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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굴 개굴
한마리가 울고 또 한마리가 울고 수 많은 개구리가 우는 소리는 장엄하고 웅장하다.
전날 보령에서 버스 타고 홍성으로 건너와 인근 여관에서 자고 이른 아침부터 당진천을 걷기 위해 홍성군 덕산면 상가리
흥선 대원군 부친이셨던 남연군 묘를 찾아간다.
남의 무덤을 즐겨 찾는 건 아니지만 지나가는 길에 뭐든 특별한 건 찾아보는 습관은 국토를 배우는 수습생으로써
꼭 가져야 할마음 가짐이라 생각한다.
무덤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릉(陵)이란 왕(비)이 묻히는 곳이고
원(園)이란 왕세자(비) 그리고 묘(墓)는 일반 인들이 묻히는 곳을 말하죠
남연군 묘는 흥선대원군이 풍수지리설에 따라 2대에 걸쳐 군왕이 나온다는 말을 듣고 경기도 연천에 있던 아버지(남연군)
묘를 이곳으로 옮겨 놓은 곳인데 원래는 가야사라는 절이 있던 자리였으나 절을 불태우고 묘를 이장한 곳이다.
흥선대원군이 쇄국 정치를 한 배경이 1866년 독일 상인이 남연군 묘를 도굴하려다 실패를 한 적이 있는데
그때부터 서양에 대한 배척과 천주교 탄압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되었다 한다
안개가 자욱하지만 가야사라는 절을 허물고 아버지 묘를 세운 흥선의 욕심이 짙은 안개에 가려있어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가야산 옥양봉에 올라 사방팔방 보일 것 같은 풍경을 보지 못할 거라 생각이 먼저 드니 이것도 욕심인가 싶다
남연군 묘에서 본 상가리 마을과 서원산 줄기
이슬비 내리는 이른 아침에 옥양봉으로
사슴뿔을 닮은 고사한 소나무가 언제부터 이 자리를 지켰는지
이슬비는 잠시 그치고 뿌연 하늘로 태양은 잠시 고개를 빼고 내밀다 사라진다.
인증 한 장 담고
옥양봉에서 잠시 산길은 북쪽 마루금으로 이어지며
소나무가 군락을 이루는 600m 봉에서 석문 방조제로 이어지는 지맥 길이 오늘 이어가게 될 역천(당진천)의 최장 발원지다.
물은 이곳 600봉 동쪽 계곡에서 발원하여 서산시 운산면, 고풍 저수지, 당진시 정미면, 석문호 석문 방조제까지 42km를 이어가
서해바다에 드는 하천이다.
경사진 계곡으로 접어들며
지나간 경로
600봉 동쪽 계곡이나 급경사를 이루어 조심해서 내려서야 하며
경사가 급하기에 물이 있을 리 만무하고
계곡이 형성되어 있으나 너덜 돌들이 길게 이어지는 계곡으로 물이 한 방울 보이지 않는다.
어느 평평한 계곡 지점 바위틈에 물이 고여 있으나 발원지라 하기에는 모양새가 영 아니올시다.
하지만 한참 내려가도 물은 보이지 않는다.
내려온 곳으로
오래전에 쌓은 돌축대가 보이지만 무슨 용도인지 알길 없고
계곡으로 한아름 크기의 바위돌만 가득한데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가만 귀 기울여도 물소리는 들리지 않고 이름 모를 산새 소리만 들린다.
30여분 정도 내려와
계곡으로는 벌목한 곳이 있으며 지맥 길에 만나는 서원산이 지척이다.
지맥 길 옆에 자리하는 전통 방법으로 기와집 짓는 곳을 지나
예산군 덕산리 상가리 마을과 서산시 운산면 원평리 마을을 이어주는 임도길
차량 통행은 금지되어있다.
머리만 빼곡 내민 장승 두 분이 좋은 일 있으시나 환하게 웃으며 반겨주는 곳을 지나
멀리 내려온 옥양봉 방향
몇몇 곳에서 흘러온 물이 만나 당진시 석문호로 흘러드는 역천이 흘러오고
물은 얼음골로 흘러들어 아래로 내려간다.
계곡으로 진행하고 싶지만 다시 임도로 돌아 나와 좋은 길 따라 진행한다.
