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헐적(間歇的) 시(詩) ★ 서정시(瑞正詩) 60
침묵
어젯밤 귀가길 생각은
침묵이었다
쇼핑백 안 검은 비닐봉지 안
노란 사과 맛이 궁금했다
클라우드 생 드래프트 한 모금
달달하고 시고 처음 맛 본 한 조각
뇌는 여전히 침묵했지만
혀는 생생하게 살아 있었다
(김서정, 金瑞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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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
어떤 대상이든 포착하기에 편한 지점을 발견해야 해요. 문고리 놔두고 아무 데나 당기면 문이 열리겠어요.
146
해군 수병들은 육군과 달리 머리를 약간 길러요. 물에 빠지면 건져 올리기 위해서라고 하지요. 디테일이란 그런 거예요. 생명을 좌우하는 것들은 본래 사소한 것들이에요.
147
지하철 내릴 때 옷자락이 문에 끼이면 큰일 나지요. 디테일이란 그런 거예요. 그 자체로는 하찮은 거지만 전체를 위험으로 몰아넣을 수 있는 것, 디테일이 살아 있지 않은 글은 오래 입어 털이 다 빠져나간 모직 바지 같은 거예요.
- <무한화서>(이성복)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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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별적 시에 대한 올바른 해명이 자신에 앞서 유일한 시에 대한 논구를 전제로 하고 있음은 쉽게 알 수 있다. 왜냐하면 오직 이 유일한 시가 존재하고 있는 곳으로부터만이 개별적 시가 빛과 음향을 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을 역으로 말한다면, 유일한 시에 대한 논구는 이미 개별적 시들의 해명이라는 일차적인 선행 조치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논구와 해명 사이의 이러한 상호 관계 가운데, 시인과 유일한 시와의 모든 사색적인 대화는 머물고 있다. 시인과 유일한 시와의 본래적인 대화는 시작적(詩作的)인 대화이다. 즉 시인들 사이의 시작적 대화이다. 그러나 사유와 시작과의 대화도 가능할 뿐 아니라, 때로는 아주 필연적으로 요구될 수 있다. 그 이유는 사유와 시작이 모두 비록 매우 다른 방식이기는 하나, 언어에 대한 특출한 관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시작과 사유의 대화는, 언젠가는 죽어야 할 존재로서의
인간이 언어 가운데서 사는 방식을 다시 배우기 위해, 언어의 본질을 소환(召喚)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 <시에 있어서의 언어>(하이데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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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무한화서>에서 “생명을 좌우하는 것들은 본래 사소한 것들이에요.”를 보자.
흘러가는 일상이 모두 사소한 것이고, 그 안에서 생명이 나고 죽는다.
오늘 <시에 있어서의 언어>를 보면서 하이데거가 말한 “언어는 존재의 집”이란 말이 떠오른다. 시 쓰기로 존재자와 존재 성찰이나 열심히 하자. 여기서 ‘성찰이나’라는 말이 좀 걸린다. 흐르는 대로 열심히 살자.
오늘 시는 아침에 읽은 책에서 인용한 괴테의 시 구절, “모든 산봉우리에 정적이 있다”가 인상적이어서 어제의 일상을 써 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