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9일
제17대 대통령선거일이다.
6시에 일어나 먼길 떠날 채비를 간단히 하고는
투표소에 들러서 투표를 마치고
7시경 어권사님과 함께 길을 떠났다.
만리포해수욕장에 도착하니
10시가 조금 넘었다.
어디로 가야할지 둘러보는데 눈에 띄는 곳이 있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장화와 방제복을 입고 기름제거 할 채비를 하고 있었다.
하얀방제복을 입고 장화를 신고 장갑에 방진 마스크까지 쓰니 무슨 화학연구소의 연구원 같았다.
만리포해수욕장으로 가니
세차호스로 입구를 세척하고 있었다.
바닷가로 나가니 일러서 그런지 많지는 않지만 하얀방제복을 입은 사람들이 기름을 제거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냥 둘러보기에는 여전히 깨끗하고 너른 만리포의 백사장이다.
이미 기름을 다 제거한것인가하는 의문을 가졌다.
그 동안 많은 봉사자들의 수고로 기름바다가 깨끗해졌으니
우리 민족 특유의 어려운 난관을 헤져나가는 모습을 보는 듯 하였다.
그러나
모래를 파니 미쳐 제거되지 않은 기름이 모래에 덮여 케익처럼 깔려있었고
바위틈에는 제거되지 않은 기름들이 남아있었다.
모래가 아닌 자갈층에는 기름이 스며들어 마치 유전마냥 기름이 솟아났다.
흡착포와 면종류의 천으로 기름을 닦아내자니 쉬운일이 아니었다.
누구의 책임인가?
어떻게 할것인가?
바다를 바라보며 사는 사람들은 보상이라도 받고
뜻있는 사람들의 지원의 손길도 받을 수 있다지만
뭇생명들
이미 죽어나간 생명들, 죽어가야할 무수한 생명들에 대한 것은 무엇으로 갚을것인가?
나에게는
기름 유출의 책임이 없다 할 수 있나?
나의 하루도 기름이 없이는 아주 불편한 날이 될것이기 때문이다.
더러 걸어다니지만 기름으로 움직이는 승용차
기름을 원료로하여 만들어진 무수한 일상용품들
어찌 기름으로 인한 환경적 피해에 책임없다 하겠는가?
점심으로 준비한
라면을 먹으러 가는데 구세군 급식차가 보인다.
라면 끓일 물이 필요하여 한병 팔라 하였더니 그냥 가져가란다.
자원봉사자들에게 생수와 간단한 끼니를 베풀기 위한 배려였다.
앞으로 구세군 냄비를 보면 절대 그냥 지나치지 않을것이다.
오후가 되니
그 너른 만리포해수욕장의 모래 사장에 사람으로 가득 찼다.
가족단위로, 어느 단체도, 학교에서 봉사하러,
그래도 김집사님, 이장로님하며 부르는 소리가 가장 반가웠다.
그래도
교회는 살아있었다.
어려울때 앞장서서 도움의 손길을 베푸는 곳이 교회아닌가?
더러 문제가 되어
교회를 나무라는 사람이 많지만
종교의 이름으로 모인 사람들의 손길이 그래도 가장 많은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계단에까지 기름 파도가 덮쳤는가보다.
돌벽에도 사람들이 붙어서 기름을 제거하고 있다.
돌틈의 기름은 이렇게해야 된다.
바위로 이루어진 해변가의 기름들은 제거가 쉽지 않다.
매끄러운 바위도 아니니
두고두고 작업해야 할 것이고 오랜 시간이 흘러야 예전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봉사자들의 손길이 미치는 곳마다 밝음과 빛이 있는 것 같았다.
기름이 몰려왔던 처음의 순간에 기름을 담아낸 양동이다.
눈에 보이는 기름은 대부분 봉사자의 손길에 제거되었지만
파도에 밀려왔을때 손이 부족하여 미쳐 제거되지 못한 기름층은 모래로 덮여 팬케익처럼 층을 이루고 있었다.
이 너른 모래를 다 파 엎어 제거하려니 참 한심스럽기만 하다.
언제 다 제거하지. 그 속에 살았던 생물들은 어찌하고...
물이 점점 빠져나가며
그 너른 만리포의 모래사장이 나타났다.