잠시 임도길 따라 내려오니 짙은 안개는 언제 있었냐는 듯 어디로 사라지고 파란이 보인다.
원당리 마을을 지나며
비가 그치니 농작물 가뭄에 해갈이 되어
마을 주민 가족이 모두 나와 고추밭에 고추를 심으시고
물은 아직 깨끗하게
멀리 내려온 옥양봉이 보이고
서산시 운산면 원평리 마을을 지나는데 돼지 축사가 곁에 있어 냄새가 아주 고약하다.
전국 어딜가나 축사나 돈사, 양계장이 자리하니 공기는 오염되고, 물은 더러워지고 그러다 보니 인심은 날로 나빠질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여행을 떠나는 길에 이렇게 삼박자가 맞으면 앞으로 어디로 가야 좋은 공기와 맑은 물 그리고 예전과 같은 인심을 느낄 수
있을지 어느면(面)을 지나는 길에 소(牛)를 키우는 축사가 얼마나 되는지 여쭈어 보니 2천명이 사는 면에 축사가 500개가
넘으며 소는 약 2만 마리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있는데 마을 사람들 대부분 10마리 이상의 소를 키우고 있으며 바람이 불
때마다 소똥 냄새가 나서 죽겠다고 하셨다, 물론
그분도 소를 키우셨는데 서로가 소똥 냄새 때문에 아우성이니...
무논을 지나는데 개구리 소리가 요란하다
개구리는 날씨가 조금 추운 3월초 무렵 계절의 변화에 맞춰 땅속으로부터 살금 살금 기어 나와 봄을 알리는
최초의 동물이다
혹독하기로 유명한 꽃샘 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한,두 마리가 논가 아니면 도랑에 앉아 개굴개굴 울기 시작해서
진달래나 할미꽃이 피기 시작하면 본격적으로 울기 시작한다.
무논에 모심기 할 못자리가 한창인 요즘 저녁 무렵부터 별이 하나, 둘 밤하늘에 자리 잡은 자정 무렵까지 가장 많이 울고
자정이 지나면 한, 두 마리가 개굴 거리다가 새벽녘에는 개구리도 잠을 자는지 아무 소리도 안 낸다
개구리 울음소리는 다들 아시겠지만 논길이나 들길을 걸어가다 보면 누구를 그토록 그리워하며 찾는지
그 사무치는 노랫소리는 인간으로 하여금 사무치는 고향의 소리로 들리게 한다
처음 한 마리가 울기 시작하다가 시간이 지나면 몇마리가 울기 시작하고 그러다 온 들판에서 한꺼번에 울음소리가
터져 나오는데 개굴개굴 소리는 한 마리가 울 때는 그렇게 들리지만 많은 개구리가 울면 소리는 한 덩어리로 뭉쳐
천군 만마가 움직이는것 같고, 때로는 웅장하게 들리기도 하고 때로는 장엄하기도 하다
지구 상에는 수 많은 동물들이 살아가고 있으나 이처럼 장엄한 소리를 내는 동물이 있나 싶을 정도로 한 덩어리로 엉키고
뭉쳐 합창을 하는 동물도 없을 것이다.
개구리소리는 암컷을 유혹하는 수컷의 몸부림이라고 하지만 꼭 이맘때 자연에서 듣는 가장 친근한 소리며 계절이 바뀌고
또 바뀌어 가을날 저녁무렵 풀 벌레 소리가 자연을 더욱 아름답게 하겠지만 지금은 갈 길을 붙잡는 개구리 소리를 들으며
무논 곁을 지난다.
하늘이 내려앉은 무논에는 개구리 소리만 요란하니
인간이 만들어 내는 그 어떤 악기나 노랫소리보다 더 아름다운 개구리들의 애절한 짝 찾는 소리
개구리는 목청을 다듬거나 기교를 부리지 않는 반면, 인간은 득음을 위해 폭포 아래에서 목청을 가다듬거나 기교를
부리는데 이 녀석들을 그저 울기만 해도 득음을 한 듯 깨끗한 소리를 내며 무논에 파문을 그리고 있다.
