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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 인젠 진희두 스물 일곱이다 너는 상해에서 아는 사람두 많구 발도 넓으니 알맞춤한 진희 신랑감이라도 하나 봐 두어라…>>
언니 대답은 이외였다
<<아직 서른두 안됐는데 뭐가 급해서 그래요? 서둘지 말구 두구보기오..>>
<< 두구 보다니 … 그 앤 니들처럼 가방끈 긴것두 아니구 솔찍한 말루 니들처럼 해박한 편두 아니지 않니? 거기에다 말까지 더듬으니 어떤남자를 만나겠는지 항상 근심이다. 지절루 번 돈 좀 있을 때 시집 보냈으믄 좋겠다. …>>
<<그럼 한국에서 신랑감 찾아 볼게지 …>>
<< 남들처럼 똑 부러진 애면 한국에서 시집 보내겠는데 난 어쩐지 그 애가 한국 시집살이를 해낼 것 같지 못하다. 마음만 물러터져 가지구…니가 언니 아니니? 곁에 두구 잘 가리켜만 주면 엔간히 맞춰 살거다 . 애가 말은 더듬어도 얼마나 심성 좋구 건강하구 일 잘하는데…>>
<< 엄마, 상해서 살자믄 돈이 엄청 많이 들어요. 그 애 돈이 얼마나 있게요?...>>
<<륙칠년 세월을 니들 형제 시중을 그렇게 많이들구두, 애가 워낙 직해서 돈을 아끼다나니 중국 돈으루 삼십만 넘는다 올해 년말까지 일하믄 한 사십만이 넘을거다…한 이년 더 일하믄 오륙십만이 될테니 엔간히 제 노릇하는 사람을 만나면 되지 않겠니?...>>
<<알았어요…알아볼게요>>
신랑감 알아본다던 언니는 년말에도 꿩구워 먹은 자리더니 봄에 잡아들자 생급스레 아빠트 산다고 엄마를 졸라댔다. 끝내는 엄마와 진희 저축에서 아파트 반값을 후려냈다. 엄마가 진희와 둘이서 모아놓은 5십만에서 사십만을 보냈다는 말에 진희는 억장이 무너지며 할말을 잃었다. 돈 사십만이 뉘집 강아지 이름인가 진희는 엄마에게서 버림받았다는 느낌에 한쪽 옆구리가 찬바람을 맞은듯 쌩해났다. 사십만 돈이 진희는 자기돈이라는것을 알고 있었다. 아무말도 내뿜지 못하며 얼굴이 새파래나는 진희를 보고 엄마는 지레 겁먹었다 언니가 꼭 갚아줄거라고 하며 언니가 못 갚으면 엄마가 갚아 줄거라고했지만. 진희는 그 자리에서 밥맛을 잃고 드러 눕더니 열이 펄펄나며 앓았다 진희 엄마는 말을 심하게 더듬는 딸이 어릴때부터 충격을 받거나 화가 몹시나 제 뜻을 다 뿜어내지 못하면 심하게 앓는다는걸 아는지라 명자에게 전화하여 딸 속을 풀어 주라고했다 진희는 친구 명자와 하소연하며 꺼이꺼이 울었다. 진희 말을 듣고서 명자가 분해서 팔짝 뛰였다.
