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중에서도 최고를 꼽아보라고 하면 바로 스티어링 감각이다. 도로 대부분이 구불구불한 스노도니아에서는 신형 GT3의 스티어링이 얼마나 직결감이 우수하고 정확한지 순식간에 알 수 있다.
코너를 돌 때는 직경이 작은 스티어링휠이 정교하고 다정다감하게 노면의 정보를 손가락 끝에 전달한다. 단지 몇 번의 코너링만으로도 직감적으로 그동안 만나본 어떤 전동식 스티어링보다 반응이 뛰어나다는 사실을 확신할 수 있다.

사실 GT3은 예전부터 훌륭한 차였다. 오로지 신형에만 집중하려고 해보지만 쉽지 않다. GT3은 오래전부터 센세이션을 일으킨 명망 있는 이름일 뿐만 아니라, 흠잡을 데 없는 완벽에 가까운 순수한 스포츠카의 후손이라는 사실이 뇌리에 너무 깊이 박혀 있는 탓이다.
그래, 포르쉐 모터스포츠 부서는 또다시 제대로 된 물건을 만들어냈다. 불과 수km밖에 몰아보지 않았고 엔진을 3000rpm 이상으로 돌려보지도 않았지만 이미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벅찬 감동과 함께 확신이 밀려온다. 신형 911 GT3은 차원이 완전히 다른 특별한 존재라는 믿음이다.

기술적 제원은 이미 많이 알려졌지만 신형 GT3의 성능은 여전히 반복해서 회자되고 있다. 구형과 비교해 서너 가지 아주 중요한 개선을 이뤘기 때문이다. 일부만 바뀐 게 아니라 완전히 새롭게 달라졌다. 먼저 가장 중요한 부분은 엔진으로 배기량이 3.8L에서 4.0L로 올라갔다.
GT3 RS와 911 R에 들어갔던 엔진을 대대적으로 고쳐 만들었는데, 성능은 두 모델의 엔진을 섞어놓은 듯하다. 최고출력은 493마력이고 회전한계는 9000rpm으로 991.1 GT3에 들어갔던 3.8L 엔진과 같다. 그러나 포르쉐는 언제나 보수적이었기 때문에 실제로는 더 높이 나오지 않을까?

신형은 변속기를 선택할 수 있는 첫 번째 GT3이기도 하다. 이전에는 오로지 PDK만 갖췄고 그 전에는 수동변속기만 가능했지만 이제는 원하는 대로 고를 수 있다. 순수한 재미를 주는 6단 수동변속기는 올해 말쯤에나 시장에 나올 예정이다.
시승차 역시 7단 듀얼클러치 변속기를 단 모델이다. 포르쉐 GT 총괄 안드레아스 프로이닝거와 그가 이끄는 팀은 신형 GT3을 개발하며 섀시에 심혈을 기울였다. 댐퍼를 새로 튜닝하고 뒷차축에는 처음으로 보조스프링을 달았다.
뿐만 아니라 공력성능을 더욱 날카롭게 가다듬어 공기저항의 증가 없이 이전보다 20% 많은 다운포스를 만들어낸다. 최고속도에서 발생하는 다운포스는 최대 155kg인데, 이는 997 GT3 RS와 맞먹는 수치다.
마침내 작은 파란 경고등이 사라졌다. 엔진 오일 온도를 가리키는 바늘이 회전하며 게이지의 절반까지 올라갔고 타이어도 더 말랑해져 도로 위를 미끄러지지 않고 누르면서 나가는 게 느껴졌다. 안전핀을 해제할 때가 됐다는 신호다.

6000rpm에서 46.9kg·m를 쏟아내는 새로운 4.0L 엔진은 6250rpm에서 44.8kg·m를 기록한 구형 3.8L 엔진보다 더 풍부한 토크를 낸다. 중요한 사실은 최대토크가 얼마인지가 아니라 토크 곡선 아래 영역의 느낌이 완전히 다르다는 점이다.
2500rpm부터 스로틀을 열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본 게임이 시작된다. 2단이든 3단이든 상관없다. 고회전 자연흡기 엔진의 경쾌함에 터보 엔진의 묵직함이 더해졌다. 마치 과적한 화물열차가 까마득한 내리막길에서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내달리는 것 같다.
처음엔 속도가 차츰차츰 올라가다가 5000rpm을 통과하는 순간 말도 안 되는 속도가 되더니 패닉에 가까운 수준으로 달려나간다. 7000rpm에 도달하면 엔진 소리는 더욱더 강해지고 엔진 회전계 바늘은 폭발할 듯 솟구친다. 엔진 회전수가 정말 빠르고 사납게 올라가는데 입에서 육두문자가 튀어나올 정도다. 레드존인 9000rpm에 이르러서는 띠톱으로 돌을 잘라내는 듯한 굉음이 들려온다. 체감하는 가속력은 실제 찍히는 속도의 2배 이상이다.

변속을 제때 하지 않으면 엔진은 레드존을 넘어서까지 치솟으며 끝까지 변속하지 않는다. 바늘이 숫자 9를 찌를 때쯤 업시프트 패들을 당겨주기만 하면 사나울 정도로 빠르게 변속한다.
그 뒤에는? 지금까지 말한 게 다시 반복된다. 너무도 강렬해서 구형 4.0L 엔진을 얹은 GT3 RS와 911 R이 부드럽게 느껴질 정도다. 심지어 터보는 이에 비하면 무르다는 생각이 든다. 새 엔진은 이전 3.8L 엔진보다 전체적인 회전 영역에서 훨씬 강한데, 마지막 2000rpm에서 성능의 절정을 폭발시킨다. 반면에 200cc 작은 이전 엔진은 마지막 1000rpm에서 더욱 압축되고 밀도 있는 파워를 낸다.

