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군 친환경농정발전기획단에 바란다
우리 군의 친환경농정발전기획단(이하 농정기획단)이 출범한 지 두 달이 지났다. 작년 7월초 김석환 군수의 공약에 따라 민간 농업전문가와 농민, 군청의 농업관련 부서장 등 15인으로 구성된 농정기획단에 거는 군민들의 기대는 어느 때보다 크다. 우여곡절 끝에 날치기로 통과된 한미 FTA 비준의 후폭풍이 축산분야에 미칠 부정적 영향 때문이다. 사료비 폭등과 소값 하락으로 이중고를 겪는 축산 농가들은 집권 여당의 이번 폭거(暴擧)에 할 말을 잃었다. 정부에서는 큰 피해가 예상되는 농업부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한다지만, 미국과의 쇠고기 협상에서 보여준 이 정권의 반(反)농업적 발상을 돌이켜 볼 때 농민들이 거는 기대는 크지 않다.
그야말로 축산으로 먹고 살았다해도 좋을 우리 군으로서는 한미FTA가 발등의 불이 아니라 심장에 불이 옮겨붙은 형국이다. 발등의 불이야 다른 발로 비벼 끈다지만 가슴의 불은 자칫 치명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미 FTA의 농업에 대한 파괴력은 과거 한・칠레나 다른 국가들의 협정과 비할 바가 아니다. 이미 줄줄이 체결된 FTA를 막지못해 학습된 무기력이 우리 사회에 만연한 지금 뒤통수가 아니라 급소를 강타당한 홍성의 경제는 갈 길을 잃었다. 아무리 눈을 비비고 봐도 전형적인 농업중심의 홍성군이 피해를 상쇄시킬 수혜종목을 찾기가 어렵다. 내포 신도시의 가능성에 무게중심을 두기에도 성장의 동력이 너무 약하다.
그러면 2012년을 며칠 앞둔 오늘 우리 홍성은 국민들에게 어떤 모습일까? 전국으로 귀농교육을 다니는 터라 늘 확인하고 있지만 홍성을 제대로 아는 도시민들은 많지 않다. 강원도 횡성, 심지어 홍천과도 구분을 못하는 이들이 대부분이고 위치를 아는 사람들은 더욱 드물다. 기다리다 못해 “예산아래 있어요”하면 그제서야 “아!”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홍성의 친환경농업이나 한우보다는 지진을 기억하는 이들이 더 많다. 홍성이 비슷한 예산에 밀리는 이유는 단 하나, 예산=사과에 견줄만한 상품이 없기 때문이다. 광천의 토굴 새우젓과 김, 남당리 대하 등이 명맥을 이어가고 있지만 지역의 대표 상품이라고 하기에는 아직 2% 부족하다. 그러면 대표품목 선정과 육성을 포함한 홍성의 경제를 일으킬만한 방안은 없을까? 답은 ‘앞으로 그렇게 만들어가야 한다’ 일 것이다. 군수님의 의중도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 같다.
군민으로서 나는 농정기획단에 두 가지 추진 방향을 주문하고 싶다. 하나는 지금 당장 실천할 수 있는 미시적 대안이라 할 행정서비스의 혁신이다. 행정이 과거 규제와 감시 등 규정에 근거한 소극적인 복무(服務)에 머물렀다면, 향후에는 행정=서비스라는 슬로건을 현장에서 실천하는 것이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보자. 예전에 군에서 농민들에게 경운기용 광폭로터리를 보조지원한 적이 있다. 문제는 이 게 과거에 없던 새로운 개념의 제품이라는 것이다. 즉 로터리 폭을 기존 60cm에서 1m로 늘려 논로터리 작업은 편리한 대신 쇄토(碎土)깊이가 얕아 밭에서는 운용이 어려운 편이다. 그런데 광폭 로터리를 비롯한 신상품을 지원할 때 농기계의 이름과 신청서만 제공될 뿐 상세정보를 알기어려워 애를 먹는다. 보다 전문성이 요구되는 하우스 관련 제품도 마찬가지다. 대상 제품이 여럿일 때는 특정 상품에 대한 정보가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이 때도 크게 분류하여 상품명을 거론하지 않고 각각의 방식에 대한 장단점을 제공하면 된다. 어르신들께는 이보다 더한 서비스가 따로 없다.
이는 다른 부서도 마찬가지다. 과거에 관례로 해왔던 것이라도 무언가 새로움을 덧입힐 틈새는 얼마든지 있다. 만일 올해에 하우스 시설 지원을 할 때 수동개폐기가 조작상의 어려움으로 문제가 되었다면 내년에는 자부담이 다소 늘더라도 자동개폐기를 고려해야 하지만 몇년이 지나도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새 담당자가 바뀌고 업무는 예전의 악순환을 되풀이 하는 것이다. 이걸 누가 바꿔낼 수 있을까? 농정기획단에서 했으면 좋겠다. 군민이 새로움에 거는 기대다. 적어도 각 부서마다 행정=서비스라는 등식을 부정하는 변수들을 찾아낼 계기라도 만든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과 혹은 내가 맡은 업무가 개선의 여지가 없어보여도 그건 우리만의 생각이다.
글쓴이를 포함한 군내 체험지도자들은 올해 농업기술센터에서 101시간의 강도 높은 농촌체험지도사 교육을 받았다. 참여한 이들 대부분 마을에서 운영경험이 있었지만 전문가 그룹의 엄정한 평가를 받지 않는 한 문제점과 비효율이 지속됨을 알아차렸다. 같은 관점에서 볼 때 농정기획단에 외부 전문가시스템을 도입한 것은 백 번 잘 한 일이다. 한 발 더 나아가 행정 모니터링을 강화할 장치로 옴부즈맨 도입을 요청드리고 싶다. 즉 군정 전반에 농정기획단원 혹은 기획단에서 지정한 이들이 행정서비스의 소비자가 되어 품질을 점검하고 보고서를 내는 것이다. 이때 군에서 지켜야 할 원칙은 모니터 결과를 인사고과에 반영하지 않고 일정 주기로 회람하여 개선의 동력으로만 삼는 것이다. 즉 누구누구를 벌주거나 점수를 매기자는 것이 아니라 제 3자의 평가를 공유하자는 것이다. 이같이 애정어린 평가가 지속된다면 우리 체험지도자들이 그러했듯 비슷한 결과에 이를 것이라 믿는다.
다른 하나는 홍성하면 떠오르는 대표 상품을 빚어내자는 것이다. 여기에는 대표 브랜드와 상품 모두를 아우른다. 상품이 시간이 많이 걸린다면 부여의 굿뜨래나 안성의 안성마춤처럼 브랜드를 먼저 띄워도 좋다. 이때 유념할 것은 브랜드를 지탱할 최소한의 상품성을 지속하여 담보해내는 것이다. 상품의 기획에서 개발, 광고와 홍보, 판매 등 일련의 마케팅에서 군민들의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여 애쓴 결과물들이 먼저 군민들과 친숙해졌으면 한다. 집안에서 먼저 박수를 받아야 그 기운으로 밖에서도 힘을 쓰는 것처럼 말이다. 군민 대다수에게 잊혀진 우리 브랜드 내포천애를 다시 일으켜 세우기, 홍성의 이름을 국내외에 널리 알릴 변화의 진앙지가 농정기획단이었으면 하는 바램이 새로운 흐름에 거는 군민의 작은 희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