<<야, 그 돈 니가 어떻게 벌었는데 그리 수월하게 내 놓았니? 아무리 형제간이라해두 이건 너무한다. 상해에서 하늘 높은줄 모르는 아파트 집값 반을 대주다니, 그럼 니돈 다 날린 셈이 아니니? …>>
<<응. 나 치,치,칠년 새빠지게 번돈을 어,어,엄마가 언니한테 다,다, 다보냈다. …으흐흑>>
<< 너네 엄마는 왜 그런다니? 그 월급쟁이들이 100만두 넘는 집 값을 마저 갚다나믄 언제 니 돈을 돌려준다니? 넌 자식이 아니구 어디에서 주어들인 종년이니? 너네 집에서는 무거운 바위돌은 너를 들게하구 게는 지들이 다 잡아먹는 격이구나 …>>
언니가 돈을 꾼다고 했다는 진희말에 명자는 픽 랭소하며 고양이에게 생선 맡긴줄로 알라고 모를 박았다
<<진희야 내 말 명심해라 한국에 나와 뼈빠지게 일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우리가 얼마나 피눈물나게 돈 벌었는지 모른다. 너, 그 우리 큰 이모 알지? 항상 호랑나비 노래를 잘 부르던 이모…>>
<<으,으,으응 안다. 하,하,한국에서 도,도,돈을 마많이 벌어 호,호,호랑 나비처럼 사,사,살겠다던 이,이,이모를 그래지…>>
<<그 이모가 세 딸에게 집 사주구 슈퍼 챙겨주구하던게 얼마전에 병들어 드러누우니 딸년들이 양로원으루 보내더라 이모에게 돈 없으니 잘 들여다 보지두 않아서 우리 큰 이모 양로원에서 화병으로 돌아갔다…호랑나비는커녕 번데기처럼 꼬부리구…>>
<<너무 비,비,비참하다…>>
<<그러니 너두 옷지랖 넓은 체 하지말구 언니한테서 니 돈을 빌렸다는 각서를 꼭 받아라… 이 다음 그냥 돈 갚지 않으면 법에 걸어라. 그땐 꼭 언니가 돈 빌렸다는 각서가 있어야 하니깐…알았지?...>>
<<으 응, 고, 고, 고마워… >>
<<누워서 앓으면 니만 손해다 밥을 꿍꿍 챙겨 먹구 인젠 니 엄마와 떨어져서 일해라. 우리 엄마 중국에 돌아가는데 그 자리에 들어가라 …>>
<<아,아 알았다. 니 엄마 일 자리 내,내 내가 가, 가, 갈게… >>진희는 엄마와 떨어져 일하리라 마음 먹었다. 그럴수록 진작 자기 월급을 챙기지못한 자신이 미련하게만 느껴졌다.
<< 후, 어떻게 이를 악물구 번 돈인데… 아까운 , 내,내 돈… 내 뼈 돈을…>> 진희는 그 돈이 아까왔다. 아까와서 미칠것 같았다. 그 속에는 피 묻은 주인 아낙의 고급면직 팬티를 구역질하며 씻은 돈도 있고 모텔의 화장실 땅바닥에 끈적끈적 들어붙어 있는 누런물 가득찬 콘돔을 뜯어내며 청소한 돈도 있고 약사의 비웃음 가득한 얼굴도 철판 깐듯이 모른척하며 청춘 남녀들이 피임약 사다달라는 부탁을 들어주고 받은 팁도 있었다.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모텔손님들 중에는 젊고 싱싱한 진희를 바라고 진드기처럼 달라붙는 치들도 있었다.
<<모텔 청소부 주제에 손님 요구를 거절해? …>>
고동색나는 벌건 엉덩이를 드러낸 채 수표를 흔들며 복도 청소를 하는 그녀를 침실로 끌어 당길때도 있었다. 그럴때면 진희는 죽기내기로 싸우다가 귀쌈을 얻어맞고 코피가 쏟아지기도 했다. 엄마가 늘 곁에 있어 다행이였다 .손님들의 무시와 야멸찬 조소를 당한 날이면 어디에가 머리라도 처박아 피라도 툭 터치우고 싶어 엄마를 안고 엉엉 울면 엄마는 개처럼 벌어 정승처럼 쓰는게 한국 돈이라고 달래군 했다. 그런날 죽고싶었던 심정을 언니는 몰라주었다. 언니는 돈을 액면 그대로 알뿐이지 그 돈이 어떻게 벌어지는지 몰랐다. 개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쓰고 싶었던 돈을, 그런 돈을 언니는 마치 맡겨둔 제돈 찾아가듯이 엄마한테서 스스럼없이 빼내갔다. 언제나 모텔일을 안한다고 나누었다가도 몸이 약한 엄마를 이 힘든 모텔에 혼자둘수 없어 다시 시작했고 먹고자는 근심없이 월말이면 꼭꼭 나오는 두툼한 돈 봉투 유혹은 그냥 엄마곁에 눌러 있게 하였다 그렇게 모텔에서 진희 엄마는 십칠년 세월을, 진희는 7년세월을 보냈다. 엄마는 늙었고 진희는 지쳤다. 엄마는 언니가 집 살때 목돈을 보내더니 큰 오빠가 집 사는데 기어이 저축통장의 잔고까지 긁어 보냈다 그것도 모자라 친구한테서 빌려서까지…진희는 더는 못참고 뛰쳐 나왔다. 그 세월이 벌써 3년째이다
<<추한 애벌레의 허물을 벗고 화려하게 날아보고 싶어요>>하는 이 말은 태평양을 건너가 미국땅에서 한마리의 노랑나비로 부화하여 <노랑나비 신드롬>을 일으킨 한 누드모델의 말이다 그녀가 옷을 벗으면 도색도 예술이 된다니 나비의 허물벗기는 어두운 과거를 벗어 내치고 다시 태여나는 미래를 지향한 아픈 몸짓일것이다 그 과정은 삶을 갈라내는 아픔을 동반한 고통일 것이다 나비는 나방과는 그 족속이 다르다 여름밤 불을 향해 돌진하는 부나비나 독성을 지닌 나방과는 성품이 다르고 아름다움이 다른것이다 나비는 생김새가 비슷하여도 종이 다른 나비와는 짝짓기를 절대하지않는 정직하고 깨끗한 곤충이다
엄마와 소식을 끓고 사는 동안 진희는 늘 창밖의 화단에서 화려한 나래를 펼치는 나비들을 멍하니 한참씩 바라보군했다 그럴때면 이상하게도 <<저 나비는 연길 비행장 창문에서 탈피하던 그 나비일가?>>하는 생각에 허구픈 웃음을 픽 날리군 했다. 명자엄마의 트레 머리에 꽂혀있던 노란 나비핀도 떠올랐다 창밖의 나비들은 자유롭게 날아옜고 저마다 화려했다. 갑자기 일에 지쳐 누렇게 뜬 엄마얼굴이 떠올랐고 잔고마저 텅비여 있을 엄마의 볼품없는 저금 통장이 허물을 벗지못한 추한 번데기로 변하여 한없는 실의에 빠져들기도했다.
