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전투라는 제목에 여러분은 뭘 기대하셨나요? 제가 집단전투라는 제목을 쓴 이유는(사실은 이 두가지는 아주 다른 거지만. 후자가 범위가 훨씬 더 넓은.) 그냥. 전쟁이라 말하기가 싫어서 그런 거였습니다.
요즘 판타지 소설들중에 전쟁을 주제로 한 것들이 제법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뭐 그것들이 제대로든 아니든 전 별로 상관 안합니다만. 제가 제 소설들에 전쟁을 주제로 쓰는 주요한 이유는. 몬스터란 놈들이 없기 때문에. 그리고 몬스터가 있더라도 이상하게 안정적인 사회상황을 제 머리로는 이해할수 없기 때문에. 인간끼리의 폭력성이 극대화되는 전쟁을 할수없이 고른 겁니다.(헛소리가 됐군요..)
그럼 슬슬 본론에 들어가기로 하지요.
여러분은 전쟁을 왜 하냐고 생각하나요? 파이널 판타지 8의 핏셔맨즈 호라이즌에서 그런 얘기가 나옵니다,."우리가 배틀을 하는 이유는. 설득시켜서 안 될, 단번에 결판을 내고 싶어하는 부류의 사람을 상대하려면."
결국. 국가가 자신의 정책을 계속 유지하고 싶은데 그게 틀어질 때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결코 좋은 방법이 아니죠.)
그래서 두 나라의 의견이 틀어진 가운데. A와B국가 둘다 국경으로 부대를 몰고 나왔습니다. 병력이 전진배치가 완료되고. 촉각은 활발하게 움직이면서. 숨을 죽이고 있습니다.
자 이제 펀치를 날려야 할 상황이 도래했습니다.
과연. 양국의 목표가 뭘까요?
전략상황도에 보면. 여러 가지 부호가 굴러다니고. 도판은 그려졌다 지워졌다 하고 있습니다. 적 부대 수십만 명이 이쪽을 노리고 있습니다.
장군은 말합니다. "공격! 적을 패퇴시켜라! 적의 전투력을 파괴해라!"
그럼 반대쪽에서도. "조국 만세!"를 외치면서 서로 덤벼듭니다. 이래서는 삼류 전쟁입니다....
궁극적인 목표가. 적의 현존하는 전투력 그 자체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진정한 목표는. 적 지휘관의 심리. 적 최고 지도부의 심리. 적 국민의 전쟁수행의지. 이것들에 타격들이 가해져야 된다는 말씀입니다.
1차대전의 경우를 볼까요? 러시아가 혁명으로 전선에서 이탈한 후. 독일군은 한숨돌리긴 했지만. 그래도 서부 전선에서 영.프.미 연합군의 공격에 힘겹게 전선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후방의 불가리아가 항복하고. 터키가 무너집니다. 아.. 독일 지도부는 혼란에 빠집니다. 총사령부는 우왕좌왕하고., 수상은 수면제를 삼켜버립니다. 불가리아로 병력을 돌려야 하느니 말아야 하느니. 잠시 후 공황상태는 회복됩니다. 그러나 국민들도 이미 독일이 힘이 다했다는걸 알아버립니다. 독일은 우르르 무너집니다. 11월 11일의 항복은 이미 불가리아. 오스트리아의 항복때 결정난 것이란 말입니다.
일반적인 경우. 눈앞에 적이 있으면. 그 목표에 현혹되기 쉽습니다. 당장 때려부숴서 전과를 올려야지. 그러나 그 목표가 전략 수행에 방해되는 전략적 장벽이 아닌이상. 아니 그렇더라도 정면 충돌은 피해야 합니다. 한니발 전쟁도 그런거 아닙니까? 파비우스가. "우리는 한니발과 싸워서는 안 된다. 그가 소모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게다가 스키피오가. 한니발의 후방을 덮칩니다. 한니발은 이탈리아를 안 떠날수 없습니다, 완벽하지 않습니까? 물론 트라시메노나. 칸네같은 실수가 있긴 했지만.
30년전쟁. 발렌슈타인의 경우를 들겠습니다. 구스타프가 바이에른에 들어와 바이에른 선거후와 그 주민들을 위협하자. 선거후는 발렌슈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합니다. 그러나 발렌슈타인은 도움을 주긴커녕. 병력을 더 공출하라고 합니다. 가뜩이나 없는 수비병력에서 병력을 차출해준 선거후는 발을 동동 구르지만. 발렌슈타인은 그 병력을 합쳐. 바이에른보다 더 약한 구스타프의 지역. 작센으로 공격해 들어갑니다. 별수 없이. 구스타프는 바이에른을 떠나 작센 방면으로 향합니다. 자 과연 바이에른에서 발렌슈타인이 구스타프와 한판 붙는게 옳았을까요? 자신의 지역을 수비해야 하니까?
