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면 하이패스 단말기 개선 사업의 문제점
오는 7월부터 위치추적으로 장애인 탑승 확인
위치 추적 ‘사생활 침해’, 비용 ‘낭비’ 등 우려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2-04-06 10:02:33
지난 2007년 에이블뉴스에서 기사를 통해 왜 장애인은 요금 할인을 받으며 하이패스 구간을 통과할 수 없는지에 대한 문제가 제기했다. 요금 할인을 받기 위해서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는 불편함과 차별이라는 문제를 제기했던 것이다.
당시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는 한국도로공사(이하 도로공사)에 공문을 통해 장애인 감면 하이패스 적용을 건의했으나, 기술적인 문제와 법적인 문제를 이유로 부정적인 답변을 받았다. 감면 하이패스 기기가 존재하지 않으며, 유료도로법에는 통행료를 감면받고자 하면 장애인 당사자 탑승을 육안으로 확인하여야 한다는 조항이 있어 하이패스 적용을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에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는 하이패스 개발사를 찾아 감면 하이패스 개발을 요청했고, 지속적으로 도로공사에 감면 하이패스 적용 요청 공문을 보낸 끝에 결국 도로공사와 개발사, 장애인단체가 3년 간 회의를 거쳐 기술표준을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2009년 행안부가 장애인 생활민원을 수용, 감면 하이패스를 적용한다고 발표하게 되었다.
유료도로법도 육안으로 장애인 탑승을 확인하도록 한 규정에 예외조항을 추가하여 전자적으로 확인할 경우 이에 갈음한다고 개정되었다. 초기 장애인 감면 하이패스 단말기는 지문인식기를 연동하여 가격이 일반 하이패스 단말기에 비해 고가였으며, 장애인들은 감면을 받기 위해 더 많은 돈을 내는 것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도로공사는 당시 장애인과 언론에서 감면 하이패스 적용에 대해 관심을 받자, 몇 년 내에 지문 인식을 할 수 없는 장애인들도 감면 하이패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홍체나 안면인식 등 다양한 접근 방식의 하이패스를 개발하여 적용하겠다고 발표하였다. 하지만 이 약속은 전혀 실행 되지 못했다.
감면 하이패스는 장애인만이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지문인식을 통한 감면 방식은 국가유공자, 상이용사 등에도 적용되고 심야 감면은 4.5톤 이상의 화물차에 적용하는데 여기에는 지문인식을 사용하지는 않는다. 차량 차제가 특수하고 본인 확인이 아니어도 운전 자격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요즘 친환경 차량인 수소차량과 전기차량의 경우도 감면제도를 실시하고 있는데, 여기에도 지문인식은 사용되지 않는다. 운전자가 아닌 차량에 대한 혜택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다. 친환경 차량 감면은 일반 하이패스 단말기를 사용한다. 차종, 차량번호 등을 하이패스 등록시에 함께 기록하기 때문에 구분하여 감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화물차의 경우도 차종을 구분하고 도로 이용 시간대를 구분하여 감면할 수 있을 것인데, 별도의 감면 하이패스 단말기를 사용해야 한다.
문제는 도로공사 서버에서 구분을 하느냐, 단말기에서 감면 대상인지 구분하느냐의 차이일 것이다. 도로공사의 서버의 프로그램으로도 처리할 수 있는 것을 단말기 구입자에게 전가한 셈이다. 하이패스 단말기를 구입하여 다른 차량에 장착하여 사용하는 부정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고, 감면 카드 발급비용 면제 등 혜택도 부여한다고는 하지만 하이패스 구간에는 차량 식별 CCTV가 있어 사실상 부정을 막을 수 있다.
2010년 장애인 감면 하이패스 적용 개시 13년 동안 5개 하이패스 단말기 제조사가 문을 닫았고, 장애인들은 가격의 부담과 오작동에 대한 불편을 계속 제기해 왔다. 국회에서도 국감과 대정부 질의에서 단골로 감면 하이패스 단말기의 오작동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다. 지문 인식이 안 된다거나, 통신상 장애로 인한 오작동이 있다는 등의 문제였다.
가격의 추가 부담은 꾸준히 제조사의 원가절감 노력과 도로공사의 가격 인하 유도 정책과 지원금 지급, 최근에는 인천, 대구, 전남, 강원 등 지자체에서 추가로 부담하여 장애인에게 무상 감면 하이패스 단말기 보급사업까지 하게 되었다.
오작동과 지문인식을 할 수 없는 장애인의 이용 불편이 제기되고, 국감에서도 천준호 의원이 이러한 문제를 제기하자 도로공사에서는 불편개선 방안을 발표하였다. 내용인즉 지문인식 단말기를 사용하지 않고 통합복지카드로 결재하면 장애인 당사자의 스마트폰에 대한 위치 추적을 통해 톨게이트에 있으면 탑승으로 인정하는 방식으로 한다는 것이다.
이 개선안에는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 지문인식은 개인정보를 수집하지 않았다. 단말기에 등록된 지문과 동일한지 확인을 하지만, 확인 코드만 통신될 뿐 도로공사 서버에 지문정보가 수집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위치추적은 장애인의 위치정보가 수집되어야만 가능하다.
