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의 일이다. 해몽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내가 봐도 아주 좋은 꿈을 꾸었다. 하지만 나에게 좋은 일이란 별로 기대할 것이 없다는 생각에서 같이 근무하는 직원들에게 꿈 이야기를 했다. 그랬더니 한결 같이 하는 이야기가 날더러 복권을 사란다. 분명 대박 나는 꿈이란다.
그 말을 듣고 친구에게도 꿈 이야기를 했다. 그도 역시 같은 말을 한다. 로또를 사보란다. 하지만 나는 로또를 사진 않았다. 아직도 한 번도 사지 않았던 로또였다. 좋은 꿈을 꾸었다고 여태껏 한번도 사지 않은 복권을 사겠다는 것도 우스운 일 같았다.
로또 말고 다른 좋은 것은 없을까? 아들에게 여친이 생겼다거나, 수술 중인 제수씨로부터 좋은 소식이 온다던가...... 딸 한테 아이가 또 생겼다거나......하지만 그 누구도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저 좋은 꿈이라고 하면 너나 없이 전부 로또만을 생각한다.
오래 전, 주택복권 1등에 당첨된 친구 형이 있다. 우리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살던 그들은 우리 면이 생긴 이래 최초이자 마지막으로 1등에 담첨되었다. 당시만 해도 서울 집 값이 몇 백 만원 할 무렵에 천 만원이 당첨 된 것이다. 서울 집 서너 채는 살 수 있는 돈이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50여 년이 넘은 지금 그 집은 풍비박산이 되었다. 내 친구도 어렵사리 온갖 고생을 하다가 이제 겨우 평택에 집 한 채 장만 했다. 물론 그런 사실을 알고 로또를 안 사는 것은 아니다. 그냥 있는 것만(있는 것도 별로 없지만) 가지고 그 안에서 살고자 하는 것이 내 맘이다.
경제력이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지대하다는 것은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인간의 행복이 경제력에만 있다는 말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물론 경제력으로 살 수 있는 행복의 조건들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행복을 이루는 요소에는 경제력 말고도 다른 많은 것들이 있다는 것에 적극 동조한다.
나는 돈이 많지 않기 때문에 돈이 아닌 다른 것으로 행복을 찾는 사람이다. 경우에는 내가 소유한 것으로 할 수 있는 정도로 소비를 하면서 그 안에서 행복을 누리곤 한다. 지금 유럽 여행 중인 지인이 있다. 고급 쿠르즈 여행을 하고 있다. 그는 일년에 한 번 씩 수 백만원을 들여 안드레아 보첼리의 공연을 보러 가는 사람이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까지 하진 못한다. 아니 그럴 마음이 없다. 나도 마음을 먹는다면 못할 거는 없지만 배낭 하나 메고 다니는 것만으로도 얼마든지 행복을 누릴 수 있기에 전혀 동요되지 않는다.
부자가 가난한 자보다 삶의 만족도가 높은 건 사실이다. 덴마크가 세계에서 제일 높은 삶의 만족도를 가진 것이 그 단적이 예이며, 아프리카가 만족도 측면에서 바닥인 것도 같다. 그러면 우리나라는 어떻한가? 조사한 나라 132개국 중 경제적 수준은 23위인데 삶의 만족도는 86위란다.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나타나는 기이한 현상이다.
왜 이럴까? 경제적인 상황을 상대적으로 비교하기 때문이라고 사회심리학자들은 말한다. 버는 것에 만족하며 생활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과 비교하면서 더 많이, 더 큰 집, 더 좋은 차를 바라기 때문에 그 만족의 끝은 없다는 것이다. 유럽의 대개 나라들이 경제적 수준과 삶의 만족도가 평행으로 이루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는 조사 결과가 충격적이었다.
나는 내 스스로 절대적인 가치를 만들어 그 안에서 누릴려고 하는 사람이다. 누가 얼마나 돈이 많고 누구의 차가 얼마 짜리인지 관심 없다. 뿐만 아니라 훗날 더 좋은 집을 짓기 위해 지금 졸라매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지금 즐길 수 있는 것을 나중을 위해 포기하는 일은 없다.
조금 전 10여 킬로미터 떨어진 고향 뒷 산을 산책하고 왔다. 마침 은퇴 후 귀향한 친구가 있어 그를 불러내어 같이 걸었다. 반드시 해야 할 일도 없이 서울 비싼 집에 살 이유가 없다며 고향으로 내려 온 친구다.
다음 주엔 백담사로 해서 황태덕장 마을에서 황태구이 먹고, 주문진 가서 생선 회 먹고, 정선으로 오면서 곤드레나물 밥을 먹자고 했다.
첫댓글 좋은 글... 잘보고 갑니다.^*^
삶의질이 높으신 님의 삶의여정들이
부럽습니다
자유인 ㆍ그냥 자유인이라고 한마디
정의를 감히 내려드립니다
떠나고싶을때 떠나고 하고싶은것을 할수있는 진정한 자유인이요
살짝 부럽습니다
주관이 참 뚜렷하신것 같습니다
그렇게만 사시면 늘 자족하며 사실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