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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랜드의 아들들이여, 위대한 노르만의 전사들이여!
오늘의 전투를 기점으로 하여 잉글랜드의 반역자들은 멸절 될 것이다!
잉글랜드의 탄생 이후 지난 십 수 년간, 왕국은 나날이 성장해갔다.
이 중대한 사업은 국왕폐하의 신임을 얻고 있는 우리만이 할 수 있는 일.
우리가 흘린 피는 역사가 되어, 우리들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다.
제군, 나아가라! 그 누구도 우리의 앞길은 막지 못한다.
오늘 밤은 카나번에서 지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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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력 1099년 - 왕국력 33년 [겨울]
웨일즈, 카나번[Caernarvon].
바야흐로, 잉글랜드의 본토 통일에 한 발짝 다가가는 순간이었다.
웨일즈. 윌리엄의 통치력이 미치지 않는 잉글랜드 서부의 땅, 반란군의 마지막 항쟁지.
잉글랜드의 윌리엄께선 예전부터 자신이 왕관을 벗기 전에 잉글랜드의 대륙을
통일하고자 하셨고 아직도 그 뜻을 굽히지 않으셨다.
그 과업을 달성하기 위해선 가장 걸림돌이 되는 반란군을 일소하기 위해 카나번을 칠 필요가 있다.
그간 많은 전투 경험을 쌓아온 루퍼스는 이곳을 점령하기 위해 1000여명의 병사들을 이끌고 도착했다.
"첩자[Spy]로 부터의 연락입니다. 적의 병력은 800여명 내외이며, 그리 대단할건 없다고 합니다.
아마도 머리수만 채우고 있는 듯 싶습니다. 그리고 공격을 개시하시는 시간에 맞춰 성문을
열어두겠다고 알려왔습니다." 카나번에 침입한 스파이로부터의 보고.
첩보원의 활동은 순조로웠던 듯 싶다. 아무리 규모가 작은 성이라 해도 높은 목조 방책과 수백 명의
농민궁수[Peasant Archers]들이 일제히 사격한다면 이쪽의 사상자도 적지 않겠지. 성문을 열어둔다면
침입하기가 한결 수월해진다, 싸워보기도 전에 이 전투는 승리한 것과 다름없는 것이다.
"놈들이 이대로 포위한 뒤 시간을 끌면 큰일입니다. 성의 규모는 작은데, 병사 수는 무려 800여명입니다.
장기전으로 접어든다면 모두 아사해 버릴 겁니다. 어서 요격시지를...!"
"아아, 걱정할거 없어. 대충 봐도 잉글랜드는 이쪽의 병력수를 상회하고 있다. 이것만으로도 야전에서
포위당할 위험이 크다. 무엇보다 잉글랜드군은 질질 끄는 전투는 좋아하지 않아. 게다가 상대는
기사도 정신으로 무장된 루퍼스 왕자님이라고? 분명 곧바로 성을 친다. 라고 말해도... 공성병기의
제작, 그 이후이려나...? 아직 여유는 조금 있군. 경계를 강화하고 무장대기조를 늘려라,
병기고의 무기점검도 시작해 두는 게 좋겠군."
카나번의 수비대를 지휘하는 인물은 조지[George]란 이름의 용병대장. 잉글랜드인들이 사랑하는 성인,
성조지[Saint George]와 같은 이름을 사용하고 있는 그는 잉글랜드의 전술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병력 분산파견으로 인한 각개격파, 포위 섬멸의 수순을 밟는 전술은 이미 몇몇 첩자들과 동료들에게서
익히 들어왔던 것이다. 이런 전술에 대한 대응전략을 준비해두고 필승의 각오로 전투에 임한다면 장비가 뛰어난
잉글랜드군을 상대로 한 이번 전투도 분리하지만은 않으리라.
루퍼스 왕자의 훈시가 끝났다.
브리튼 섬에서 기사도를 준수하는 기사로 이름 높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포로의 예우.
전투에선 거침없는 사내였다. 적의 정보를 얻기 위해 첩자를 활용하고, 기만전술을 이용해
적을 유인, 포위한 뒤 섬멸하기도 했다. 기사도를 운운하며 정면승부를 외치던 적의 사령관들에게
그는 "네놈의 기사도는 병사들의 목숨을 그리 쉬이 버리는 것이냐, 우둔한 자와 상대할 생각은 없다."라
말했던가, 분명 전투를 역동적인 행위로서, 최소의 효과를 이끌어내면서 최대의 전과를 올리는 일을
목표로 삼는 자의 마음가짐일 것이다. 어릴 적, 그의 아버지가 헤이스팅스의 결전을 하루 앞두고
그를 불러 딱 한마디만을 해주었다. '아들아, 싸우지 않고 이길 방법을 찾아라, 그게 불가능해질 때
적에겐 최대의 피해를, 우리에겐 최소의 손실이 있는 길을 만들어야 한단다. 명심하도록 해라.'