법적으로 유료도로법 시행령 제8조에서 전자식으로 처리하면 장애인 탑승 확인을 갈음한다고 되어 있으니 포괄적으로 보면 위치추적이 전자식 확인 방식이라 해석할 수도 있으나, 개인정보보호법상 전자식 확인 방식이란 규정은 너무 포괄적이고 위치추적을 법적으로 허용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가족으로 공동명의로 된 차량이 톨게이트를 지날 경우, 장애인들은 다른 곳에 있더라도 이유 없이 위치추적의 대상이 된다. 물론 통합복지카드를 사용했을 경우만 해당되므로, 통합복지카드를 사용하지 않으면 된다고 할지 모르지만, 하이패스 카드는 별도로 등록한다는 점에서 가단한 문제가 아니다. 장애인들은 사생활 침해의 소지가 발생하는데, 도로공사는 절대 다른 용도에 사용하지 않을 것이며, 보안을 책임진다고 하지만 지금까지 해킹에 대하여 책임을 진 사례는 거의 없으며, 사용이 아니라 수집 자체가 불법이며 사생활 침해인 것이다.
지문인식기를 사용하지 않으려면 위치추적에 동의를 하여야 하므로, 사실상 이용자의 선택권이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강제적 규정인 것이다.
다음으로는 스마트폰을 집에 두고 오거나 배터리가 나가는 경우 감면을 받을 수 없다. 그리고 통신장애로 인하여 감면을 받을 수 없는 경우 일일이 전화를 통하여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발생한다. 위치추적은 상당한 거리상 오차가 있어 정확성이 떨어진다.
도로공사에서는 위치추적의 오차로 인한 오작동으로 인한 부정 사용이 있을 경우, 그 사례가 많지는 않을 것이므로 감수하겠다고 하지만, 장애인들이 감면을 제대로 받지 못해 감수해야 하는 손실이 훨씬 클 것이다.
그리고 개인이 휴대하는 스마트폰이 두 개 이상인 경우가 많은데 가족 모두를 위하여 초기 차량 등록시 한 개의 휴대폰 번호를 등록하고 차량에 지정하여 보관하면서 온 가족이 통행료 감면을 받으며 이용하고자 할 경우 이러한 부정 사용을 막을 수 없을 것이며, 이렇게 발생되는 손실 비용에 대하여는 도로공사에서 부담을 하겠다고 하는데 이러한 부담이 과연 법적으로 근거는 있는 것인지 확인해 보고 싶다.
지문인식을 하지 않으면 등록 절차가 간편해지지는 않을까? 그렇지 않다. 차량등록과 지문인증, 감면 단말기의 조건에서 차량등록, 통합복지카드, 위치추적으로 변한다고 하여 등록 절차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지문등록만 생략되고 위치추적 약관 동의를 해야 한다. 주민센터는 지문등록을 하는 협조업무가 사라지니, 도로공사에서 직접 등록절차를 하라고 할 것이고, 장애인들은 도로공사 지사를 찾아가서 등록을 해야 한다. 접근성은 더 떨어지고 불편해질 수 있다.
인터넷으로 장애인이 직접 계약하도록 할 수도 있으나, 본인인증 절차가 필요할 것이고, 왜 다른 감면 단말기는 직접 인터넷으로 계약하지 않느냐는 것도 생각해볼 문제다. 단순 연락처 등록이 아니라 통신사의 인증된 정보가 수집될 것이다. 단말기에 블루투스 기능을 넣어 장애인 탑승을 확인한다면 지문 인식의 문제가 해결될 것인데 말이다.
약관 동의를 한 사람에 한해서 하는 서비스라고 하여 동의를 받았으니 문제가 없다고 할지 모르겠으나, 약관 동의가 서비스 제공의 필수조건인 이상 강제성과 마찬가지다. 위치추적 감면 하이패스 서비스는 별도의 단말기 구입비 지원제도가 없어지므로, 장애인들은 일반 하이패스 구입비를 오히려 부담해야 하며, 그 동안 구입하여 사용하던 단말기도 그대로 사용하면 된다고는 하지만, 왜 개인 구입비든 국가 지원금이든 비용 낭비를 초래하는가 하는 문제도 제기된다.
도로공사는 오는 6월 시범운영을 거쳐 7월경부터 개인 위치추적 감면 하이패스 서비스를 시행할 계획이다. 기업의 ESG 사회공헌을 실천하고, 국감의 지적사항도 해소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히고 있는데, 지금까지 감면 하이패스를 제조하던 제조사도 없어지고 나면 13년간 보급되어온 감면 하이패스의 A/S 수리는 어떻게 할 것인지도 문제다.
위치추적 등 통신장애에 따라 발생된 통행료 할인 미적용 등의 민원 문제는 계속 일어날 것이다. 사회공헌과 이 사업과는 크게 연관되어 보이지는 않는다. 이제 장애인들은 차가 없어서 서러운 장애인과 차가 있어도 서러운 장애인으로 나누어질 것이다.
진정 ESG 경영을 실현하고자 한다면, 교통정보 CCTV와 전광판 등 장애인 생산품 우선구매로 6%를 구매하던 것을 지난해 4분의 1로 토막 내고 NEP 신기술로 돌려 중국 제품만 살찌운 일부터 원상회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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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서인환 (rtech@ch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