<< 엄마와 나는 무얼로 될가?!...>>
<< 후! 부,불쌍한 우리엄마… 남들처럼 자,자,잘살구 싶어 죽을 생고생을 하건만 언니와 오빠들은 제,제,제좋게만 살려하니… 언제면 우리 어,어,엄마두 명자 엄마처럼 때벗이를 할가?! 모텔 사,사,사장님의 말처럼 엄마두 나,나,남들처럼 일찍이 애인이라두 할거지…그,그,그러면 힘든 일에 의지할곳도 있었으련만…>>
지금은 어느대학의 교수라는 그 옛날 한동네에서 엄마와 죽자살자했다는 최교수가 늘 학술회의차로 서울에 오면 진희엄마가 일하는 모텔에서 묵어가군했다. 점잖은 양복차림의 최교수는 진희 보기에도 멋있었다. 최교수는 올적마다 일에지친 진희와엄마를 데리고 나가서는 삼계탕을 사주군했다 진희는 그런 최교수가 늘 감사했고 아무 볼품없는 엄마에게 그런 지체높은 친구가 있다는게 신기하기만했다 엄마는 최교수가 자리잡은 방은 닦고 또 닦으며 침대보도 항상 제일 희고 눈부신걸로 골라폈다.그때면 엄마 얼굴에는 소녀같은 웃음이 피여났고 지나가는 엄마 몸에서는 싱그러운 로션 냄새가 났다. 모텔사장님은 최교수가 왔다가는 날이면 진희엄마에게 눈웃음치며 애인인가고 물었다 그럴적마다 , 진희엄마는 정색해서
<<말 함부로 하는게 아닌줄 아시지요?... 송충은 솔잎을 먹어야 무탈하지요….>> 하고 넘긴다
<<쳇, 난 저 저런 멋있는 남자를 만났으믄 원없이 련애나 시,시, 실컷 할텐데 엄만 정말 머,머,멍청하지, 저리두 멋있는 남자를 왜 나,나,남들처럼 일찍이 애인을 만들지 모,모,못했을가…아버지는 새,새,생일마다 숱한 무도 춤짝들을 구,구,구들장 넘어나게 불여들어 나비처럼 춤을 추고 새,새, 생일 축가를 불러주게한다는데… 후!... 그나저나 나,나,난 언제 내 마음에 드는 나,나,남자를 사귀여 련애나 해볼가?!...>>
나비. 옛 설화에 나비는 한목숨 다바쳐 한 남자를 사랑한 슬픈 열녀의 옷섶이였다.고한다 혼례식을 치르기전에 이승을 떠난 죽은 남편의 무덤속으로 들어가다 찢어진 저고리 섶이 나비가 되였다는 것이다. 남편이 없는 시댁에 흰가마를 타고 시집온 새 색시가 이승에 남긴 흔적이라니 참으로 가슴이 아련히 젖어든다. 그래서일가?! 옛기방의 여인이 저고리 앞섶에 노란나비를 수놓아 입고 나서면 기둥서방을 찾고싶어하는것이라고 했다 한다. 조선기생은 옷섶에 나비를 수놓아 입고 미국의 누드 모델은 젖가슴 보다 더 은밀한 그곳의 맨살에다 나비를 새겼다니 미인의 몸에 새겨진 나비들은 슬픈 존재들이였는가싶다
진희엄마는 흰가마를 타고 시집온 여인도 아니고 한 목숨 다바치게 사랑하고픈 남자를 저승에 보낸 슬픈 열녀도 아니였다 .진희엄마의 사십대 오십대는 탈피를 꿈꾸는 슬픈 나비의 발악이였다 모텔에서 엄마와 같이 일할 때 진희는 저녁이면 늘 엄마와 함께 몸을 씻군했다. 그럴때면 진희는 언제나 엄마 잔등을 밀어주다가도 장난기가 발동하면 뒤에서 불시로 엄마 젖가슴을 꽉 잡군했다 엄마는 화뜰 놀라 진희를 밀치며 얼굴을 붉히군했다.그때면 엄마 젖가슴 감촉은 너무나 좋았다. 포근하고 탱탱하고 살내음도 싱그러웠다.
