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이민 2기 267. 손님이 오신다고.
모르는 분으로부터 메일을 받았다.
언젠가 공무원 연금지에 실렸던 내 기사를 읽고 늘 마음에 두었다가 드디어 용기를 내어 이곳을 방문하고 싶다는 내용이다.
그 기사가 나간지 4년이 넘어서 좀 새삼스럽긴 하다.
가족 세 분이 4박 5일간 오고 싶은데 관광지를 비롯해 경비 등 여행 안내를 해 줄 수 있느냐는 것이다.
손님이 오시게 되면 여러 가지 면에서 세심하게 신경을 써야 하기 때문에 어찌 생각하면 많이 귀찮고 겁이 난다.
그러나 우리가 이곳에 있는 동안 친척 친구, 가족 등 스무 번의 방문객이 다녀갔다.
그리고 그 때마다 밴을 빌려 관광지 몇 군데를 다녀 왔으므로 이젠 웬만한 가이드보다 더 자신 있다.
어떻게 하면 더 싸고 알차게 할 수 있는지, 관광지마다의 특성에 따라 오시는 분에게 어디가 더 적합할 지도 어느 정도 파악이 된다.
그 뿐 아니다. 레스토랑의 선택도 메뉴의 선택도 나름 터득했다.
관광지에서의 점심 종류에 따라 로컬 음식과 한식을 적당히 선택해 주어야 한다.
때론 운치 있는 필리핀 정통 레스토랑을 안내하기도 하고 그 어렵던 로컬 음식 주문도 거의 정해 놓았다.
그저 그런 일상에서 손님이 오신다면 또 새로운 며칠을 보낼 수도 있다. 마침 오시겠다는 분이 죠셉의 동년배라고 하니 죠셉은 은근히 그분들의 만남을 기다리는 눈치다. 젊은 사람보다 비슷한 사람끼리 만나 살아가는 이야기들을 나누는 것도 더 마음 편할 수도 있겠다.
메일이 몇 번 더 오고 가는 사이 나는 큰 시장에 가서 도가니와 우족을 사다가 들통에 푸욱 고아 놓는다.
진한 국물만 만들어서 락앤락에 나누어 얼려 놓으면 걱정이 없다. 무우국을 끌여도 되고 미역국을 끓여도 맛이 좋다.
그 분들이 오는 날은 저녁을 우리 집 뜰에서 삼겹살 숯불구이를 할 예정이다. 밥과 배추된장국에 푸짐한 상추를 곁들이고, 큰 수박 한 통만 있으면 숯불에 갓 구운 돼지고기는 얼마나 맛있는지 모른다.
닷새동안 집에서는 아침만 준비하면 되니 밀라와 머리를 맞대고 매일의 메뉴를 적어본다.
파파야 생채, 코코넛 물김치, 샹하이 롤, 불고기, 수육, 오징어 볶음,,,,간식은 구운 바나나...
이제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첫댓글 이제 다시 즐거운, 바쁜 일정이
시작 되겠네요.
환경이 바뀌면
세상만사가 모두 빠뀌는거 아닌가
이렇게 하다보면
자의던 터의던 …
관광 사업을 하개도 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