계절이 이렇듯 봄에서 초여름을 향해서 꿈틀 거린다
무논 위로 백제의 미소가 자리하고
꿈꾸는 백마강이 내려다 보이는 부여의 고란사와 낙화암이 생각나는 건 예전에 정(情)이 많고
풍류를 알던 착한 사람들이 살았던 백제땅이기 때문일 것이다.
고란사(寺) 뒤 그늘진 절벽에서만 자란다는 고란초 잎을 약수와 함께 떠오라고 했던 백제의 왕
매일 고란사 약수를 마셔야 했지만 심부름하는 백성을 믿지 못해 고란초 잎을 약수와 함께 떠오라고 시켰던 진짜 백제의
물 맛을 몰랐던 왕이 있었기에 삼국 중에서 백제가 가장 일찍 멸망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하천으로는 풀들이 곱게 자라고
돌로 곱게 눌러놓은 비닐 아래로 뭐가 자라는지 궁금해서 허리 굽혀 살펴보니 아직 아무것도 올라오지 않았다
고풍 저수지
지도를 보면 마치 큰 메기 한 마리가 서해 바다로 빠져나가는 형상을 하고 있으며
물가로는 낚시꾼들이 제법 많이 몰려있다.
월척의 꿈을 가진 분들이라 밤새도록 물가에 앉아 월척 삼매에 빠져 있으며
물가에는 개구리 녀석들이 아랑곳하지 않고 울고 있다.
고풍 저수지
가야산 석문봉에서 흘러온 용현계곡의 물이 고풍 저수지로 합류하는 곳의 물이 아주 맑게 이어져 와 있으며
고풍 저수지의 물은 아주 맑게 담겨있다.
고풍 저수지 시멘트 방수포
미평교에서 본 당진천 최장 발원지인 역천
서산시 운산면에 들러
운산면 하천 가로는 지역분들이 운동하러 나오는 둘레길이 잘 조성되어 있으며
외래종 같은데 꽃 이름을 모르니
하천 옆에서 놀고 있는 꼬맹이들
배낭에 든 것 중 먹을게 하나라도 있으면 주고 싶다만
먹을 거라고는 쥐똥 하나 없으니...
원효 깨달음의 길이라는데
지나온 하천길과 멀리 가야산이 보이고
당진시 덕마교가 보이고
당진시 신성 대학교
서해상길
갑자기 뜬금없이 서해랑길이 나타나는데 뭔 일인가 싶어 찾아보니 모르겠다
서해바다는 여기서 직선거리로 15km는 되어 보이는데 동해안, 남해안, 서해안이라는 좋은 이름이 있는데 동파랑이니,
남파랑이니, 서 파랑이니 그것도 모자라 이제는 서해랑길이라니...
있는 것도 제대로 관리를 못하니 일본 놈들이 동해를 동해라 부르지
여러 가지 이름 만들어 붙이지 말고 있는 그대로 해안선이라 불렀으면 좋겠다.
용천교에서
하천 제방으로는 애기 똥풀 꽃과 유채꽃이 가득 피어 있으며
하천 건너 당진시 행정도 마을이 아담하게 자리 잡아 있다.
지나온 하천과 멀리 가야산 방향
당진시 채운동의 하천변에 자리 잡은 산책로 3km 구간
땅이 질퍽하거나 풀이 많이 자라는 곳이다 보니 야자껍질로 만든 카펫으로 곱게 깔아 놓았지만
현실성은 크게 떨어지는 듯하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다녔는지 모르겠지만 들어가서 밟아 보니 축축하거니와 한여름이라면
풀이 자라서 지나가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가야 할 하천길에
아미산이나 몽산에서 흘러온 당진천이 역천과 만나는 당진시 우두동
역천이 당진천과 만나면서 당진천이란 이름을 바뀌지만 당진 천보다 역천이라 부르는 게 맞을 것 같다.
하천가에는 지천으로 피어있는 애기똥풀과 유채 그리고 노란 씀바귀 꽃이 피어 있으며
가야 할 하첱길
일 년에 단 며칠만 맑다는 당진
그 며칠 속에 이 길을 지나는 행운을 가져본다. 비 오고 난 다음 맑게 갠 하늘과 미세먼지 없는 풍경
당진은 서해에서 미세먼지가 가장 많은 지역이며 하늘빛이 항상 뿌옇다 보니 하늘은 원래 뿌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것 같다.