그가 싸우지 않고 이기는 모습을 본 자는 없다. 다만, 그것은 살얼음판 같은 궁정에서 늘 떨어져 있었으며
그가 가는 곳은 늘 다른 선택지가 없는 피비린내 나는 전장이었기 때문이 아닐까.
그는, 오늘 카나번을 떨어트리기로 결심했다.
잉글랜드군의 급습, 허나 더욱 수비병력을 놀라게 한건 활짝 열려있는 성문이었다.
손쉽게 카나번의 주요 성문하나가 잉글랜드군에 의해 점거되었다.
기병을 저지하기 위해 달려왔던 농민병[Peasant]들은 모조리 와해, 전멸해버렸고
40여명의 친위기병대[General's Bodyguard]는 징집창병[Levy Spearman]을 인솔하며 적진을 향해 돌관하고 있었다.
"첩자다! 열린 성문으로 잉글랜드놈들이 들어온다!" 마을은 경보용 종이 울리면서 삽시간에 소란스러워 졌다.
아마도 도시에 잠입하고 있던 첩자의 소행인 듯, 성문이 열려있었다.
"병사들을 소집하고, 적의 선행부대를 저지해라. 또한 본대의 뒤에 민병대[Town Militia] 1개부대를
배치해서 적의 후방 교란을 사전에 차단하도록!"
완전히 당했다, 몇 일간 공성무기를 만드는 조짐조차 보이지 않기에 이상하게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스파이를 이용해 그대로 밀고 올 줄이야... 빌어먹을... 너무 느긋했다, 너무 느긋했어!!
광장의 배후로 이어지는 대로 변. 80여명의 무장기병[Mailed Knights]과 징집창병 1개 부대는
항전하고 있는 수비병의 혼란을 유도하기 위해 광장의 배후로 선회하고 있었다.
그들의 앞을 돌연 막아선 민병대가 있었다. 아마도 수가 읽힌 듯, 이래서야 본대와 별동대
양측모두 많은 사상자를 내게 될 것이었다. 그런 사태를 막기 위해선 한시바삐 이들을 패주시켜야했다.
곧 난전이 벌어졌고 무장기병과 징집창병들은 민병대와 어우러져 많은 피를 흘리기 시작했다.
"배후의 민병대는 괴멸한 듯, 소식이 없습니다. 본대의 병력도 얼마 없습니다. 더 이상 버티지 못합니다!"
이미 마을 대부분은 잉글랜드군에게 점령당한 듯 보였다. 농민병으로 친위기병들을 막기는 역부족이었고
원호를 위해 보낸 궁병대마저 괴멸당해 버린 뒤엔 이 모양... 심한 꼴이었다.
잉글랜드군의 지휘관인 루퍼스에게선 왕자님 같은 우아한 모습 따위 찾아볼 수 없었다.
왕가의 표식인 성조지의 십자기 아래엔 피를 뒤집어쓴 한명의 기사가 병사들을 속속들이 베어 넘기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갈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의 끔찍한 몰골의 기사는 분명 잉글랜드의 왕자인 루퍼스 본인.
수비대를 지휘하는 조지마저 그 섬뜩한 모습에 경직되어 버릴 정도였다.
돌격!![Charge!!] 수비병이 겨우 구축한 방어선 뒤편에서 잉글랜드 무장기병들의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후방을 교란하기 위해 이동하던 무장기사와 징집창병의 무리들은 중간에 민병대의 저지를 받았으나,
민병대들에겐 중과부적. 병력수를 간단히 압도하는 잉글랜드군의 무리를 막아낼 수는 없었다.
민병대와의 접전으로 5할이나 되는 병력을 잃은 무장기사들이었으나 적을 향해 용감무쌍한 돌격을 감행했고,
전투는 그로써 종결되었다.
"사상자를 파악하고, 투항한 반란군은 별도로 수용하라! 마을에 대한 약탈은 일체 금지한다, 자 서둘러!"
전투가 끝나고 모든 상황은 하나씩 정리되어가고 있었다.
그때 잉글랜드의 전령이 황금사자의 인장이 찍힌 한통의 편지를 루퍼스에게 건넸다.
"호오... 야습이라, 헨리도 꽤 하지 않는가? 어리광쟁이 꼬맹이인줄 알았는데, 기특한 짓을 하는군."
웨일즈에서 루퍼스가 반란군을 소탕하고 있는 사이에 요크[York]와 노팅엄[Nottingham]일대에선
도적떼와 헨리의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야습을 통한 기습작전을 감행한 헨리는,
자신의 포악한 기질을 전장에서도 유감없이 발휘시켰다.
