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학교로 오려는데 트럭이 고장이 났다.
선배님에게 2학년 교과서를 물려 받아서 책이 한가방에
아들이 기숙사에서 필요한 짐이 또 한가방이라 도저히 혼자서 가지고 갈 수가 없었다.
할 수 없이 남편이 버스를 타고 짐을 가져다 주었다.
아들 만나서 저녁을 먹고 났더니 영월로 돌아 갈 수 있는 버스가 없었다.
내가 살고 있는 소영언니네서 자고 가면 되는데 옷을 갈아 입으면서
열쇠를 가지고 오지 않았다.
언니에게 전화를 하니 오랫만에 지방에 있는 친구댁에 놀러 가셨는데
자고 가라고들 하셔서 자고 오겠다고 하신다.
언니가 마음편하지 않을까봐서 열쇠가 없다는 소리를 못했다.
밤이 늦어서 친구네로 가기도 뭐해서
근처의 모텔에 가서 자기로 했다.
그렇지 않아도 겨울에는 가끔 모텔에 가서 자고 오기도 하는데
이번 겨울에는 여행을 많이 가서 그럴 필요가 없었다.
모텔에 가는 이유는 욕조에 뜨거운 물을 가득 받아 놓고
목욕을 하는 이유이기도 하고 따로 새로운 분위기에서 잠도 자고.....
근처에 모텔이 너댓개 있었다.
한군데는 작년에 잔적이 있었는데 방이 너무 추웠다.
그래서 그곳은 가기가 싫었고 첫번째 모텔에 들어가서
방값을 물어 보니 4만원이라고 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가격이 아니라서 다시 다른집에 물어 보니
역시나 4만원이었다.
작년만해도 3만원에 잘 수 있었는데
최근에 오른 모양인지 아니면 이 근처는 다 그런지
내가 원하는 가격으로는 잘 수가 없었다.
서너집을 다 물어 보았는데 가격 동결이었다.
이제는 약간 시설이 잘 된 호텔이라고 써 있는곳 밖에 남지 않았다.
가격만 물어 보고 나온데 다시 가기는 민망하고 그렇다고 차가 없으니
어디 다른지역으로 옮겨 가기는 그렇고
아무리 호텔이라도 가격 물어 보는데 돈이 드는 것도 아니고
로비로 들어 가니 말끔하니 차려 입은 지배인님이 나를 맞아 준다.
<객실료가 얼마인가요?>
<여기는 대실이 없습니다>
<아니 객실료가 얼마냐구요>
<이 시간에는 대실을 할 수가 없습니다>
어머 정말로 이상하다.
나는 분명히 객실료가 얼마냐고 물었고
지배인님은 귀가 어두울 정도로 늙으신 분도 아닌데
왜 나에게 대실타령을 하실까.....
<아니 대실이 아니고 객실료가 얼마냐구요?>
<아 예~ 5만원입니다>
속으로는 싸다고 생각하면서 이래저래 갑자기 자게 되어서
돈이 모자라 그러니 좀 보아 달라고 했더니 4만원에 낙찰이 되었다.
남편은 밖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내가 오케이싸인을 했더니
안으로 들어왔다.
그런데 지배인님은 왜 우리를 불륜처럼 보았나 대실타령을 하셨을까
보통 대실을 빌리는 사람은 통상적으로 잠깐 만나서 하룻밤 자고 가거나
젊은 연인들이 오는 경우일텐데
우리처럼 짐을 한짐씩 지고 후줄근한 차림으로 들어 온
이들에게.....
대실하니까 생각나는 사람이 있어서 혼자 웃음이 터졌다.
같이 공부하는 정옥언니는 서울에 사는 사람이고 서울에 대해서는 모르는 것이 없는
사람인데 일전에 교수님댁에 가느라고 전주에 갔다가 모텔에서
자게 되었다.
