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오경재(吳敬梓, 1701-1754) |
국가 |
중국 |
분야 |
소설 |
해설자 |
진기환(전 대동세무고등학교장, 현 중국관련 저술활동 중) |
≪유림외사≫의 유림(儒林)은 유학자 그룹이라는 뜻보다는 지식인, 사대부, 관리들을 포괄적으로 지칭하는, 무사의 상대적 개념인 문사(文士) 계층을 망라하는 뜻을 지닌 말이다. 외사(外史)란 국가에 의한 공식적 역사기록인 정사(正史)가 아닌 ‘개인에 의한 사실 기록’이라는 뜻이다.
작자 오경재(吳敬梓)는 청(淸) 제국 전성기(18세기)에 살았던 사람이다. 명ㆍ청대는 교육과 과거가 어느 시대보다 중시되던 시기였다. 교육은 과거를 준비하는 방법이었으며 과거에 합격하는 것은 사회적 명망과 관직과 부귀를 보장받는 유일한 길이었다.
당시 독서인들은 오직 팔고문(八股文)이란 형식적 문장만을 잘 지어 과거에 합격해 출세하는 것을 인생의 유일 최고의 목표로 삼았다. 그렇지만 과거제도는 참된 인재를 뽑지 못하고 출세를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비열한 인간만을 양산하는 폐단을 낳았다. 오경재가 경험한 유림의 세계는 과거제도에 의해 인간성이 철저하게 파괴된 세계였다. 오경재는 과거에 정신을 잃은 사대부들의 가련한 모습과 탐욕에 빠진 비열한 행동, 관리들의 파렴치와 수탈을 담담한 필치로 생동감 있게 서술하였다.
중국문학사에서 소설은 문학의 정통성을 인정받지 못하였다. 그러다가 명대(明代)에 들어와 삼국지를 비롯한 사대기서(四大奇書)가 창작되고 크게 유행하면서 소설은 문학의 한 형식으로 주목받게 되었다. 청대(淸代)에 들어와 ≪유림외사≫와 조설근의 ≪홍루몽≫이 출현 보급되면서 소설은 문학으로서의 확실한 지위를 차지하였고, 청대 말기에는 사회 개조의 수단으로 인식되면서 전성기를 맞이하게 된다. 이렇게 소설 융성의 기폭제 역할을 한 작품이 바로 ≪유림외사≫이다.
≪유림외사≫의 참다운 문학적 가치는 무엇보다도 그 풍자성에 있다. ≪유림외사≫는 정확하고 객관적이며 사실적인 표현과 풍부한 해학을 통한 사회 비판 정신이 가득하다.
형식상 장회(章回) 소설인 ≪유림외사≫는 그 구조가 아주 독특하다. ≪유림외사≫는 주인공도 없고, 간단히 요약할 만한 줄거리도 없다. ≪수호전≫은 송강을 비롯한 108인이 양산박에 집결하고, ≪서유기≫는 삼장법사가 천축국에 불경을 구하러 간다는 줄거리가 있으나, ≪유림외사≫는 소설 전체가 짧은 삽화로 구성되어 있으며, 다양한 계층의 여러 인물이 차례차례 등장하여 자기 역할을 마치면 사라져버린다. 이렇듯 그 구성이 산만해 보이지만, 이런 구성이 오히려 자유로운 공간을 조성하여 각종 인물의 성격을 다채롭게 창조하였다.
≪유림외사≫ 제1회에서는 원(元)나라 말기의 시인 왕면(王冕)의 일생을 묘사하여 인물 평가의 모범을 제시하고, 이어 2회, 3회에 범진, 주진 같은 인간을 등장시켜 당시 사회가 만들어낸 전형적 인간형을 묘사하였다. 이어 회가 거듭할수록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면서 허위, 파렴치, 잔인, 우둔, 교활한 인물과 바른 심성을 가진 도덕군자의 모습 등이 사실적으로 묘사되고 있다.
중국의 전현동(錢玄同, 1887∼1938, 언어학자ㆍ역사학자ㆍ평론가)은 500년 전부터 지금까지 최고의 문학작품으로 ≪유림외사≫, ≪수호전≫, ≪홍루몽≫을 꼽았다. 중국 근대문학의 개척자라고 할 수 있는 후스(胡適)는 ≪유림외사≫를 백화(白話)문학의 최고 걸작으로 꼽으면서 ≪수호전≫이 ‘방언(方言)의 문학’이라면, ≪유림외사≫는 ‘국어(國語)의 문학’이라고 그 가치를 높이 평가하였다. 루쉰(魯迅)은 “오경재의 ≪유림외사≫가 나온 이후 비로소 중국에 풍자소설이 존재하게 되었다”고 극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