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ㅡㅡㅡㅡㅡ 꽃샘추위인지, 겨울이 남아있는 것인지 모를 날씨에도 어김없이 꽃은 피어 봄을 알린다.
삼동의 긴 잠에서 깨어난 연록과 분홍의 청초한 그리움이고 기다림인 봄이다. 혼자이거나 여럿이거나 소리 없이 피고 지고, 논쟁 없이, 전쟁 없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꽃들의 세상이 부러워지는 봄이다.
‘어디선가 뻐꾸기는 훌쩍이는데 / 어디선가 멧비둘긴 울어 쌌는데’
기다리는 소식은 왜 휴대폰 자막으로만 와야 하는 걸까? 봄 같지 않은 봄이 못마땅해서 외로워진 그 봄, 시인은 행여 올지 모를 청신한 신록의 봄을 기다렸던 건 아닐까?
‘나비 앞장세우고 봄이 봄이 와요’ 아이들의 노래 소리로 오는 봄,‘봄이 오면 산에 들에 진달래 피네, 진달래 피는 곳에 내 마음도’ 따라 피던 봄,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던 박목월의 봄, 생명의 등불을 밝혀들던 빛나는 꿈의 계절이었던 그 봄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