 오셨다고 닝큼스럽게 정좌를 하고 또 다른 시를 크게 외우시는 모습은 천생 학동이셨다.
혼자서도 잘 논다/ 허무와 놀아주고/ 망상과 시시덕대고/
무소유와 딩굴며/ 죽음과도 손잡고 노니까/
심심할 틈이 없다/ 괴짜로 유유자적하다가 /가리라
지난 가을 서둘러 가신 어느 동화작가의 글을 선물했더니 그렇게 마음을 울린다고 좋아하시며 읊조리신다.
시력이란 놈이 방해를 해도 뿌리치고 단숨에 암송셨다고 자랑하시는 春川 할머니. 실핏줄까지 감지하며 혼자 열심히 노년의 숲을 헤치시며 살아가신다. 시화를 낭송할 때는 그 표정까지 완전 몰입해 낭송해 소름이 끼칠 정도의 감동을 받았던 春川 할머님.
인연이란 무엇인가? 비록 나이는 누님과 동년배지만 내 글과 삽화에 한껏 취하셔 항상 스토리를 엿가락처럼 길게 늘이신다. 인연이란 무엇인가? 작가 피천득은 말했다. 어리석은 사람은 인연을 만나도 모르고, 보통 사람은 인연인 줄 알면서도 놓치고, 현명한 사람은 옷깃만 그쳐도 인연을 살려낸다고 했다.
내 작품 한 점을 사랑하시는 春川 할머니-. 시집보낸 인연으로 지체불구이신데도 눈만 뜨면 암송하고 연락주신다.
ㅡ작가선생 때문에 요즘 살 맛이 나네. 나같은 다리 병신을 누가 이렇게 잘 해줄까?
진정 고마워 하시지만, 오히려 알아주지 않는 무명 글쟁이에게 힘과용기를 넣어주는 春川 할머니 때문에 의욕이 화산처럼 펑펑 치솟는다. 척추를 두 지팡이에 의지해 보행에 어려움으로 열발자국 가다가 힘없이 주저앉으시고 와르르 하늘이 무너져 외출마저 마다하던 春川 할머님이 요즘 서로가 큰 힘이 된다.
인연으로 좋아진 春川 할머니 건강이야말로 하늘이 맺어준 인연이다. 만남은 인연이지만 관계는 노력이라고 한다. 식견과 정연한 논리, 불심에 바탕을 둔 春川 할머님의 취향이 길게 관계를 이어나간다. 희색이 만연하시다.
비 오는 날, 두보(杜甫)의 춘야희우(春花喜雨)란 시를 판넬에 정성껏 써 며칠 전 드렸다. 춘천 할머님은 이내 외우고 외우시느라 해가 지고 달이 뜬다.
-좋은 비는 시절을 알고 내린다.
-봄이면 초목이 싹 트고 자란다.
-봄비는 바람 따라 몰래 밤에 들어
-소리 없이 만물을 적신다.
오늘 春川 할머니는 여기까지 레슨을 받을 셈인가 보다. 반가운 비, 섬세한 두보의 시를 절반 이상 좔좔 암송하는 춘천 할머님이 참으로 미쁘시다. 마음 조이며 암송하는 시를 음미하는 순간 글을 쓰는 자신도 즐겁다. 스스로 학생이고 제자라고 말씀하시는 춘천 할머님 역시 연실 좋은 날이시라고 고백하신다. 보행에 불편하셔도 계단을 올라 한의원에서 물리치료를 받으시곤 이내 내게 시암송을 테스트 해달라신다. 쑥스럽다. 대답을 안할 때면 서둘러 말씀하시는 春川 할머니
-내가 어때서! 다리만 힘을 잃고 보행에 불편하지 다른 그 무엇은 지극히 정상이지요? 지금 행복해요. 안 그래요? 작가 선생! 자신감이 하늘을 찌른다. 채근하시며 배우려는 기회를 앗으신다. 인생의 정답은 없다. 오직 명답만이 존재한다는 말이 떠오른다.
-아무렴요. 맞습니다. 행복은 순간의 만족입니다. 또 행복은 죽는 시간을 모르는 것이라고 했어요. 고달픈 인생 저마다 행복하게 사는 게 중한데, 春川 할머님은 그중 대표적인 김홍신 작가의 첫 번째 해당자임이 틀림없다.
김홍신 작가가 지난번 춘천 아카데미 강연 때 주고 간 메시지가 떠오른다.
인생에 정답은 없다. 사는 방법은 모두 다르다. 오직 명답만이 존재한다. 육체적인 아픔도 크게 가로막지 않는다.
인생의 명답은 행복하게 놀다 가야 한다는 것이다. 현대인은 재미형 인간과 의지형 인간의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 짓는다. 그가 정립한 재미형 인간은 창의적인 활동을 통해 스스로 즐거움을 얻는 인간형을 의미한다, 고된 일로 여간 격한 운동이라도 즐기면서 행복과 만족을 찾는 이들이다. 의지형 인간은 무언가를 돌파하는 데 큰 의미를 두고 활발하게 경제활동에 나서는 이들이라고 김홍신 작가는 강조한다.
春川 할머니의 여정과 관계되는 문학 이야기로 대할 때면 나이와 관계없이 장애 팔다리와 관계없으시다. 너무 신바람이 나신다. 春川 할머니처럼 문학을 선호하시는 분에게 그에 맞는 문학 프로그램과 지원금을 제공하는 제도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내일도 희망이 분수처럼 치솟는 春 川 할머니이길 기도 드린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