새 GT3에는 추가비용 없이 클럽스포츠 패키지를 적용할 수 있다. 여기에는 뒤쪽 롤케이지와 소화기, 운전석의 6점식 벨트가 포함된다. 옵션으로 추가할 수 있는 탄소섬유 버킷 시트는 몸을 아주 잘 지지할 뿐만 아니라 운전을 몇 시간 동안 하더라도 불편하지 않다.
이전 GT3의 직경 380mm보다 작아진 360mm 스티어링휠은 신의 한 수다. 크기가 커서 언제나 부자연스러웠던 이전과 달리 이제 손에 꼭 맞는다. 마치 이 코너에서 저 코너가 가까워진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차가 더 민첩하게 움직이는 기분인데 실제로도 그렇다.

뒷바퀴 조향 기능을 포함한 전체적인 스티어링 시스템은 매우 잘 조율했기 때문에 그 속에 얼마나 복잡한 기계적인 움직임이 얽혀 있는지 곧 잊게 된다. 굉장히 정확하고 무게감도 좋아서 코너를 의식하며 조향하기보다는 그저 차가 가는 대로 내버려두면 된다.
차가 주는 피드백도 훌륭한데 특히 앞바퀴를 통해 전해주는 노면의 정보는 운전자의 자신감을 북돋운다. 앞바퀴에 얼마만큼 접지력이 남아 있는지 예의주시하며 살얼음 걷듯 하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포르쉐 모터스포츠가 만든 모든 차가 그렇듯 차의 댐핑도 만족스럽다. 너무나 뛰어난 PASM 댐핑 덕분에 차가 스프링과 댐퍼, 바퀴에 걸쳐져 있는 게 아니라 압축한 공기주머니 위에 올라앉은 기분이다. 그 느낌이 어찌나 나긋나긋한지 도로가 어떤 상황이어도 차체를 전부 제어한다.
마치 내가 달리는 길을 모두 1차원적 공간으로 만드는 듯하다. 운전자가 인지하기도 전에 차가 자세를 안정되게 정렬한다. 불룩 튀어나왔든, 움푹 파였든 상관없이 시종일관 안정적인 자세로 달려나간다.

칭찬하고 싶은 부분은 끝이 없다. 미쉐린 파일럿 스포츠 컵 2 타이어는 온도가 오르자 마른 노면에서 슬릭타이어 수준의 엄청난 접지력을 보였다.
거의 400km를 달리는 동안 한 번도 언더스티어가 발생하지 않았다. 단지 노면이 아주 심하게 울퉁불퉁해서 차가 좌우로 심하게 흔들릴 때만 트랙션 컨트롤 경고등이 깜박거릴 뿐이었다. 그것도 가속페달을 어떻게 조작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졌다.

트랙션이야말로 포르쉐 911 GT3의 필살기다. 엔진을 뒷바퀴 축 바로 위에 올린 차에게 당연한 얘기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여기에 더해진 보조 스프링 하나로 메인 스프링이 수축하기 전에 수mm만큼 서스펜션 상하 이동 폭이 늘어나면서 질감이 고급스러워졌다.
신형 GT3은 다른 뒷바퀴굴림 차들이 어떻게 해서든 접지력을 확보하려고 바둥거릴 때 이미 구동력을 확보해서 달려나간다. 뒷모습도 이제 완벽하게 가다듬어서 아쉬운 부분이 없다.

스노도니아의 도로는 현재 판매 중인 어떤 차를 끌고 오더라도 구동계와 스티어링, 섀시를 조합해 차가 지닌 최적의 성능을 끄집어낼 수 있다. 그만큼 조건이 다양하고 차를 몰기에 좋은 환경이다. 발라에서 페스티녹까지 이어지며 양옆으로 크게 굽이치는 B4391 도로를 택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신형 GT3은 성능 측면에서 비판할 거리가 없을 정도로 완벽하고, 감성적인 수준까지 마음을 사로잡는다. 강렬한 배기음, 야생적인 강렬한 파워, 섀시와 직결이라는 게 뭔지 보여주는 스티어링까지. 이 모든 요소를 통해 운전자는 차와 한 몸이 되는 경험을 하고 세상과 완전히 단절된 듯한 착각에 빠진다.

저녁에 이르러 테스트가 끝나갈 무렵, 긴 내리막길을 달리면서 GT3에 대해 잠시 생각할 시간을 가졌다. 이미 이 차에 대해서는 지적할 게 없다고 말했지만, 어떤 티끌 같은 흠이라도 찾아내야겠다는 기자 정신을 포기할 수 없었다. 굳이 꼽자면 수동변속기가 개인적으로는 더 재미있다는 정도? 그러나 이마저도 머지않아 선택할 수 있다.

이런 종류의 차는 도로에 딱 붙어서 달리는 느낌보다 운전자가 앉은 자리 바로 아래에서 움직이는 듯한 기분이 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차의 무게중심이 동력성능과 직결되는 고성능 스포츠카일수록, 도로 위에 기차선로를 깔고 달리는 듯한 안정감 이상의 무엇인가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뒷바퀴에서 쏟아져 나오는 폭포수 같은 힘과 겨루기를 하면서 무게중심을 잡은 채 달려나갈 수 있는 신뢰라고 할 수 있다. 훌륭하게 조율된 차 후미의 움직임과 어마어마한 코너링 능력 덕분에 운전자는 GT3을 가지고 앞서 말한 겨루기 한판을 거의 완벽에 가깝게 해낼 수 있다. 신형 포르쉐 911 GT3은 합법적으로 즐길 수 있는 최고의 퍼포먼스카다.
출처 : 에보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