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듣기에도 낯선 ‘종합선물세트’란 단어가 있었다.
과거 한국시리즈를 9차례나 우승했으면서도 90년대 중반 이후 한가위 때만 되면 울던 해태를 제과업체인 모기업 상품이름에 빗대 부르던 단어다.
종합선물세트 안에 있는 다양한 먹을거리처럼 다른 구단 입맛에 맞는 요깃거리를 제공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한가위 때만 되면 종합선물세트란 단어가 야구계에서 회자되곤 했다.
가을괴담의 시작은 지난 95년이었다.
해태는 추석 연휴기간에 OB와의 4연전에서 믿어지지 않는 충격의 4전 전패로 준플레이오프 진출 좌절이라는 쓴잔을 마셨다. 3위 롯데와 3.5게임차 이내만 맞추면 될 것을 전패하는 바람에 반게임 차로 아쉽게 탈락했다.
선동열 이대진 조계현 이강철 김정수 이종범 등 초호화 라인업을 준비하고 홈에서 OB를 맞았지만 생각지도 않은 ‘후리기’에 넘어져 허탈했다. 당시 OB는 원정 4경기를 거의 포기한 상황이었으니 충격은 더했다.
종합선물세트란 별명을 얻은 시초였다.
그 다음이 98년. 이번에도 상대는 두산이었다.
연휴 기간에 2연전에서 1무1패만 해도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할 상황이었지만 또다시 내리 2경기를 내준 게 참으로 뼈아팠다. 해태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학수고대한 만원관중 앞에서 망신했다. 임창용과 이대진이 버티고 있었지만 이번에도 예외가 없었다.
최근 사례로는 팀이 기아로 바뀌고 난 직후인 지난해 10월 초. 상대는 한화였다. 2경기를 모두 이겨야 하는 다소 버거운 상황이었지만 첫 경기를 8-3으로 져 한방에 꿈이 물거품이 됐다.
그러나 적어도 올 시즌만은 옛 이야기가 됐다. 비록 반게임 차로 선두를 내주기는 했지만 줄곧 정규리그 선두를 달린 터라 적어도 포스트시즌 진출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종합선물세트는 이젠 추억 속으로 묻혔다.
기아는 그렇게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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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기아 '한가위 악몽' 이제는 그만
슬러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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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09.19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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