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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기타가 있는 마을 원문보기 글쓴이: 소나무...
모처럼 누리는 주일의 안식, 그러나...
무지크바움 CEO 겸 문화운동가 조기홍 선생으로부터
저녁 5시 반에 만나자는 일방적인 통보를 받고 금성명다원으로 향했다.
2~3분 늦었을라나? 뭔 기자가 이리 시간약속을 안 지키느냐는 불호령을 듣는 사이
무송 송영건 선생이 건네는 솔잎차를 한 잔...으~ 너무 달다.
직접 만드신 홍차를 주신다. 음~ 약간 떫은맛에 부드러운 향기가 입 안 가득 차오른다.
연거푸 서 너 잔을 마신 뒤 함평을 향해 출발.
어지간한 시골길은 다 알고 있다고 자부했건만
굽이굽이 논둑 밭둑길을 몇 바퀴 돌다보니
어디가 어딘지 모른 채 낯설면서도 정겨운 남도 풍경에 시선을 빼앗긴다.
가다보니 바다도 지나고 양파를 수확해 도로가에 즐비하게 쌓아놓은 벌판길을
몇 구비 돌아 함평군 손불면 교촌마을에 다다랐다.
소나무숲 언덕이 첫눈에 들어온다.
‘민예학당’이란 안내판을 따라 언덕을 오르니 폐교된 옛 손불남초등학교 건물이 우뚝 서 있다.
본관에 이르는 길 양쪽은 갓 피어난 잔디로 푸르다. 옛 시골 학교 모습 그대로다.
도착하니 꽁지머리에 수염 덥수룩한 아저씨들이 일제히 달려들어 안고, 쓰다듬고...
예감이 예사롭지 않다.
건물 앞 연못에는 꽃망울이 봉긋한 연과 창포, 패랭이꽃, 부처손...
들꽃이 한가로운 저녁을 맞이하고 있었다.
돼지고기 파티가 한창이다.
호스트 김하성 선생의 입담에 다들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그는 은희와 가시버시다.
그를 중심으로 시계방향으로 광주의 한 음식문화원장, 모델, 시낭송가, 요리연구가
↑ 이 등발 좋은 총각은 신인가수 '하이'
왼쪽부터 가수 '하이' 그의 매니저 강길중 씨, 지리산에서 도 닦다 오신분, 조기홍 선생.
7월초 첫 음반을 낼 예정이란다.
그의 첫 앨범 대표곡 '천지애'를 한대목 들려주는 '하이'
그 옛날 조관우의 음성이 귀곡성이라고 했던가?
그의 가수명을 '하이'라고 하는 이유를 알 만하다.
보통 남자의 음역을 뛰어넘는 고음에 소름이 돋을락 말락...
대금 반주도 예사롭지 않다.
이 양반, 지리산에서 무슨 도를 닦는지 모르지만
잠시 후 놀라운 광경을 기대하시라.
건물 안이 궁금해 슬쩍 들어와봤다.
이게 홀인지, 거실인지...
황토바닥에 아무런 치장도 하지 않은 시멘트 구조물 그대로다.
1970년대 초 ‘꽃반지 끼고’, ‘사랑해’, ‘연가’ 등의 히트곡을 냈던
가수 은희(58·본명 김은희)씨가 이곳에 둥지를 튼 것은 2003년.
염색의 주재료인 감이 많이 나고, 기후와 산천이 고향인 제주도와 비슷한 점이 가장 맘에 들었단다.
전라도 사람들의 정서도 마음에 들었다.
군데군데 손님을 위한 공간이 마련돼 있다. 황토바닥에 앉아 차를 마시는 공간이리라.
그녀는 틈틈이 폐교 운동장에 잔디와 들꽃을 심고, 연못도 팠다.
학교 본관을 개조해 2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공연장과 염색 연구소, 디자인 작업실, 작품실 등을 갖췄다.
여기서 그는 ‘감 염색’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그녀는 고향인 제주 모슬포 인근 재래시장을 지나다 좌판에 깔린 ‘갈중의(갈옷)’를 봤다.
“바로 이것이구나”란 생각이 뇌리를 쳤다.
갈옷은 예부터 땡감으로 염색해 제주 사람들이 즐겨 입던 작업·노동복이다.
