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상 심해 입원 환자 역대 최다
수영장물로도 감염될 수 있는
아데노 바이러스 5년내 최고치
코로나 검출률보다 2배 높아
이달 초 독감 환자도 크게 늘어
"거리두기로 면역력 떨어졌는데
사회생활 늘어 더 쉽게 전파돼"
우리나라가 6년 만에 가장 독한 여름감기와 독감에 시달리고 있다. 13일 질병관리청 조사에서 일부 감기는 코로나보다 감염자가 더 많이 나오고 있다. 여름감기, 독감 입원 환자 수는 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을, 겨울에 기승을 부리고 여름엔 수그러드는 바이러스의 특성을 고려할 때 이례적이다.
한국에서 자주 유행해 질병청이 환자수를 매주 조사하는 급성호흡기감염증(감기,독감 등)은 7가지다. 리노 바이러스, 메타뉴모 바이러스, 보카 바이라스, 아데노 바이러스, 파라인플루엔자 바이러스, 호흡기 세포 융합 바이러스(RSV),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독감) 등이다.
질병관리청이 7월 23~29일 전국 220개 병, 의원 환자를 대상으로 한 표본 조사에서 감기를 일으키는 아데노 바이러스와 파라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검출률은 각각 21.2%, 12.4%였다. 최근 다시 기승을 부리는 코로나 바이러스 검출률(12.1%)보다 최고 2배 가까이 높았다. 특히 7월 기준 아데노 바이러스 검출률은 올해가 5년 만에 가장 높았다. 고열과 인후통을 유발하는 이 바이러스는 수영장 물로도 감염될 만큼 전염성이 높기로 유명하다. 환자 대부분은 1~6세 유아였다. 또 올 8월 초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환자 수는 1000명당 14.1명으로 같은 기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침, 발열을 일으키는 메타뉴모 바이러스 검출률 (7월 기준)도 코로나 전인 2019년보다 높았다. 올여름 감기의 '독성'은 입원 환자 수에서 명확히 드러나고 있다 .증세가 심해 입원까지 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떄문이다. 질병청에 따르면 올 7월 기준, '7대 감기, 독감' 입원 환자 수는 6965명이다. 코로나 확산으로 개인 위생에 신경을 쓰면서 감기, 독감이 대폭 줄었던 2021년 7월 환자 수(934명)보다 7배 많다. 코로나 전인 2018년 (4722명)에 비해서도 1.5배 많은 수치다.
올해 여름 감기, 독감의 추이도 과거와 확연히 다르다. 감기 입원 환자가 많았던 2019년엔 7월 첫째 주 환자 수가 1689명이었다가 넷째 주엔 1432명으로 줄어 감소세가 뚜렷했다. 반면 올해는 7월엔 첫째 주 환자 수(1683명)보다 넷쨰 주 환자수 (1780명)가 더 많다. 그만큼 올여름 감기가 더 질기고 독하다는 뜻이다. 올해 여름 감기의 폭증을 방역 전문가들은 '면역 빚(면역 부채)'이란 개념으로 자주 설명한다. 일상생활에서 자연스럽게 병균을 주고받으며 면역력을 키우는 게 정상인데 코로나로 2년 넘게 거리두기가 이어지면서 개인의 면역력이 떨어졌고, 방역이 해제되고 처음 맞은 올여름에 그 대가(빚)를 치르고 있다는 뜻이다. 최근 상대적으로 코로나 바이러스의 독성은 떨어지면서 "코로나 감염때보다 이번 감기, 독감이 더 아프다"는 환자들도 있다.
김홍빈 분당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엄격한 코로나 방역으로 (감기, 독감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최근 사회생활은 늘어났으니 더 쉽게 전파되고, 더 크게 유행하는 것"이라며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고 했다.
출처 : 조선일보 23년 8월 14일 월요일 조백건 기자, 김도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