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교수님처럼 천문학자가 꿈이었습니다. 그런데 부모님 반대로 공대에 진학했습니다. 춥고 배고프다는 거였습니다. 연구에 회의를 느끼신 적은 없습니까?"
18일 오후 한국일보 월례 과학 강연회 '사이언스 어드벤처 21'에 강연자 이영욱(연세대 천문우주학과)교수에 질문한 이대학생은 진로에 대한 고민이 역력했다.
우주의 신비에 푹 빠져있던 청중도 일순간 현실로 돌아왔다. 이 교수는 "나 역시 치의대에 가라고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다"며 "부모님이 길을 막으면 우리나라의 장래가 없다"고 역설했다.
우리 현실은 그렇다. 수학올림피아드에서 상르 탄 똑똑한 청소년들이 의대를 간다. 학문에도 유행이 있어 전망 좋은 분야에 연구예산과 인재가 몰린다.
이영욱 교수는 예산을 지원 받는 항목인 창의적연구 지원사업 전체가 낮은 평가를 받는 바람에 예산지원이 삭감돼 국제 공동연구의 신의를 지키지 못할 처지에 놓였다.
과제별 평가가 아닌 일률적 삭감으로 그는 더욱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이다. 기초과학이 당장 돈 되는 학문이 아닌건 사실이다. 그러나 언제 어떤 산물에 응용될지 모른다.
우주로 향한 탐사선은 지구로 카메라를 돌리기만 하면 첩보위성이 된다. 일본의 우주과학은 국가가 전략적으로 육성했고 미 항공우주국은 '돈낭비'라는 비난여론을 일축하면서 대국민 홍보 서비스에 적극적이다.
우리에겐 기초과학을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육성하려는 의도도 전술도 분위기도 부족하다. 이영욱 교수는 "어렸을 때부터 꿈꾸던 길을 선택한 사람들이 실패한 건 못 봤다"고 말했다.
스스로 젊음과 열정을 바친 이들은 세게 정상에 설 가능성이 있다. 쉽게 돈 벌 수 있는 길과, 어렵지만 정상에 설 수 있는 길 사이에 하나를 선택하는 것은 개인의 결단이다.
그러나 싹부터 자르는 분위기에서 '한국산 첩보위성'은 나오기 어렵다.
김희원 생활과학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