언젠가 저 백사장에서 팬티만 입고 맨발로 공을 찬적이 있다.
달리고 넘어져도 다칠 염려 없었던 모래사장, 그러다 못 견디게 더우면 바다로 풍덩
올해는 해수욕장을 찾을 사람이 있을까!
언제쯤 낭만스런 해수욕장으로 돌아갈까!
온 가족이 함께 온 봉사자들도 많았다.
이 아이는 엄마 아빠가 열심히 기름을 제거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무얼 생각하고 있을까?
아이들에겐 미래의 꿈과 소망이 중요하다.
그들의 꿈이 검은 기름으로 범벅이 되어서야 되겠습니까?
등대가 있는 쪽으로 가면
돌로 된 해변가가 나온다.
이곳은 아직 봉사자의 손길이 부족하였는지 돌이 다 검은 기름을 뒤집어 쓰고 있었다.
연인이 같이 봉사활동을 온것인지
일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파도가 밀려오는 백사장의 모습이 멋있지 않아요?
무얼하는지 모른 상테에서 바라보면 많은 사람들의 모습이 낭만적으로 보일텐데...
언제 무슨일이 있었냐는듯 오늘도 파도는 저 먼 바다 너머의 소식을 묻어오고 있었다.
아직도 기름이 스며나오네.
혹 유전이 아닌가?
자갈더미를 파면 유전마냥 기름이 스며나온다.
백사장에 있는 사람들이 안내방송을 듣고 이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버너에 코펠로 라면을 끓였다.
야외에 나가면 쓰려고 코펠을 사 놓은지 오랜데
두번째 사용하는가 봅니다.
너구리를 네마리나 넣고 끓였는데도 둘이서 부족하기만 하네.
라면을 먹고
민박집 너머로 사람이 보여 가니
이곳은 바위 암벽으로 이루어진 해변이다.
파도가 몰리는 곳에는 바위가 기름범벅이 되어있었다.
헌옷가지로 기름을 문질러 내는 일이 쉽지않았다.
퍼질러 않자서 세월 흐르듯 제거하는 것이 요령이다.
사람의 손길이 미치는 해수욕장은 그렇다치더라도
사람이 찾지 않는 곳, 찾을 수 없는 곳,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작은 섬들
그 기름들은 자연이 주는 손길에서 닿고 닿아서 없어지겠지
세월이 얼마가 걸리든지
차라리 눈을 감고 모른척할까?
새벽에 일어나서
라면 먹고 일을 하니 오후 4시쯤 힘이 다 빠졌다.
차가 막히면 더 힘이 들듯하여 조금 일찍 출발하였다.
저기 보이는 것은 화력발전소 같은데
많은 석탄 또는 석유가 태워지겠지.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서
많은 오염물질과 이산화탄소가 내 뿜어져 나오지만
우리가 사는 곳과 멀리 떨어져 있어 그리 마음에 두지 않고 살수 있다.
우리는 깨끗한 전기, 환경오염이 없는 전기를 사용하면서 말이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다.
미남은 아니지만 마음에 와 닿는 얼굴입니다.
말과 행동이 하나되어야한다고 믿는 사람이다.
기름 제거 작업에 오게된 것도
주일날 대표기도하며 서해안 기름유출사고를 언급하였고
기도로만 말로만 해서는 안되겠다 싶어 가자하여 같이 오게된것이다.
나도 마음에만 있었지 바쁨을 핑계로 늑장거렸는데
어권사님의 제의로 온것이니 부끄럽기만 하다.
먼저 해야할 일이 있음에도 내일이 우선하여 생각하며 살아왔으니....
오는길에
휴게소에 들르니
빨간옷의 구세군냄비가 보였다.
그냥 갈 수 없다.
약속을 떠나서 이웃에게 정을 베푸는 일이니...
첫댓글 근성을 좀 버려야 합니다.막판까지 가는 벽랑끝 전술...승부수 두기..전분야에서 내가 이게 아니면 절대 타협하지 않거든요.
우리나라 국민들의 자원봉사로 자연의 자생력으로 복원이 되겠지요. 삼성중공업에서 미안하다고 사과한번 했으면 좋겠는데...
자연으로 돌아가는 길입니다. 돌고 돌아서 가는 길 좀더 자연적으로 가야 하겠지요. 자연에 가까이 한 이들 보기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