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독서 : 사도 5,27-33. 복음 : 요한 3,31-36.
반갑습니다! 그리고 환영합니다! 지난 2달간 교우들과 함께할 수 없는 미사를 봉헌하다보니 텅 빈 성당에서 홀로 외치는 복음 선포와 강론 시간이 적막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래도 최근엔 음성 파일로 녹음된 제 강론이 구역과 단체 카톡방을 통해 공유되고 있는데요. 많은 교우들이 제 목소리를 반겨주신다는 말에 힘을 얻습니다. 당분간은 미사 이외의 모든 활동이 중단되는 만큼 성당에 올 수 없는 분들을 위하여 강론 음성 파일을 계속 공유하겠습니다. 구역과 단체 활동을 못하는 분들은 구역장님께 보내달라고 요청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이제 토요일은 평일 미사 대신 초등부와 중고등부 학생과 청년들을 위한 강론을 준비하여 올리겠습니다.
한편 그동안 저희 성당에서 지내시던 남동우 요한보스코 신부님은 오늘 오전 괴산 학군교로 입대하였습니다. 신학생 때 사병 생활을 하고 군종장교로 두 번째 입대하는 신부님들을 위해 기도 부탁드립니다. 대전교구는 최승범 베드로, 박재우 마르첼리노 신부님까지 3명을 배정받았고, 천주교는 총 18명의 사제들이 입소했습니다. 장교 훈련을 마치면 6월 26일(금) 임관식을 하고 전국에 있는 군인 성당으로 파견가게 됩니다. 제1독서에서 베드로를 비롯한 사도들이 “사람에게 순종하는 것보다 하느님께 순종하는 것이 더욱 마땅합니다.”라고 외친 것처럼 군종 사제단이 군대라는 특수한 상황 속에서도 맡겨진 양떼를 돌보는 사목자의 길을 충실히 걸어갈 수 있도록 말이죠.
‘상명하복’이라는 군 조직의 특수성 때문에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군종 신부님들이 많습니다. 사제가 아니라 계급장에 명시된 군인으로만 평가되는 조직 문화 안에서 사목 활동을 펼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특히 사병들에게 휴대폰 지급이 가능해지면서 주일에 종교 활동을 가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하고 휴대폰으로 휴식을 취하는 친구들이 더 많다고 합니다. 그러다보니 “아드님을 믿는 이는 영원한 생명을 얻는다.”는 신앙의 진리를 아직 믿음이 약한 20대 초반의 청년들에게 전파하는 데 고충이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이 일의 증인입니다. 하느님께서 당신께 순종하는 이들에게 주신 성령도 증인이십니다.” 하신 말씀을 기억하며 힘내도록 응원해주세요.
저도 요즘 고민이 많아졌습니다. 주일학교 교육을 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본당의 아이들에게 어떻게 신앙을 전파할 수 있을까? 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그저 부모님이 가정 안에서 자녀들과 함께 기도생활을 이어가기를 바랄 뿐입니다. 무엇보다 하루에 단 몇 분이라도 함께 기도하는 시간을 갖는 게 중요합니다. 기도의 습관을 키워가면서 자연스럽게 가족들과의 대화로 이어진다면 더 좋겠지요. 오늘 하루 누구를 만났고 무엇을 했는지 이야기 나누다보면 나와 함께 하신 하느님의 손길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처럼 신앙생활은 내 앞에 놓인 현실을 신앙의 눈으로 바라보며 풀어가는 삶의 지혜입니다. 그 기쁨을 가족과 이웃들과 함께 나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