나와 정옥언니가 한 방에서 자고 남편과 현영씨가 다른방을 썼는데,
거기 대실13000 원 이라고 써 있었다.
그랬더니 방에 들어가서 계산을 해 보더니 괜히 남자들하고 다른 방을 쓸
필요가 없이 대실을 얻어서 같이 자면 될 껄 아깝다고 했다.
그래서 대실이 뭔줄 알고 하고 물어 보았더니 대실 그러니까 큰방,
대실(大室)이고 침대가 없이 넓은방인줄 알았다고 해서 꽤나 웃었다.
그래서 대실(貸室)은 아베크족이나 여행중에 정말 피곤해서
잠깐 쉬어가는 방이라고 했더니 생전 처음 알았댄다.
그래서 친구들 모임에서 그 이야기를 했더니 모두들 처음 알았다고 했다나.....
객실에 들어 갔더니 모텔과는 다르게 역시나 호텔이란 생각이 들었다.
물론 필리핀에서 1급 호텔에도 자 보기도 다른나라에 가면 이런 호텔에
재우기도 해서 자 보기는 했지만 우리나라에서 호텔은 처음이다.
사실은 신혼여행 가서도 돈 아끼느라고 모텔에서 잤었다.
넓은 텔레비젼에 컴퓨터도 있고, 화장품도 갖추어져 있다.
냉장고에 쥬스며 약간의 간식도 들어 있고 차도 종류별로 갖추어져 있다.
그리고 다른 곳에는 별로 없는 것이 있었는데 약간의 성인을 위한
도구가 있었는데 그걸 보니까 또 정옥언니 생각이 났다.
지난번에 같이 모텔에 갔을 때에 텔레비젼 채널을 돌리다 보니까 성인기구 파는
방송이 나왔다.
<어머머 ~ 난 저런 것 처음봐~ 세상에 저런것이 있었네~
나 아는 언니 가르쳐 줘야 겠다.
나 전화번호 적게 볼펜 좀 줘봐~>
하면서 열심히 적었다.
그러더니 하는 소리가 사실은 그날 모텔에도 처음 와 보았다고......
이 물컹하고 이상한 성인기구를 보면 언니는 뭐라고 놀랄라나
<난 너무 아는게 없나봐>
이럴테지~
넓은 방도 마음에 들고 무엇보다 마음에 들은 것은 욕조였다.
월풀욕조라는 것이었는데 물을 채우면 강한 수압으로
발과 옆구리 머리까지 맛사지를 할 수 있으니
너무 좋다.
남편에게 가끔 이곳에 와서 하룻밤씩 묶어 가자고 했더니
남편도 오케이~하였다.
다음에는 집에다가 욕조를 설치해 준다고 할 줄 알았더니
남편도 내가 즐기고자 하는게 무엇인지 이제는 이해를 하는 것 같다.
그 아침에 터미널로 같이 택시를 타고 와서
남편은 영월로 나는 횡성학교로 가기 위해
직행버스를 기다리는 버스정류장
요며칠 따뜻해서 방심했더니 봄날씨치고는
꽤나 추워서 몸이 오그라들 정도이다.
남편이 추워하는 내게 다가오더니
스카프를 여미어 주며 말했다.
<추우면 이렇게 잘 여미여야지>
이말은 28년전에 들어 본 적이 있는 말과
모습이다.
결혼전 남편이 자취하는 곳으로 놀러 갔다가
버스를 놓쳐서 함께 자게 되었다.
생전 처음 뽀뽀를 하고, 어쩌지도 않았는데
아침에 부끄러워서 남편의 모습을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아침에 버스정류장에서 이별을 하며 남편이 먼저
말을 걸며 이렇게 스카프를 여며 주었었지.
영월행 버스에 오른 남편에게
반대쪽 차에서 손을 흔들어 주었다.
남편이 멋지게 손을 흔들어 준다.
밀월여행이 별건가~
이게 바로 밀월여행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