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는 우리를 위하여 죽음에 이르기까지, 십자가 죽음에 이르기까지 순종하셨네.”(필리 2,8)
하느님의 아들이자 구원자 메시아이신 예수님께서 극심하게 매를 맞고 온갖 모욕과 조소를 받으며 결국 십자가 위에서 처참히 돌아가신 그 잊을 수 없는 사건을 기억하는 주님 수난 성 금요일인 오늘, 우리가 방금 들은 긴 수난 복음은 예수님이 겪으시는 수난과 죽음에 관하여 전합니다. 아울러 이제 곧 거행될 오늘 전례의 십자가 경배 예식은 우리로 하여금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신 예수님의 모습을 우리의 두 눈으로 바라보도록 이끕니다.
예수님의 십자가상 죽음, 하느님의 아들이자 메시아로 이 세상에 오신 그 분께서는 무슨 이유로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셔야만 했을까요? 왜 예수님은 당신의 목숨을 버리시면서까지,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그 죽음을 선택해야만 했을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오늘 말씀이 우리에게 분명히 말해주고 있습니다. 오늘 제 1 독서의 이사야서의 말씀은 하느님의 고통 받는 종의 모습으로, 또 오늘 제 2 독서의 사도 바오로의 히브리서의 말씀은 위대한 대사제의 모습으로 예수님의 모습을 그림으로서,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이 바로 오늘 복음 환호송의 말씀처럼 우리,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나를 위한 것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말합니다. 필리피서의 말씀을 인용한 오늘 복음환호송은 예수님의 죽음의 의미를 다음의 말로 설명합니다.
“그리스도는 우리를 위하여 죽음에 이르기까지, 십자가 죽음에 이르기까지 순종하셨네.”(필리 2,8)
예수님이 그토록 잔인하게 병사들로부터 매질당하고 모욕을 당하며 십자가에서 극한의 고통을 당하며 죽으신 것은 다름 아닌 바로 나,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나를 위한 것이라는 사실. 예수님은 바로 나를 위해 그 모든 고통을 당하고 죽임을 하신 것입니다. 죄인인 나를 위해, 아무 것도 모르는 나를 위해, 피땀을 흘리고 십자가를 지시며 그 십자가에 못 박혀 죽임을 당했다는 사실, 그 십자가 위에서 피와 물을 흘리시는 예수님은 바로 죄인인 나를 위해, 나의 죄를 씻기 위해 그 모든 것을 감수하고 감내했다는 사실을 기억하십시오. 바로 우리가 그 분이 행하신 이 모든 일의 단 하나뿐인 이유입니다. 이제 여러분의 고개를 들어 십자가를 바라보며 그 분이 바로 지금 이 순간, 나에게 전하는 이 사랑을 느껴보십시오. 그 사랑으로 충만하여 예수님과 함께 부활의 삶을 맞이하십시오. 그것이 바로 하느님이 우리에게 바라시는 유일한 한 가지입니다. 잠시 침묵 가운데 예수님의 십자가를 통해 드러나는 하느님의 사랑을 묵상하며 십자가 경배 예식을 준비하도록 합시다.
“그가 찔린 것은 우리의 악행 때문이고, 그가 으스러진 것은 우리의 죄악 때문이다.
우리의 평화를 위하여 그가 징벌을 받았고, 그의 상처로 우리는 나았다.”(이사 5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