오늘같은 날 당진 지역 신문에 "모처럼 날씨가 맑아 동네뒷산에 오르면 바다 건너 중국 땅이 보일 것 같다는 글이 대서특필로 나왔을지도 모르겠다.
당진시 석문면 삼화리 보덕사 가지전 CU네 들러 달달한 음료수 사서 넣고
시간이 없어 보덕사 경내는 가보지 못하고
삼화교에서 본 지나온 하천길
멀리 석문 대교와 현대제철 공장이 보이고
삼화 대교를 건너서 직선 길 6km를 지나야 하는데 그늘이 없어 무지 덥다
오염된 폐수나 축사 분뇨는 단속하면 되지만 나쁜 공기를 대기로 흘러 보내는 것은 어떻게 단속하나
맑은 하늘을 볼 수 있는 날이 그렇게 많지 않은 서해의 당진
오늘은 좋은 것만 보고 가라며 맑은 하늘을 보여 주고 잇지만 냉리이면 다시 공해로 찌든 희뿌연 하늘을 생각하니 답답해진다.
제가 아는 지인분이 당진에 사시는데 가끔 방독면 그림을 보여주며 미세먼지 최악이라고 하신다.
현대제철공장이 곁에 있고
이쯤에서 당진 택시를 호출하니 20분 정도 걸린다고 하신다.
부지런히 가야 할 것 같아 일단은 좀 뛰어야 할 듯
서해안을 가로막은 석문 방조제 수문이 보이고
석문호 배수 갑문이 보이고
지나온 석문 호 제방길이 보이고
마침 호출한 택시가 바로 옆에 선다.
택시 타고 가는 길에 기사분께 당진의 미세먼지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듣고
강행기 쓰는데 많은 참고가 되었다.
택시는 이리저리 돌아 버스터미널에 도착하니 대전으로 가는 버스가 떠나기 직전이라
출발하려는 버스 기사님께 표한장 끊어 올테니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부탁 드리고
버스표 끊어 겨우 버스타고 나온다.
서해로 흐르는 하천은 이것으로 끝내고 홀가분하게 집으로 ...
첫댓글 당진물 좋습니다. 아직까지는 ~~~~^^
ㅎㅎㅎ
당진천은 그렇게 맑지 못 하구요
1년에 몇 번만 맑은 하늘이 보여지는 곳 이랍니다.
물론 청주보다 좋구요
모처름 우리동네 오셨는데 길동무 되어 같이걸었으면 금상첨화인데 하필이면 국토종주 하는날 오셔서 만나뵙지도 못했네요
그래도 잘다녀 가셨다니 그나마 위안이 됩니다
가야산 갈때마다 들머리가 고풍저수지인데 그기도 외래종인 배스가 판을치고 있습니다
자주 봐온 풍광이지만 강행기로보니 새삼 새롭네요 .
제가 가는 날 콜리님께서 안 계셔서 하늘이 그렇게 맑았나 봅니다.
시간이 촉박해서 푸른 바다는 보지 못 했지만 그래도 재미난 하루였습니다.
국토종주때 봐요
방장님 안녕하세요~물어볼께 있어서 쪽지보냈습니다~ㅎ
연락 받았구요
시간날때 연락 주시면 어디던 같이 가 보겠습니다.,
이제 다하신건가요~^^방장님 글은 항상 재미있는 역사책 같아요~^^
비가오는 날이라 그런지
초반부터 사진 흡입력 좋네요.
당진땅을 흐르는 역천.
봉우리에서 내려서며 물 찾는 솜씨는
아마 세계 제일이실 듯해요.
물길따라 거슬러 올라가서
첫물 찾는거는 잘 할 수 있을거 같은데
없던 물길 찾아내는건...^^
후기 보고 있자니
강둑옆의 노오란 꽃에 미소지어지고
갑자기 개구리 소리가 그리워지네요.
당진 콜리님 마중 못나왔던 이유..ㅋㅋ
국토종주400키로!~
방장님 가셨는데 안나올분이 아니시죠.
강행 한 개 또 수고하셨네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