땀 흡수력이 뛰어나고 감의 떫은 성분인 타닌이 방취, 방충, 방습이 뛰어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몸 냄새가 상대적으로 많은 서양인들에게 안성맞춤이란 생각이 들었다.
무대다.
벽의 문양이 황소뿔 같지는 않은데,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반인반수의 상징일까나?
삼익 디지털 피아노와 의자, 마이크, 그리고 옆에 노래반주기가 있다.
그리고 그 옆에 구석진 곳에는 비파인지, 만돌린인지
악기 하나가 저 홀로 궁글고 있다.
은희는 우리나라 천염염색으로 서양의 대중 옷인 블루진을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
1989년 그는 본격적인 감 염색 작업에 착수, ‘봅데강(보셨습니까라는 제주도 방언)’이란 상표로 갈옷 제품을 내놨다.
초등학교 동창인 탤런트 고두심, 살아생전의 중광 스님 등 문화계 인사들이 힘을 보탰다.
갈옷을 국내 한 홈쇼핑에 올려 1000여벌이 순식간에 동나기도 했다.
외환위기 때 어려움도 겪었지만 관련 특허까지 따 내는 등 감 염색 연구에 몰입했다.
그럴수록 기능성에 확신을 갖게 됐다.
다시 밖으로 나왔다.
주인집 아들 용이가 정원의 치자꽃을 꺾어다 놓았다.
쥔장이 꽃잎 한장을 코에 디민다.
향기...기절할 지경이다.
외출중인 은희가 그 즈음 돌아왔다.
옛날 가수시절 이후
작년에 광주KBS에서 방영한 '사노라면'에 출연한 모습을 본 뒤
처음이다.
얼굴 가득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얹혀있지만
선이 곱고 목소리 또한 가녀린 소녀의 음성 그대로다.
용기있는 자가 미인을 얻는다 했던가?
조기홍 선생이 잽싸게 '누님'을 차지한다.
잠시후 도착한 일본인 의류 바이어를 호스트 김하성 씨가 소개하고 있다.
일본 일류 백화점 의류납품을 좌지우지 하는 의류업계의 '큰손'이시란다.
돼지고기 삽겸살 파티에 상당히 익숙한 걸 보니
한국사람들과 어울리는 게 관록이 있나보다.
대한민국 남자 VS 일본 남자
딱 보고 느껴지는 것은?
ㅋㅋ 은희 선생의 갈옷이 일본 유명백화점 입점을 앞두고 있는 마당에
초를 치면 안되겠죠?
본대로, 느낀대로...
하이와 강길중
강질중 씨, 이 사람이 장사익과 호형호제하는 사이란다.
앗싸~ 알아두면 장사익과 가까워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은 예감이...
대금이면 대금, 해금이면 해금, 가야금이면 가야금...
못 다루는 게 없는 국악계의 '리베로'쯤 되는 사람이다.
그런데 누굴 닮은 것 같은데...
권..오..중?
은희 선생이 직접 차려준 저녁상.
김치, 깍두기,멸치젓갈,고추조림 그리고 순대국.
손님들 대접하는 걸 마다하지 않는 님의 정성에 밥 한공기를 후딱 비웠다.
밥상 옆에 걸린 노래시
은희가 노래 부르고 언니 신정이 글을 쓰다
은희를 가까이에서...
은희는 한라산(담배)만을 즐긴단다.
쓰고 독한데 왜 한라산이냐는 동생들의 물음에
싸니까...라고 말하는 그녀지만 속내는 그것이 아니리라.
꿈에도 그리는 고향 제주를 그리며 한라산의 정취를 느끼고 싶은...
首丘初心 이 아닐른지...
저녁밥을 먹은 뒤 공연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드디어 공연이 시작됐다.
제일 먼저 무대에 오른 김하성 씨(헉~ 자세히 보니 박..신..양...닮았다!!!)
그가 무대 위에서 한 것은 "용아, 노래 불러라!"
오직 그 뿐이었다.
서울대 컴퓨터공학과를 다니고 있다는 은희의 아들 용군.
앞으로 뉴욕대를 다니게 돼 잠시 집에 내려왔단다.
모전자전인가?
노래실력 보통이 아니다.
시낭송가 이미숙 씨의 시 낭송에 강길중 씨가 대금반주를 하고 있다.
