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팡이 / 김광욱
지팡이 하나 남아 있다
어머님이 생의 마지막을
의지하시던
까만 부지깽이만한 막대지팡이
그 지팡이로 후여후여
논사밭의 새를 쫓던 지팡이
그 지팡이로 허위허위
산등성이 오르며 산나물 캐고
나무하고 무거운 등짐 지시던 지팡이
해바라기 사이로 끼어다니며
먹떼깔 따 먹는 아들 잘 다니라고
쐐기풀 덩굴 걷어 주시던 지팡이
닳아빠져 털털거리는 막대지팡이
어머니의 일부다
아니 어머니의 전부다
어머니의 삶이 여기 있다
부지깽이로 솥단지 두들기며
한 맺혀 노래하던 흥어리타령이
이 막대지팡이와 판소리 되어
거미줄 친 오두막집에
달빛과 어우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