수적인 우세로 공격해오는 도적들을 자신의 친위기병대의 가공할 돌파력과 공격력을 이용해
흡사 사냥이라도 하듯, 국왕의 군대를 공격한 반역도들을 박멸해가고 있었다.
서력 1103년 - 왕국력 37년 [겨울]
잉글랜드에 한명의 추기경이 추가적으로 임명되었다. 재스퍼 네시라는 이름의 사제는
본토와 대륙에서의 활발한 포교활동으로 그 신앙심을 인정받았고, 급기야 추기경 직위를
하사받게 되었다. 2년 전 별세하신 스코틀랜드의 맥넉 추기경의 공석은 이로서 메워졌다.
잉글랜드는 교황성하와의 긴밀한 관계와 두 번째 추기경이 등장으로
대륙의 국가들에 대한 영향력을 더욱 넓혀가고 있었다.
도끼와 흡사한 모양의 본토는 북부의 스코틀랜드를 제외하곤 이미 모두 잉글랜드의 통치하에 놓여있었고
대륙 또한 대서양면의 렌[Rennes]과 보르도[Bordeaux]를 포함한 캉[Caen]의 일대까지 잉글랜드의 통치를
받고 있었다. 한해에 수만 플로린의 수입이 있었고, 수만 플로린의 돈이 국가개발을 위해 사용되었다.
전 세계를 통틀어 잉글랜드와 같은 부를 누리는 국가는 없었다. 심지어 로마의 후예인 비잔틴 제국조차
잉글랜드의 부유함과는 비교가 되지 못했고, 이러한 부를 원동력으로 삼아 잉글랜드는 대륙의 강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다.
왕국이 영광에 빛나는 이 시기에, 루퍼스는 어두운 서재에 홀로 앉아, 국왕 윌리엄과 그의 동생 로버트에게 보낼 편지를 쓰고 있었다.
- 다음 회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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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후기.
안녕하세요~! 겨울 같지 않은 따사로운 날씨에, 키보드를 부여잡고 땀을 흘리는
타나토스입니다!! 하하,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이번 화는 조금 늦었습니다.
대학교 등록금이니, 고등학교 졸업식이니 뒤풀이니 이런 저런 일이랄까요?
포맷 때문에 며칠 뒤에 올릴까... 하다가, 그래도 후속편을 기다리시는 분들이
계실 테고, 그 기대에 부흥하고자 무리를 좀 해봤습니다! 라지만...
가장 재미있는 부분은 싹둑! 다음 편을 기대해주세요~ 라니 =_= 헤에...
괜찮습니다! 이제부터가 시작! 토탈워의 모든 어리석은 이들이여 막이 올랐다,
잉글랜드를 위한 춤을 추어라! 라는 걸까요? 두 번째 추기경의 등장!
본토의 통일에 한발 다가간 잉글랜드! 과연 루퍼스의 편지엔 무슨 내용이 들어있을
것인가...!! 이 모든 것이 5화에서 밝혀집니다! 라곤 하지만, 완결은 아직도 멀었다는 사실!
5화로 다시금 멋지게 찾아뵙겠습니다. 모두들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차회에도 잉글랜드의 황금사자와 함께 해주시길!
첫댓글 ㅅㄱ!! 건필요
감사합니다!! ^^ ㅎㅎㅎ
글을 읽다보면 실제 전투 현장에 있는거 같은 생생한 느낌.그 시절 생활모습등 ...표현 좋고...역시 다음편을 기다리게 만드시는군요.
.스샷편집/음악설정./스토리구상 하려면 많은시간을 투자하셔야 할텐데..잘 읽었습니다.
^^
ㅎㅎ 과찬이십니다 ㅎㅎ 앞으론 더욱 몰입도가 높아질수 있도록 열심히 써보겠습니다! 감사해요~
역시 재밌군요. 화이팅~!!
감사합니다 ㅎㅎ 차회도 기대해주세요~
곧 있으면 강호들과 전쟁을 치르겠군요 ^^ 기대가 됩니다.
음.. '모두 행복하게 끝-' 일 가능성도... =_=;
이제슬슬프랑스와의전쟁인가???
ㄷㄷㄷ... 프랑스 너무 컸어요 =_= 후후훗...
앙주만 먹으면 앙주왕가의 재림이군요 ㅎㄷㄷ 건필입니다^^
앙주왕가는 백년전쟁때 등장하지만 200년이나 빠르군요 =_=ㅋ
적절한 스크린샷활용!~더욱더 그 상황을 머릿속에서 재현해 보게 만드네요 ㅎㅎㅎ
^^ 감사합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시니 기쁩니다 ㅎㅎ
토스님 화팅~!!
하핫, 한니발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