<<우리 엄마 애,애,애인해두 되겠네…>> 하고 진희가 놀리면 엄마는
<<미친년 …>> 하고는 웃어 넘긴다.
어느때부턴가 진희는 엄마 젖가슴이 예전의 젖가슴이 아닌 것을 알아 차렸다. 탄력을 잃어가는 엄마 젖가슴은 단물 빼먹은 수수깡처럼 메마르고 축 처지며 시들해졌다. 진희는 지쳐서 날지 못하고 박제되여가는 한마리의 나비를 보는것 같았다. . 억울하고 분했다. 엄마의 십칠년 세월이 한심했고 돈 한푼 모아지지 않은 자신의 칠년 세월이 바보스러웠다. 진희는 돈없는 분풀이를 늘 물러터진 엄마 탓이라고 걸고 들었다.
<< 어 엄마와 난 왜 이렇게 사,사,살아야 하는데?...언니더러 내 돈을 가,가,갚으라구 하우. 내 돈을…>>
언니가 전화로 상해 아파트가 여차여차하게 좋다고 흥이나 지껄일때면 심사가 뒤틀린 진희는 지진이나 콱 터져 와르르 무너지라고 귀먹은 욕을 한줄금씩 해댔다. .
엄마와 소식을 끓고 산지 3년세월이다 진희는 그동안 꼼꼼히 돈을 챙겨 모았지만 환율이 곤두박질치는 통에 예전 같지가 않다. 친구 명자가 귀에 못이 박히도록 여자나이 서른이 넘었으니 시집도 가야하고 제집장만도 해야한다는 말에 진희는 조급하기만했다. 그럴수록 3년철이 다되어도 빚을 갚아주마하는 말을 입언저리에 번지지도 않는 언니가 간이고 쓸개고 다 빼먹고 벌건입 싹닦고 나앉은 구미호처럼 미워났다.
막내동생이 한국에와 결혼식을 올리겠다고 기별을 전해왔다. 하느님 맙시사. 자가용승용차를 사는 둘째오빠에게 돈을 빡빡 긁어보낸 엄마에게는 돈이 있을리 만무한데 한국에와 결혼식을 올라겠다니?... 불보듯 뻔한 일이였다. 진희는 울화통이 터졌다 어제 저녁 진희는 장거리전화를 걸어 온 막내동생과 대판으로 싸웠다
<< 어,어,엄마등골 빼먹구 내 숨통조이며 바,바,박사가 됐으면 호강은 못시켜 드려두 구,구,궁지에 몰아 넣지는 말아야 할게 아,아,아니야?! 염치두 사,사,사람에게 붙어 사는데… 해두해두 너무한다…>>
그리고 엄마에게서 온 전화를 받고는 아예 사연도 듣지 않고 생무우 토막치듯 매몰차게 쏘아붙혔다.
<<어,어,엄마, 엄마두 너,너,너무한단 말이우? 그러길래 명자는 내가 우리 집의 현대판 노,노,노예라 하우. 막내 잔치에 내 돈은 바,바,바라보지두 마우. 자,자,잘난 엄마 아들인데 어,어,엄마 다하오 나는 엄마 신세 바라지않구 사,사,살테니… 제발 나를 끼워 넣지 말란 말이우…>>
그 통화가 어제저녁 엄마와 마지막으로 건넨 전화였다
아침에 사장님이 출근하지 않은 엄마를 재촉하여 아무리 전화를 하여도 받지않기에 화를내며 옥상에 올라 와서야 쓰러진 엄마를 발견하고 진희에게 전화를 했던것이다.
지하철 을지로3가 8번출구의 계단을 오르는 진희는 사람들의 머리위로 빠끔이 내다보이는 출구가 아득히 멀게만 느껴졌다 탁 풀린 두 다리는 맥없이 후들후들 떨렸다.
