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금강에는 파도와 바람과 자연이 빚어놓은 이야기가 넘실댄다. 해금강 쪽빛 바다를 향해 달려가다 우뚝 서버린 풍경들은 영화의 한 장면처럼 아름답다. 바람의 언덕에는 잠시 지루할 틈도 없이 바람이 지즐대고, 신선대에는 숨이 막힐 듯 눈부신 파도가 부서진다. 해금강을 누리다가 해금강테마박물관에 들러 가슴 뭉클한 옛 추억들을 건져 올리며 한 박자 쉬어 가도 좋다.
쪽빛 바다를 향해 달려가다 우뚝 서버린 바람의 언덕 | 출처: 대한민국구석구석 여행이야기
바람과 함께 자유를 외치다, 바람의 언덕
바람이 쉴 새 없이 불어댄다. 카메라 삼각대를 세우는 건 어림도 없는 일. 모자가 바다로 날아가는 건 예사고, 치마 입은 아가씨는 아예 걸음을 멈춘다. 어디서 그렇게 쉴 새 없이 바람이 불어오는 건지, 정말 바람의 언덕이라는 이름 한번 잘 지었다며 모두 고개를 끄덕인다.
바람이 자유를 노래하는 바람의 언덕 | 출처: 대한민국구석구석 여행이야기
해금강으로 떠나는 유람선 선착장이 있는 도장포 항구에는 작은 언덕 하나가 바다를 향해 달려가듯 튀어나와 있다. 거제8경 중 하나인 바람의 언덕이다. 동네에서 키우던 염소들이 뛰놀던 이름 없는 언덕이 바람의 언덕이라는 애칭으로 인기를 얻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바람 때문이다. 몸을 가누기 어려울 정도로 세차게 몰아치는 바람은 가슴속까지 후련하게 하는 매력이 있다. 그 바람 속에는 자유가 있고, 힘이 있다. 바람의 언덕 위에는 풍차가 홀로 서 있다. 푸른 바다와 작은 어촌 마을을 배경으로 서 있는 풍차의 모습이 이국적이다. 풍차를 지나 전망대로 오르는 길에는 동백 숲이 자리하고 있다. 동백나무 아래로 포구에 점점이 떠 있는 배들과 도장포마을의 지붕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언덕 위의 바람과는 아무 상관없다는 듯 평화롭다. 바람 따라 누운 풀밭 너머에 펼쳐진 바다는 잔잔히 쪽빛을 더한다. 지중해의 경치가 부럽지 않다.
도장포마을 풍경에 빠진 연인 | 출처: 대한민국구석구석 여행이야기
바람에 살랑이는 풀밭 너머 점점이 떠 있는 배들 | 출처: 대한민국구석구석 여행이야기
쪽빛 바다 날개를 달다, 신선대
바람의 언덕을 돌아 나오면 맞은편에 해금강테마박물관이 있고, 입구 오른쪽 옆에 신선대로 내려가는 길이 이어진다. 신선대는 신선이 놀던 자리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과연 특이한 모양의 기암절벽이 점점이 떠 있는 섬들을 배경으로 그림처럼 서 있다. 신선대에 올라서면 굽이치는 해안이 거제 최고의 비경을 자랑한다. 풍류를 즐기던 신선은 간곳없지만, 그곳에 서면 누구라도 쪽빛 바다 날개를 달고 신선이 될 듯하다.
쪽빛 바다와 어우러져 더욱 신비로운 신선대 | 출처: 대한민국구석구석 여행이야기
신선대 바위 옆에는 작은 몽돌해변이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함목해변이다. 학동몽돌해변처럼 유명하진 않아도 그곳 못지않게 몽돌이 아름답다. 어른들은 몽돌 위로 자르락거리며 달려드는 파도가 즐겁고, 아이들은 작은 몽돌을 바다로 힘껏 던지며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쪽빛 바다가 서서히 붉게 물들어가도록 젊은 연인은 잡은 손을 놓지 않고 바다를 바라본다.
신선대 옆 몽돌이 아름다운 함목해변 | 출처: 대한민국구석구석 여행이야기
바다처럼 아름다운 추억을 낚다, 해금강테마박물관
바람의 언덕을 다녀와서 신선대로 가기 전에 해금강테마박물관에 들러 한 박자 쉬어 가자. 폐교로 방치되었던 건물을 새롭게 단장한 해금강테마박물관은 우리의 지나온 세월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해금강테마박물관 | 출처: 대한민국구석구석 여행이야기
2005년 8월에 개관한 박물관은 유천업(60) 관장이 일생을 바쳐 수집해온 진품 유물들로 꾸며졌다. 사라져간 1950~60년대의 물건을 구하는 일은 생각만큼 쉬운 일은 아니었다. 어떤 사람은 버려진 콜라병을 백만 원을 들여 구하러 다니는 것을 보고 미쳤다고도 했다. 그렇지만 그때의 추억이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유물들을 수집했다. 그렇게 모은 전시물들로 엄마 아빠의 어릴 적 추억을 고스란히 재현해놓았다. '아이스케키~'를 외치는 아저씨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고, 꽃다방 앞에서는 흘러간 옛 노래가 손님을 유혹하는 듯하다. 할머니는 손자에게 이건 배 아플 때 먹던 약이고, 이건 쥐를 잡을 때 쓰던 약이라며 도란도란 들려준다. 엄마 아빠는 옛 교실에서 작아진 나무의자에 앉아 사진을 찍는다.
1950~60년대 거리에 와 있는 듯한 근현대사전시관 | 출처: 대한민국구석구석 여행이야기
유천업 관장은 유리상자에 갇힌 유물이 아니라 잊혀져간 추억을 되새겨주는 박물관을, 그리고 60년대 음악이 흐르는 다방에서 자녀와 함께 옛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을 꿈꾼다. 사라져가는 추억을 듣고 만져보고 느낄 수 있는 해금강테마박물관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이 가능하며, 입장료는 어른 6천 원, 청소년 4천 원, 어린이 3천 원이다.
추억을 선사하는 박물관의 진품 유물들 | 출처: 대한민국구석구석 여행이야기
추억을 선사하는 박물관의 진품 유물들 | 출처: 대한민국구석구석 여행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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