멋지지 않은가?
소리는 어떻고!
이어지는 대금 독주.
청성곡만 알고 있던 터에 새로운 음의 환타지를 느꼈다.
마치, 스피커가 찢어지는 듯한 클라이맥스는
그가 고안한 대금의 새로운 주법이란다.
하이가 노래를 부른다.
멋지다.
앗, 이건 무슨 또 무슨 시츄에이션?
쥔장이 흥을 못이겨 뛰쳐나왔다.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
잠시후...
오홋~ 뒤통수가 가려워 돌아보았더니
이번에 여쥔장까지?
夫唱婦隨 라더니 '딱'이다.
난 아무리 감동을 해도 일어나서 춤까지 출 엄두를 못내는데
예술가들은 확실히 다른가 보다.
오늘 이 모습은 고스란히 다큐멘터리로 제작돼 공중파를 타게 될 것이란다.
vj폼도 예사롭지가 않다.
첫 대면부터 예사롭지가 않던 지리산 도 닦는 양반의 노래순서.
암튼, 보통사람은 아닌 것 같다.
폼으로 봐서는 마치 'My way' 한 곡 멋지게 부르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은희 누님에 대한 일방적인 찬사와 함께 간 송영건 선생을
소개하는 데 10여분을 썼다.
별명이 '마덕(마누라 덕에 사는 사람)'이라는 조기홍 선생,
아름다운 소리 보다는 처절한 소리가 좋다는 그의 노래를 꼭 들어보리라.
무송 송영건 선생은 茶의 명인이며, 소리도 수준급이다.
수궁가 중에서 자라가 토끼를 꾀어 용궁으로 데려간 대목부터
토끼가 용궁 탈출 후 사람의 손에 잡혔다가 다시 풀려난 대목까지...
가장 한국적이라서 그랬을까
카메라맨이 한 순간도 놓치지 않고 따라다니는 바람에 사진을 잡기가 곤란했다.
일본인 바이어의 노래.
한국 노래를 불렀는데 잘 모르는 노래에다
가사도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다만, 일본인이 노래 부르는 것을 처음 본다는 호기심에 찰칵찰칵...
싱어의 어색한 순간을 모면해주기 위해 우정출연한
가이드와 쥔장의 관객 시선끌기용 퍼포먼스.
진짜 신나서 추는 춤인지, 흥끌기용인지...
암튼 배짱도 두둑한 사람들임에는 틀림없다.
단순하고 쉬운 멜로디에 애절하게 여성적인 매력을 발산한 은희의 '꽃반지 끼고'는 김세환의 '오솔길'을 누르고 빅 히트를 터뜨렸다.
가히 폭발적이었다. 1970년대 초반은 포크 음반의 경우 5천장만 팔려도 큰 사건이었던 시절.
1971년 말, 은희는 시각장애인 가수 이용복과 함께 MBC 10대 가수상에서 여자 신인가수상을 수상한 데 이어, 무궁화 인기상과 광주기독교방송의 신인상 등 서울과 지방의 언론사가 수여하는 신인상을 휩쓸어 버렸다.
돈이 생기면 우선 기타부터 살 정도로 기타 사랑도 유별났다.
1972년 초 KBS라디오의 신년특집 프로에 서유석과 함께 출연해 "트로트 가수도 가수냐"는 튀는 발언으로 물의를 빚기도 했다.
이처럼 그녀는 앳되고 여린 목소리와는 달리 당차고 자기주장이 강했던 여성이었다.
1972년 8월 평양 남북적십자회담장에서 남과 북의 대표단장이 손을 맞잡고 데뷔 곡 '사랑해'를 부르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이념과 사상의 색깔이 없이 화합을 이끌어내는 긍정적인 내용을 담은 '사랑해'는 자연스럽게 남북회담장에서 합창되었다.
분단 이후 처음 있는 사건이었다.
이후 '사랑해'는 불멸의 국민가요로 자리잡게 되었다. 용기를 얻은 은희는 72년 말, 20일간의 일본 공연을 치러냈다.