<<어, 엄마, 이렇게 주, 죽으면 나 분해서 못사우 엄마를 그렇게 보낼수 없소. 어, 없구 말구…명자엄마 처럼 유람두 못 시,시,시켰구 부러워하던 미,미,밍크도 못 사주구…>>진희는 주저 앉아 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 어,어,언니…>>
말못할 서름에 목이메여 진희는 핸드폰을 귀에댄채 꺽꺽 울음을 토해냈다.
<<진희니? 왜?! …나 지금 근무 시간이니 용건만 얼른 말해…>>
언니는 .늘 그런것처럼 정이 떨어지게 그랬다.
<<어, 어, 엄마가 많이 아파…쓰,쓰,쓰러졌어…>>
<<엄마가 왜?! 어떻게 아픈데 쓰러졌어?… 울지 말구 말해봐 엊저녁에두 내가 엄마와 통화했는데 웬일이니?!...>>
<<나, 나두 몰라. 주인집 사,사,사장님이 나한테 전화 했어 쓰,쓰,쓰러졌다구…>>
<<그러게 내가 뭐랬니? 엄마와 같이 일하라했잖니? 엄마 혼자 내버려두구 제 고집만 피우더니…>>
언니는 엄마 병세보다 진희를 나무라기에 급급했다.
<<너 그러기에 항상 골이 일하지 않는다는 소리를 달구 살지. 힘든일을 엄마 혼자 못하는줄 알면서 엄마와 떨어져 일하더니 끝내 사고쳤구나 너 지금 어데 있니? 나한테 전화하믄 이곳에서 나더러 어쩌라구…빨리 엄마를 병원으루 모셔야지. 병원으루… 알겠니? >>
<< 지,지,지금 마,마악 엄마한테 가는 길이야…지하철 타,타,타구…>>
<< 응, 그래 진희야 엄마 병원에 빨리 모셔가라 내가 여기서 큰 오빠랑 작은 오빠랑 토론하구 너한테 기별할게…>>
<< 어, 언니, 나 무,무,무서워. 어,어,언니가 빨리 한국에 오면 아,아,안돼?...>>
<<글쎄, 토론하구 기별하다지 안니?...좀만 기다려…>>
전화는 일방적으로 끊겼다. 진희는 숨 넘어간 핸드폰을 맥없이 바닥에 떨어뜨렸다. 진희는 적어도 언니만은 엄마기별에 놀라 펄쩍뛰며 울고불고 한국에 오려고 서두룰줄 알았다 언니는 그래야만 한다고 진희는 믿었었다
<<어,어,엄마가 어,언니 집 값 때문에 얼마나 대,대,대골에 병들게 일했는데…어,어,언니네 집값을 대준 돈 땜메 어,어,엄마가 나한테서 얼마나 가슴에 못박히는 소,소,소릴 들었는데…헌데 오빠들과 토론한다니…>>
세상일에 약아 빠진 언니는 돈 드는 집안 일에는 항상 아들들이 할일이라며 큰오빠와 작은 오빠를 들볶았다 진희는 화김에 언니를 욕하며 일어섰다
<<배,백년 묵은 불여시 가,같은게, 엄마가 돈준다고 해봐라 주,죽었다도 살아 날게다…>>.
진희가 사장님이 알려준 병원에 이르렀때 엄마는 의식이 없었다. 의사들은 뇌출혈이라고 했다 빨리 수술하는 것이 최선이라하며 수술 준비를 끝내고 보호자의 서명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진희는 다급히 서명했다 진희는 수술비로 고스란히 한해동안의 월급을 꺼냈다. 진희는 엄마만 살려낸다면 그 돈이 아깝지 않았다 돈은 또 벌면 되니깐…수술하는 내내 진희의 핸드폰은 불이났다 언니, 큰 오빠 ,작은 오빠 ,동생 올케들, 형부… 몇해만에 아버지에게서도 전화도 왔다. 식구들은 전화에서 진희더러 여차여차하라고 닥달하며 숱한 최고 지시들을 내렸다. 모두들 너나없이 진희를 한바탕씩 닦아세웠다. 몸이 약한 엄마곁에 있지않았다고 말이다 큰 오빠는 엄마에게 무슨 불행한 일이라도 일어나면 진희를 용서하지 않겠다고했다. 그래도 진희는 안심이 되였다 인젠 언니, 큰 오빠, 작은 오빠, 잔치하러 온다던 동생들이 막 엄마보려 올것 같았던것이다.