아.. 쓸데없는 예가 너무 많았습니다. 그러면. 적의 심리를 위협하는 기동이 뭔지 보여드리겠습니다.
전쟁에는 방자의 이점이 있는 상황이 있고. 공자의 이점이 있는 상황이 있습니다. 공자의 이점이 있는 상황이란. 수비자가 지킬 것이 많은 상황입니다. "요새 가"와 "요새 나"가 있습니다. 그런데 적은 요새 가인지 나인지 애매한 방향으로 기동을 해옵니다. 아.. 수비측 애매합니다. 당황해서 병력을 나눕니다. 그런데... 공격군은 수비태세가 갖추어진 요새는 쉭 우회해 버리고. 후방의 "도시 다"로 기동하여. 그곳을 점령하고. 요새들로 가는 보급선을 차단합니다. 공격군은 전투 한번 안 하고.두 군데의 요새를 점령하고 적을 후퇴시킵니다. (이게. 2차대전 후반. 소련군의 전술입니다.)
자. 꼭 전투를 해서. 요새 나와 가 중에 하나를 점령해야만 했을까요?
수비태세가 갖추어진, 요새 정면에 자신의 정예들을 들이부어야 할까요?(실제로 남북전쟁때는 이런 일이 어이없게도 많이 벌어졌습니다.)
그렇게 피를 흘려서 이긴다 한들. 자신의 부대의 전투력은 심히 손상된 상황이고. 적이 역습을 해와도 무너지기 쉬울것이고. 승리에 따른 전과확대는 생각하기도 힘들 겁니다.
적에 대한 간접적 접근. 꼭. 지도상의 기동이 아니더라도, 적의 힘을 공격하는 방식이 아닌 심리를 공격하는 방식(벨리사리우스가 이 방면의 대가엿다고 합니다.)이 비교적 옳은 방식입니다.(저도 그게꼭 옳은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럼 여기서 도출되는 결론이 하나 있습니다. 수비와 공격을 할 때는.
공격자는 자신이 기동할 공간을 확보하고. 수비자는 수비할 전면을 최대한 줄이라.
만약. 반도 입구의 병목 같은 곳이라면. 한 군데만 수비하면 되니. (스타에서. 언덕입구를 수비하는 거랑 같은 논리지요.) 적이 기동해서 우리편에게 혼란이나 부대배치를 바꾸게 될 변수가 없지 않습니까? 호르무즈 해협만 틀어막아 버리면. 배로 나가는 석유는. 페르시아만 밖으로 나가긴 틀린 거죠.
기동력이 보장된 상황에서 러시아같은 대평원은 몽고군이 충분히 기동할 공간을 주어서. 러시아 제후국들을 차례로 무너트리지 않았습니까?(몽고기병의 전투력이라는 요소를 제외하고서라도.)
그럼 어떻게 기동성을 확보할까요? 제 생각에는 . 경량화 같습니다. 부대원들의 경량화를 통해 후방에서 와야 하는 보급. 보급에 대한 의존도를 최대한 줄이고. 현지조달이나 징발을 통한 보급으로 매여 있는 고삐로부터 최대한 자유로와져야 한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쓸데 없는 것도 버리구요. 장교용 천막. 호화스런 가구나.. 사치품. 그런것들.
나폴레옹의 이탈리아 전역. 윌리엄 셔먼의 바다로의 행진. 등은 이게 충분히 실현되어 그들 군대의 기동성이 극한까지 실현된 경우라고 봅니다.
게다가 이런 기동으로, 적을 충분히 나누어지게 한 후에. 총병력에선 절대열세라도. 각 전투마다는 적의 분산과. 자신의 현란한 기동으로 항상 자신의 수적우세를 달성하고. 자신이 싸우기 원하는 곳으로 적을 끌어당긴다면.(적이 직접 접근에 목을 매는 경우에.) 그야말로 백전불패가 아니겠습니까.
전쟁은. 부딪친 전투에서 이기는 것도 물론 중요합니다. 하지만. 전체 장기판에서. 말을 어디에 놓아서 상대방 말의 움직임을 제한하느냐가 중요합니다. 말은 심리를 가지고 있지 않지만. 지휘관. 최고지도부. 그리고 국민. 그리고 전장의 병사들은. 심리를 가지고 있고. 위에선말한 그러한 기동은 적의 심리를 붕괴시켜. 그 말이 스스로 장기판을 떠나도록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