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큰아버지의 장례식
너 큰아버지가 2013년 2월15일 오전 1시 30 분에 영면하셨다는
부고를 받았다.
나는 너와 함께 장례식에 참석키로 했다. 살았을 때 너를 만나주지 않은 큰 아버지라 너에게 큰아버지에 대한 좋은 기억은 하나도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죽은 큰아버지라도 만나겠다고 자진하여 나와 동행하겠다고 하니 너무나 고마웠다.
장례식장은 보라매 병원이었다.
너와 함께 장례식장에 들어 섰다.
나는 그 규모의 으리으리 함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문상객들도 의외로 많이 모였더라. 화환 중에는 당시 통진당 김재연 의원의
화환이 눈에 띄더라.
장례 명칭은
<통일애국열사 문상봉 선생 민족통일장>
이더라. 장례는 추도 형식으로진행되었다. 모든 장례 형식과 분위기를 보니
마치 북한 관료들이 와서 장례를
주관하는 것 같더라.
평생을 다바쳐 대한민국을 전복시키기 위해 싸웠던 사람을 통일 애국열사라니?
그리고 추도식이라니?
나로서는 당연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자본주의 사회는 자유가 보장되어
별난 희한한 일들이 많이 벌어 지더라.
장례 위원회에서는 너를 상주로 결정해서 네가 줄 세개짜리 완장을
찼었지. 그리고 영정을 네가 받들고 맨 앞에 서서
하관 식장으로 향했다.
입관 전 마지막으로 고인의 얼굴을
보거나 만져보게 하였다. 편안한 모습이더라. 너도 나도 눈물이 났다.
나에게는 만감이 교차하는 시간이었다. 우리 딸애가 큰아버지를 살아서 만나지
못하고 죽어서 만나려 왔다니.
이게 다 분단의 아픔이라고 생각하니 가슴어 미어지도록 슬펐다.
그렇게 우리는 너 큰아버지를 저승길로 보냈다. 유골은 서울 종로구비봉길 금선사에 안치했다. 금선사에는 묵정굴(木井窟)이라는 굴이 유명하더라.
바로 이 목정굴에서
농산(聋山)고승이 조선 제23대왕
선조의 탄강을 예견 했대.
내가 통일을 못보면 북한에 사는 너 사촌언니들과 꼭 같이 금산사를 찾아서 참배하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