엄마는 열흘남아 생사고비에서 헤매더니 어제야 깨여났다. 이제 며칠후면 중환자실에서 나와 일반 병실로 옮겨도 된다고했다. 진희는 엄마간호에 지칠대로 지쳤다. 엄마가 수술한지 달포가 다 되여도 언니, 오빠들, 동생은 코빼기도 보이지않았다 진희는 더는 참을수 없었다. 인젠 그동안 모았던 돈도 밑바닥이 드러났다. 엄마 저축통장에는 단돈 오십만원이 전부였다. 강산이 두번이나 변하는동안 진희 엄마는 한국돈 오십만원을 모은셈이다. 그것도 병원수술비는 진희 돈으로 치른것이다. . 진희는 답답한 가슴에 해결책이 서지않아 친구 명자에게 전화했다.
<<아니, 진희야 그런 큰일 나하구 물어보믄 어쩌니? 니, 아빠나, 언니 오빠들이나 동생과 토론해야지...>>
<<며,명자야, 나 진짜 미,미,미친다 인젠 도,도,돈두 다 떨어지는데 우리 어,어,엄마 불쌍해서 어쩌니? 치,치,치료비두 없구 우리 아빤 수,수,수술하던날 전화오구 다신 아,안왔다. 언니는 비,빈혈이여서 몹시 앓는대 그래서 배,배두 비행기두 모,모,못 타겠대 …>>
<<형부는 올수 있잖아 니 오빠들은 ?...>>
<< 크, 크, 큰오빠는 올해 고중 졸업반을 마,마,맡아서 대학 입시가 끝나야 올수 있다던게… 요,요,요지음에 비자 시,시,신청을 했는데 소,소,소식이 없다하구 그냥 안온다 난 정말 속에서 피,피,피가 마른다 두,두, 둘째오빠는 올케가 둘째 해산 달이래…형부는 세,세, 세미난지 네,네,네미난지 하는데 가,가,가구…>>
<<야, 이 멍청이야 그게 다 구실이다 마음이 모질지 못한 너에게 니 엄마 떠밀자는 수작이다 안되겠다. 니나 니 엄마가 한국에서 얼마나 고생했는데 다들 그런다니? 괘씸하다…니네 엄마와 니덕에 모두 호강에 자빠져 살면서…>>
<<나두 너무 화,화,화가 나서 밤에 자지두 모,모,못하겠다 오지않는걸 내가 여기에서 어,어,어쩔수도 없구…어,어엄마 모시구 가자해두 나,나 난 불법이여서 갔다가 다,다,다시 나올수도 없구…>>
<<얘, 내가 시키는대루 해라 그러믄 니 언니, 오빠들이 그 날루 한국에 올거다 …>>
<< 어 어,어떻게?...>>
<<니 엄마 돌아갔다 해라!!...>>
<< 얘, 그,그,그건 롱담이래두 너무 심하다. 난 우리 엄마가 더 아,아,아플가봐 얼마나 소,소,손에 땀을 쥐는지 아니?...말이 시,시,씨가 된다는데…>>
<<그래두 그 방법이 니 언니 오빠들을 한국으루 불러오는 비책이다 그리구 이렇게 말해라 엄마가 일하다가 층계에서 굴러서 병난거니 산재 보험으로 처리되여 돈이 엄청 많이 나온다구 뻥 처라…음 ,또 니 엄마 생명보험에두 세곳에나 들었는데…보험 회사에서 나오는 돈아 많다구 해라…>>
<<너,너,너 참 머리가 일 잘한다 생각 해 보, 보,볼게…>>
<<아 참, 깜박했다 나 래일 나비축제에 참가한다.>>
<<뭐,뭐,뭐?.그런 대회가 다,다,다 있니?..>>
한낮이되여 진희는 엄마를 휄체어에 기대여 앉히고 바깥에 나왔다. 지병에 부황이 든 모양으로 서울 하늘에 걸린 해는 누런 광환을 두르고 누데기 같은 구름을 들쓰고 있다. 고개를 가누지 못하는 엄마를 보며 , 병간호에 지친 진희도 누군가에게 흠씬 두들겨 맞은 기분이다 높다란 화단 층계 아래에서 뻗어나간 회색아스팔트 길위에는 탈진해서 한없이 늘어진 나비떼가 쏟아져 내렸다 화단아래 광장에서는 무슨 대회가 열리고 있는지. 머리에 노란 수건들을 동여맨 사람들로 붐비였다.수건에는 저마다 <<차별반대. 로동허가 연수철페 >> 라고 쓰여져 있었다. 사람들은 격앙된 목소리로 누군가 웨치는 구호를 따라 광장이 떠나가게 복창하고 있었다. 인종 차별과 로동허가제를 위한 외국 로동자들의 집회였다 높다란 화단 끝자락 층계에서 시작되여 도심에로 끝없이 뻗어나간 큰길에서 광란하듯 달리던 차가 란무하는 나비떼에 부딛쳐 아츠러운 경적을 울린다 집회쪽을 바라보며 진희는 노란 머리수건을 동이고 그 집회에 있는 엄마와 자신을 보는것 같았다.