꿈길
그리워 그리워 너무나 그리워서
꿈길에나 만날까 잠들어 봅니다
고운 눈매 웃음진 그 님은 찾아와서
외로움에 지친 나를 어루만져 줍니다
반가워 반가워 너무나 반가워
맺힌 사연 말 못하고 몸부림치며
꿈에서 깨일까 봐 그 님이 가실까 봐
옷소매 부여잡고 눈물만 흘립니다
반가워 반가워 너무나 반가워
맺힌 사연 말 못하고 몸부림치며
꿈에서 깨일까 봐 그 님이 가실까 봐
옷소매 부여잡고 눈물만 흘립니다
눈물만 흘립니다
이와 함께 변혁과 '사랑의 자장가', 박춘석과 '호반의 메아리', 정민섭과 '쌍 뚜아 마미',
남국인과 '꿈속의 소녀', 이민우와 '잊을 수밖에' 등 여러 작곡가들의 곡을 받아
음반으로 발표하며 정상의 인기를 회복하려 했지만 데뷔 때의 폭발적인 인기를 얻지는 못했다.
은희는 1974년 결혼 후 1976년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다.
한창 잘나가던 가수생활을 접고 결혼과 함께 미국 뉴욕행 비행기를 탄 것은
‘새로운 세계’에 대한 동경 때문이었다.
뉴욕주립대 패션학과(FIT)에 입학한 그는 의상디자인과 메이크업 등
이른바 ‘토털 패션디자인’을 배우고 15년만인 1985년 귀국했다.
그는 최근 일본 도쿄, 나고야, 오사카, 교토 등 5대 도시를 순회하며 전시회와 발표회 등을 이어갔다.
지금은 일본의 유명 백화점이 입점을 요청할 정도로 갈옷의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재료를 구입하고 공동 작업하는 과정을 되풀하면서 동네 주민들과도 스스럼없이 지낸다.
그는 이제 전라도 아짐이 다 됐다.
꽃반지 끼고, 사랑해를 열창한 뒤에 이어지는 꿈길에
다들 넋이 빠지고 말았다.
기타를 꼿꼿이 세워서 연주하는 모습이 은희스럽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대중의 스타가
이제는 산골 오지마을에서 문화와 인생을 노래한다.
한창 잘나가던 시절 숱한 염문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이름값을 지킬 수 있다는 것에
경의를 표한다.
다들 은희의 노래에 빠지고 말았다.
쥔장의 장난으로 명작이 탄생했다.
사진을 찍고 있는데 '나 누구게~'놀이를 하는 바람에 탄생한 작품이다.
한마디로 쥔장의 손바닥 사진인 셈이다.
은희와 일본인을 대상으로 문화로비스트 활동을 하고 있는 탁원경 씨의 무대에
지리산 도사와 쥔장이 바람잽이로 나섰다.
그런데 저 동작들이 택견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
학춤을 추는 것 같기도 하고...
암튼, 근원과 정체를 알 수 있는 장면이 허다하다.
오홋~
저런 심오한 동작이 하루 아침에 만들어 진 것 같지는 않음.
로비스트 탁원경.
참, 발랄하고 사교성도 좋고 매력있는 아가씨다.
일본인 아저씨의 춤.
70년대 고고춤이다.
네 활개를 펄럭이며 무대를 종횡무진하는 한국인들의 춤과는 사뭇 다른 품새다.
제주도 비바리 은희와 그의 친구들이
이제는 전라도 빈 농촌을 문화의 공간으로 꽃피워가는
듬직한 희망아이콘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꿈길....
Am E7 F Dm Am D7
그리워 그리워 너무나 그리워서 꿈길에나 만날까 잠들어봅니다
Am E7 F Dm D7 Am
고운 눈매 웃음진 그 님은 찾아와서 외로움에 지친 나를 어루만져줍니다
Dm G C Dm Am/D7 C Dm Am D7
반가워 반가워 너무나 반가워 맺힌 사연 말 못하고 몸부림치며
Am E7 F Dm D7 Am
꿈에서 깨일까봐 그 님이 가실까봐 옷소매 부여잡고 눈물만 흘립니다.
첫댓글 저마다의 의미가 풍성한 이름들이네여 .... 저는, 호남평야 논두렁 그 어디쯤에서, 아무렇게나 자라나는 이름모를 풀잎 그 자유로움에 불과하거늘, 쟁쟁한 인물들을 보노라니 敬畏(경외)감이 느껴집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