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칠순을 바라보며 어린 시절을 뒤돌아보니 내게도 그런때가 있었나 싶었다.
우리는 시골에서 태어나서 마땅한 놀이나 군것질 거리가 없어서 어른들 눈에 잘 안띄는 동네 밭 어귀에 조그마한 굴을 파고 장작들을 모아놓고 불을 지피며 동네 친구들이 모여서 도란도란 이야기 꽃도 피우고 콩이랑 밤도 구워먹곤 하였다.
밭두렁 마른 풀에 불을 피우며 놀다가 시골 초가집을 홀랑 태우는 일도 일어나곤 하였단다.
나도 우리집 벼를 보관하는 초가지붕 창고옆 집눌에 내가 밭두렁에 지핀 불이 옮겨붙어 창고에 옮겨 붙을까봐 동네 어른들이 총 출동하여 물동이를 들고나와 뿌리는 난리를 치룬적이 있었고 나는 그날 부모님께 뒤지게 두들겨 맞고는 펜티만 입고 곳간에 같힌적이 있었단다.
그래서 나는 중년이된 지금도 불을 겁네고 화제 예방에 민감 하단다.
옛날에는 겨울이 되기전에 동네 형들이 마을 앞 큰 논에 빗물을 가득 잡아두기 시작한다.
한필지나 두필지에 가득찬 빗물은 날이 추워지면서 꽁꽁얼어 썰매나 스케이트를 타기에 아주 좋단다.
그때는 시골사람들이 가난하여 썰매나 스케이트를 대부분 폐품들로 만든 어설픈 놀이기구들을 가지고 놀았단다.
그래도 지금 마트에서 팔거나 스케이트장에서 빌려주는 것들보다 더 재미가 있었다.
그렇게 놀다가 논바닥 얼음이 깨져서 발이젖고 옷과 양말이 젖으면 한쪽에서 불을지펴 말리다가 태워먹고 집에가서 야단을 맞곤 하던 추억들이 있단다.
정월 대보름이면 통조림 깡통에 못으로 구멍을 숭숭 뚫어 철사에 매단다음 나무조각을 가득담아 불을지펴 쥐불놀이를 하였다.
집집마다 돌아디니며 찰밥과 나물을 얻어다
옹기종기 모여서 불을 지피고 먹으면서 밤을 세우기도 하였다.
지금 사람들에게 그렇게 하라고 하면 춥고 힘들어서 왜들 저러나 싶겠지만 그때는그게 유일한 놀이이자 즐거움 이었단다.
지금 생각하면 아득하고 먼 옛날 이야기며 희미한 생각들이지만 그래도 즐겁고 이름답던 내 어린시절 이야기인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