아침에 명자와 한 전화 통화를 생각하며 진희는 허구픈 웃음을 흘렸다. 그리고 궁리좋고 생각이 빨라 제 노릇 잘하는 명자가 부러웠다. 병원화단에는 긴꼬리제비나비, 하얀 모시나비, 호랑나비, 공작나비, 노랑나비, 빨강나비, 뿔나비가 날아옜다. 진희는 잠시 휄체어에서 한손을 떼고 그 나비들 중에서도 유난히 눈길을 끄는 빨간 점박이 나비를 가리키며 말했다.
<<어,엄마, 저 나비를 봐. 참 이,이,이쁘지?...>>
진희엄마는 일그러진 입귀로 느침을 흘리며 웃는지 우는지 분별없는 얼굴로 나비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쓰러진후 말을 잃은 진희엄마는 갑자기 움직일수 있는 왼팔을 쳐들며 꽃대에 나래를 한껏 접고 금방 탈피한채 날지못하는 호랑나비를 가리켰다. 진희는 엄마가 나비를 잡고 싶어 하는줄 알고. 휄체어를 화단 모서리에 앉은 호랑 나비에게로 밀고 갔다 진희는 나비를 잡으려고 휄체어에서 손을 뗐다.
그 순간, 휄체어가 급작스레 진희손에서 벗어나 앞으로 쏠리며 달아맨 링게르주머니가 마구 흔들리더니 걷잡을 수없이 화단 계단아래로 굴러내려갔다. 아차하는 찰나에 벌어진 일이라 진희는 굴러가는 휄체어를 멍청하게 바라보기만 했다 갑자기 휄체어에서 탈피하다만 하얀 나비 한마리가 튕겨 나왔다
<<헉! 나,나, 나비!>>
진희는 그 자리에 쓰러졌다. 무수한 나비떼가 덮쳐왔다. 진희는 오줌이 질펀하게 내밴 두 다리를 사시나무 떨듯이 떨다가 한참만에야 피빠진 짐승의 마지막 절규처럼 처절하게 비명을 질렀다.
<<어,어,어,어,… 엄마!!! …..>>
그리고 진희는 기절했다.
링게르주머니는 화단의 꽃대에 걸려있었고 휄체어는 큰길에 나동그라지며 지나가던 화물차에 박살이 났다.
콩크리트바닥엔 탈피하다만 나비 한마리가 누워 있었다. 세상은 한순간에 멈춘듯했다.
.
진희는 아빠, 언니 큰오빠 작은 오빠 올케들, 쌍둥이 동생을 만났다. 보고싶었고 그리웠고 또 한없이 미웠던 얼굴들이였다. 뿔 돋은 식구들은 진희를 심판대에 올리고 악마구리 끓듯 성토했다
<<모두 멍청한 네탓이다. 네탓이란 말이다!...>>
<<엄마를 살려내. 살려내란 말이다!…>>
<<왜 엄마를 혼자 두었어?...왜?>>
<<왜,엄마를 지키지 못했어.?!>>
<<왜...왜?...왜?!>>
진희는 잔뜩 몸을 움츠리고 번데기로 된 자신을 보았다 아무리 발버둥쳐도 벗지 못한 털부숭이 번데기, 진희는 뿔난 식구들에게 아빠트 창문 카텐에서 탈피를 꿈꾸다 박제된 나비를 힘없는 손으로 식구들에게 가리켜 보였다
한없는 고요와 정적이 흐르는 6월의 푸른 숲에서 추한 나비 번데기들의 숨가쁜 탈피가 한창이다. 그들 모두에게는 벗어나고 싶은 삶의 껍질이 있었다. 나비로 된다는것은 얼마나 고귀한 신분상승의 아름다움인가?!
나비들마다 번데기를 찢고 화려하게 비상하기를 갈망했을것이다. 하지만 번데기를 찢고 날수 없었던 나비, 어느 누가 감히 박제된 그 나비들에게 돌을 던질수 있을가?
