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된 바위를 보려면 화산이던가...
분명 아니었다. 웅혼미가 깃든 화산의 거대한 바위도 좋다.
하지만 돌아와 둘러본 인간미 넘치는 우리의 산하와 바위!
설악산의 거대 바위 등걸이며 팔공산 능선에 펼쳐진 바위 무리여!
안목이 있다면 분명 만날 수 있는 친화적 아름다움에 기절초풍!
연전 내장산 산행시 급하게 일본 쪽 단풍산행을 하느라 빠졌었다.
일본의 단풍, 거기도 그 나름의 산세에 깃든 아름다움이 있었지만
아! 역시 단풍은 내장산이다. 색상의 화려함에 빠져들다가도
산사와 딱 어울려 빛나는 울긋불긋한 유혹을 어쩐디야....
서래봉을 오르는 길목에 단풍으로 둘러싸인 벽련암의 수주움아!
앞뒤 모를 환장할 아름다움아! 이래서 좋아도 너무 좋으면 곤란하나 보다.
주체할 수 없는 단풍의 무게를 견디고자 치고 오르는 서래봉에 불출봉
다행이었다. 안개비 촉촉이 내려 살포시 감추어주는 화려한 원경...
무작정 걸어야하는 철계단에 빠져 단풍본색에 벗어나 겨우 중심을 잡음이야!
그런데도 빗물에 씻긴 투명 찬란한 색상에 만나는 사람마다 다 아름다웠다.
그 바람에 불출봉에서 상기된 얼굴의 낯익은 듯한 중년여인에게
놀랍게 변신한 모습에 아까보다 왜 그리 예뻐졌느냐고 괜이 따졌다.
그저 웃으며 싫지 않은 목소리로 얼굴을 돌리며...애써 아니란다.
그뿐인데 돌아서서 누굴 보고 그랬는지 요상하기만 해서
하산하여 이리저리 추적해 보았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
아름다움을 대하면 덩다라 바람이 난다더니
어거 어쩐디야... 마냥 조심해야겠다.
더구나 순수한 의도와는 전혀 관계없이
못된 성희롱에 걸릴 수 있다잖느냐!
그런데 짜잔... 우거지쇠고기탕....이거 뭔 맛이여!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했는데....오늘은 달랐다.
바로 내장산단풍후 식사....그 당당한 맛갈스러움이야!
쇠고기국밥이라면 의령에 가야한다더니 천만의 말씀이었다
우리 우정산악회를 위해 봉사하는 특급요리사의 솜씨라니
먹다말고 무슨 음식이냐는 말에 그저 소고기국이란다.
하지만 감칠맛 나는 우거지 맛에 작명하여 우거지쇠고기탕!
일상의 하산주로서 만난 우거지쇠고기탕에 밥과 술...
내장산 화려강산에 알콩달콩 맛갈나는 신나는 날....짱이었다.
소주 한잔 쭉....해도 막무가내로 든든한 마음....풍족해지는 여유
단풍이 좋아 죽겠더니 맛있어 죽겠어. 그려 죽으면 안 되지...
그러기에 마음을 다잡으려 가을비 추적추적... 그럼에도 마냥 신났음이야!
우거지쇠고기탕...그 요란하고 감칠맛에 돌아보는 아 가을인가!
R님이 숨을 쉴 때마다 그저 행복에 겨운 환한 미소
고희에 떠난 중국배낭여행이라는 책을 주셨는데
그래 그리어 행복한 숙제를 안겨주었음이야!
단풍본색은 무조건 살맛남이었음이야!
누군가 그런다.
누구에게나 있는 잠자는 장수세포라고
꼬르륵 배고파 번득이는 식욕에 깨어나는 장수세포
더하여 절대절명의 순간에 깨어나는 장수세포라고 말한다면
너무 비약함인가... 하지만 삶은
그리어 살만 하려면 극한 순간도 있어야 하잖는가....
오늘 산행 출발 전날 선예약자들의 취소로....당황
탕탕 믿고 있던 일기예보를 들쳐보았음이야!
아이쿠나....산행예정 시간대에 잠시 동안 내리는 강우예보
1-4mm에 60%.....이것도 비라고 피하다니..그래도 어쩌겠나!
그대가 나와 같지 않다고 나무랄 이유가 없음이야....
그리 그리하며 가늘게 길이길이 오래 살거라....
비가 내렸지만 서래봉을 오르며 만나는 바위능선
위험표시가 커다랗게 다가왔지만 피할 수 없는 유혹
기어오르며 미끄러질라 오금이 절여오는데도
삶의 촉수가 번득이는 그것, 거기...운명인가보다...
누구든 무모한 짓이라고 하는데 다수가 정답인 시대....그렇구나!
비오는 내장산을 향한 장사진 단풍본색을 향한 열정아...
사람사람 모두 아름다운 단풍본색이 되는 걸
좋다. 단풍에 우거지쇠고기탕이 아주 좋았다.
그런데 별일인 건 진짜로 산정에서 본 중년여인
그녀의 고혹스레 상기된 환한 모습이야말로
단풍본색을 훌쩍 뛰어넘었음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