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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덕화만발(德華滿發) 원문보기 글쓴이: 김덕권
*德華滿發*
세기(世紀)의 만남
도반 동지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벌써 토요일입니다. 그리고 이달도 중순이 지나갑니다. 내일은 또 스승의 날이네요. 인생에 스승이 안계시다는 것은 그만큼 마음이 고달프고 황폐(荒廢)하다는 얘기가 아닐 런지요? 스승님이 계시면 항상 마음이 든든하고 힘들 때 언제나 달려가 자비로운 품에 안길 수 있습니다. 원불교의 2대 종법사를 역임하신 정산(鼎山) 종사님은 스승님 만난 기쁨을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평생에 기쁜 일 두 가지가 있노니, 첫째는 이 나라에 태어남이요, 둘째는 소태산(少太山) 부처님을 만남이니라. 모든 사람이 스승님의 은혜를 다 같이 느낄 것이나, 나는 특히 친히 찾아 이끌어주신 한 가지 은혜를 더 입었노라.」
도반 동지 여러분! 세기의 만남이란 이런 정도의 만남을 두고 말하는 것일 겁니다. 소태산 부처님께서는 이미 하늘의 별을 보시고 경상도 성주(星州) 땅에서 정산 종사님이 오실 줄 아셨습니다. 그리고 영산(靈山)에서 정읍 화해리(花海里) 까지 친히 제자를 찾아 나스셨습니다. 이 두 분의 만남을 우리는 제우화해상(際遇花海相)이라 말합니다.
정산 종사께서는 스승님을 만나시고 부터 조금치의 이의(異意)가 없이 오직 가르치시는 대로만 순종하셨습니다. 그리고 이 일원대도(一圓大道)로 부처되는 길을 확실히 자신하셨습니다. 법을 알기 전에는 고행도 하고 편벽되게 헤매기도 하셨습니다. 그러나 스승님을 만난 후에는 오직 스승님의 지도대로만 하여 마침내 대각여래위 부처님 자리에 우뚝 서신 것입니다.
도반 동지 여러분! 저 역시 스승님을 만나기 전에는 천방지축(天方地軸)으로 살았습니다. 천만 다행으로 일원대도를 만나 비로소 인생의 스승을 만난 기연(奇緣)을 잡았습니다. 저는 스승님의 모든 지시에 토를 단 적이 없습니다. 죽으라면 죽는 시늉까지 하였습니다. 무슨 일이든 제게 두 번 시키신 일이 없었습니다. 정산 종사님께서도 소태산 부처님께 물건으로 바친 것은 없으나 마음은 온통 다 바치셨다고 하셨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라성 같은 제자들을 제치고 종법사 위를 이어 받으신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도반 동지 여러분! 스승님이 아니시면 하루살이 같은 이 중생으로서 어찌 영원한 삶을 찾을 수 있었겠습니까? 스승님이 아니시면 주객(主客)을 구분 못하던 이 천둥벌거숭이가 어찌 죄복(罪福)의 근원을 알 수 있었겠습니까? 스승님이 아니시면 이 유혹(誘惑)이 많은 이 세상에서 어찌 정당한 사람의 도리를 깨칠 수 있었겠습니까? 스승님이 아니시면 끝없는 이 미륜(迷淪)에서 어찌 성불(成佛)의 길을 감히 바랄 수 있었겠습니까? 스승님이 아니시면 지옥에 퐁당 하고 떨어질 이 하찮은 중생이 어찌 이 정도라도 세상에 설 수 있었겠습니까? 정말로 스승님의 은혜를 생각하오면 푸른 하늘 보다 높고 높습니다. 그리고 정의(情誼)로 말씀하오면 하해(河海)보다 깊고 넓습니다.
도반 동지 여러분! 정산 종사님께서 스승님께 온통 바치셨기 때문에 그 부처님의 법통(法統)이 정산 종사님에게 전해진 것입니다. 진리께서는 온통 바치면 몽땅 주십니다. 반만 바치면 반만 주십니다. 바치는 둥 마는 둥 하면아무것도 안 주십니다. 이것이 바로 진리의 속성(屬性)인 것입니다. 어차피 스승님이 계시다면 우리의 마음을 가림 없이 바칩시다. 세상에는 우리의 스승으로 모실 어른들이 많습니다. 다만 아직 인연이 안 닿았을 뿐이죠. 만약 아직 스승님을 모시지 못했다면 지금이라도 법 높은 스승님을 찾아 삼고초려(三顧草廬)라도 합시다. 그런 정성이 없으면 스승과 제자로서의 세기의 만남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도반 동지 여러분! 제가 나가는 원불교 여의도교당에서는 스승의 날을 맞아 전원이 익산 원불교 중앙총부로 달려갑니다. 오래간 만에 총부 법회도 보고, 원로원과 수도원에 계시는 많은 스승님들을 위한 공양(供養)도 합니다. 흔치 않은 기회입니다. 저마다 사명을 완수하시고 총부에 은둔(隱遁)해 계시는 훌륭한 원로 법사님을 찾아 마음을 연하는 것 또한 크나큰 복이라고 생각합니다.
도반 동지 여러분! 저는 오늘, 5월 14일 아침 일찍 원불교인의 영원한 고향 영산성지(靈山聖地)로 문우들과 함께 봄 문학기행을 떠납니다. 그리고 다시 광주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부산으로 달려갑니다. 5월 15일 스승의 날 기념으로 부산 부곡교당의 법회강연을 맡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일요일마다 보내드리는 *김덕권의 청한심성(淸寒心醒 )*은 하루 쉽니다.
도반 동지 여러분! 여러분께서는 얼마 전에 거행한 영국 윌리엄 왕자의 결혼식을 보셨는지요? 가히 세기의 만남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 거창한 결혼식, 셀 수 없는 하객들, 매혹의 키스장면을 큰 화면으로 즐기시죠. 그 많은 군중들이 우리 *덕화만발*의 가족이면 얼마나 좋을까요? 우리도 스승님을 찾아 세기의 만남을 이룹시다. 그래서 불보살의 위에 오르는 행운을 누리면 참 좋겠습니다. 좋은 아침입니다. 다녀와서 뵐게요!
원기 96년(2011) 5월 14일 덕 산 합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