2012년 5월 발표
첫댓글 잘 읽고 갑니다.감사합니다
소설을 읽어주시고 댓글주시여 고맙습니다즐거운 봄날들이 이어지기를 기원합니다
마지막까지 읽고 갑니다.다음글 또 기대되네요
소설을 마지막까지 읽어주시여 참으로 고마운 마음입니다 다가오는 이 봄날 행복하세요
잘 읽었습니다.감사해요
소설을 읽어주시고 댓글 주시여 감사합니다 행복한 봄날이되세요
참으로 적라라한 글 잘 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글 많이 기대합니다. 늘 행복한 일상되세요~~~
어여쁜 나비로 변신을 꿈꾸었지만 이루지 못한꿈 그것은 그 누구의 탓도 아니지요 우리 자신의 탓이지요 우리자신의 정신적인 렬근성이 우리를 빈궁과 락후에서 탈피하지못하게하지요 뼈빠지게 일하는 엄마 문제나 고향에 있는 친지들의 문제는 역시 우리조선족들이 공동으로 안고 있는 렬근성이지요 이러한문제와 수준의 의식으로는영원히 나비로 변신하지 못하는 번데기로 남게될것이지요 소설 읽어주시여 감사합니다
마음을 열어 감칠맛난게 쓰신 글 즐감하고 갑니다 좋은글 많이 기대됩니다 향기론날들 되세요
소설을 읽어주시고 댓글 주시여 감사합니다 행복한 봄날이 되세요
너무나 잘 엮었네요.좋은글 또 기대해요
소설을 읽어주시고 댓글주시여 참 고맙습니다즐거운 봄날이되세요
소설속에 빠졌다고 겨우 나오네요.재밋게 엮은 글 즐감하였어요
소설을 함께 공감해주셔서 참으로 고마운 마음입니다 꽃향기 그윽한 봄날이 되세요
희노애락이 많은 우리네 인생이죠.현시대에 존재하는 문제점이기도하죠.잘 엮어진 글 즐감하였습니다.좋은글 많이 기대됩니다.종종 들리셔서 좋은남속에 즐거운추억들을 많이 만들어 보시길 바랍니다.
꿈도 현실같고 현실도 꿈과 같은 세상에서 누구에게나 불투명한 오늘을 살고 있는게 우리들이지요 깊은 반성의식이 우리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리라 믿어봐야지요
댓글 꼭꼭주시는 지기님 고맙습니다 만사가형통한 봄날이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어휴~ 어린 나이에 한국 나와서 엄마랑 같이 번 피같은 돈을 형제들한테 공헌하셧네요~
그런데 아빠하고 멋스레 사는 윗 언니와 오빠들이 이런 하늘나리님의 나비가 되려는 간절한 심리도 모르시고...참말로 안타깝네요...
너무나 생동하게 마음의 울분을 잘 토로한 소설글을 길지만 단숨에 끝까지 읽고 내려갔어요………
가슴이 아프네요~~~へ( ̄⌒ ̄へ)
하지만요,
힘내세요 ! ! ! 소설속에 주인공님♥♥♥
앞으로의 모든것은 님의것일꺼에요…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떠요…♩♪♬
재태크님 긴 댓글 참 고맙습니다 이글은 저의 이야기가 아니고 어디까지나 소설입니다 우리 민족의 이야기이지요 소설 함께 공감해주시여 감사합니다
다가서는 이 봄날 행복하세요
번데기에서 나비로 탈바꿈하려고 눈물겨운 출국의 길을 선택했건만 그 길은 너무나 험난하고 눈물겹네요.
우리 민족의 가슴아픈 현실입니다. 또 그 돈때문에 울고 웃는 우리네 인생이지요.
너무나 잘 쓰신 소설 단숨에 읽었습니다. 우리부친을 안다는데 작가분의 성함을 어떻게 되시는지요?
다음글 또 기대합니다. 많이 배우고내립니다..
소설 함께 공감해 주시여 감사합니다 님의 글도 잘 읽고 있습니다 창작에서 대박나시기를 바랍니다 늘 행복하세요
좋은 작품 잘 읽었습니다.
어머니의 헌신과 희생정신, 끝없이 요구하는 자녀들의 모습이 잘 그려져 있네요.
그리고 그런 모습들을 나비라고 하는 상징물로 대체하여 묘사한 것이 참 좋았습니다.
어머니와 진희는 운명적으로 우화되지 못하는 번데기인 듯합니다.
우리 사회에 이런 분들이 많지요.
넓은 의미에서 자본과 경제성장의 그늘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도, 지금은 열악한 현실에 처해 있더라도 꿈마저 잃지는 말아야겠지요.
송화강님 답글 늦어 미안합니다 제가 데면거려선생님의 댓글 인제야 보고 이글을 올립니다.
소설 좋은 평가와 희망적인 말씀까지 곁들어 주시여 참으로 감사합니다 송화강님의 소설도 읽고 싶습니다
2014년 좋은 문운이 함께하시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