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들의 기강 해이가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국군체육부대 (상무) 소속으로 활동하고 있는 체육 병사들의 '일탈 행동'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 아이스하키 국가 대표 김원중(30)이 속한 대명 상무의 '군기 문란' 사실이 <더팩트>의 단독 보도(8월 8일 '숙소 무단 이탈' 김원중, 여성들과 밤샘 파티-대리운전 현장 포착)로 공개된 이후에도 상무 야구단 선수들은 군인과 운동선수 신분에 맞지 않은 휴대전화 사용과 음주, PC방 출입, 경기 중 흡연 등 '일탈 행동'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취재 결과 확인됐다.
아이스하키에 이어 야구단까지 체육 병사로서 본분을 망각한 행동을 한 선수들은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군 기강 확립을 당부한 다음 날에도 아무 런 일도 없다는 듯 버젓이 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더팩트>의 현장 취재로 낱낱이 밝혀진 상무 선수들의 일탈 행동은 국방 체육 발전에 기여하고 국가 차원의 우수 체육 인재 육성이라는 국군체육부대의 설립 목적을 무색하게 하며 일상 다반사로 자행되고 있는데도 선수 관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상무 야구단 선수들은 군인과 운동선수 신분에 맞지 않는 '일탈 행동'을 다반사로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프로야구 2군 리그에 속한 상무 피닉스 야구단은 2014 퓨처스리그 경기를 위해 지난 12일부터 16일까지 수원의 한 숙소에 머물렀다. 부대를 벗어나 원정길에 오른 상무 야구단은 군인과 운동선수로서 해서는 안 될 '일탈 행동'을 여러 차례 했다. 개인이 휴대전화를 소유하며 일과 시간에 거리낌없이 사용했고, 경기 도중에 단체로 담배를 피웠다. 경기가 끝난 뒤에는 숙소를 이탈해 인근 PC방을 찾아 시간을 보냈으며, 편의점과 마트에서 술과 안줏거리를 사는 장면이 <더팩트> 카메라에 잡혔다.
상무 야구단의 이 같은 행동은 현역으로 복무하는 일반 병사들이 집으로 전화 한 통 제대로 못하는 환경과 비교하면 천지차이로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경기 후 음주나 휴대전화 사용, PC방 출입 등은 일반인과 별로 차이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여서 선수 관리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상무 야구단은 원정 6연전의 첫 경기였던 12일 히어로즈전이 끝난 뒤 곧바로 수원 숙소로 복귀했다. 숙소 도착 후 저녁 식사를 한 뒤 오후 9시쯤 야식으로 치킨을 배달시켰고, 인근 마트에서 술을 구입해 '술판'을 벌였다. 술을 사러 가는 선수들은 상무 소속이라는 사실을 감추기 위해 옷을 거꾸로 입는 '꼼수'까지 부려 취재진의 눈을 의심케 했다.
12일 일부 상무 선수들이 숙소를 이탈해 옷을 뒤집어 입고 술을 구입한 뒤 복귀하고 있다.
비가 내려 경기가 취소된 13일에도 '일탈 행동'은 이어졌다. 상무 선수들 모두 오전까지 숙소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휴식을 취하며 다음날 경기를 준비하는 듯했다. 하지만 오후 5시쯤 상무 복장을 한 선수 2명이 숙소를 이탈해 PC방을 찾았다. 두 선수는 PC방에서 게임을 즐기고 개인 스마트폰으로 채팅을 하는 등 '일탈 행동'을 벌였다. 저녁에는 상무 선수들의 '술판'이 또다시 벌어졌다. 오후 9시쯤 몇몇 선수들이 숙소 인근의 편의점에서 술을 샀다. 세 명의 선수가 나눠서 들고 갈 정도로 술과 안주의 양이 많았다. 일석점호 시간을 앞두고 벌어진 믿기 힘든 광경이었다.
상무 선수들이 숙소를 이탈하고 술을 산 13일은 박근혜 대통령이 '윤 일병 구타 사건' 등 최근 잇단 병영 사고로 긴급 전군 주요 지휘관 회의를 주재한 날이었다. 이 자리에서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① 인권이 보장되는 병영 문화 정착 ② 안전한 병영 환경 조성 ③ 기강이 확립된 군대 육성 등의 병영 문화 혁신 방향과 과제들을 보고하고 강력한 혁신을 다짐했다. 하지만 회의가 끝난 지 채 하루도 지나지 않아 상무 선수들의 '군기 문란' 행동이 다시 터져 나왔다. 한 장관이 말한 '기강이 확립된 군대 육성'과 상반되는 '일탈 행동'이 이어졌다.
운동선수로서도 상무 야구단은 상식에서 어긋나는 행동을 보였다. 경기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군기 빠진' 모습이 그대로 노출됐다. 12일 히어로즈와 경기에서 상무 선수들은 중간 중간 경기장을 벗어나 흡연을 했다. 팀 소유의 차량 뒤편에 숨어서 담배를 피웠다. 한두 명씩 나와 흡연을 하더니, 5회를 마친 뒤 클리닝 타임에는 단체로 모여 담배를 입에 물었다. 몸이 자산인 선수들이 스스럼없이 담배를 소지하고 나눠 피웠으며, 고도의 집중력을 유지해야 하는 경기 도중 흡연하며 긴장이 풀린 모습을 보였다. 일반 선수들도 하지 않는 '탈선'을 체육 병사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했다.
12일 화성 히어로즈와 경기 도중 상무 선수들이 모여 흡연을 하고 있다.
상무 야구단의 '군기 문란'이 <더팩트>의 취재 결과 밝혀지자 국방부 측도 문제가 있다고 인정했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상무 선수들이 일반 병사와 다른 생활을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숙소를 이탈해 술을 사러 가는 것과 휴대전화를 개인 소지하는 것 등은 원칙적으로 규정 위반에 해당되는 행동이다"며 "당시 상황을 정확히 알지 못해 구체적인 언급은 할 수 없지만 군인으로서 복무 규정 위반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국군체육부대 측도 관리 잘못을 인정했다. 정훈공보실의 관계자는 <더팩트>와 전화 인터뷰에서 "선수들이 잘못한 것이 맞다. 감독의 허락이 있었던 것 같지도 않다"며 "다음날 경기가 예정돼 있는데 술을 사 음주를 하고 외부 활동을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100% 잘못한 게 맞다"고 말했다.
상무에서 선수 생활을 하고 지도자로 활동하고 있는 한 체육 관계자는 "처음에는 비교적 엄격하게 상무 선수들의 관리가 이뤄졌지만 창단 이후 30년이 지난 요즘에는 많이 느슨해졌다. 특히 영외 숙소을 이용할 경우에는 더 통제가 안 된다. 대부분 종목의 지도자가 군무원 신분이어서 현역 선수들을 관리하고 통제하기가 사실상 힘들다. 다른 종목 역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동소이하다고 보면 된다"고 현실적인 문제를 지적했다.
상무 야구단은 상무 제2경기대 소속의 팀이다. 정원이 35명으로 상무 팀 가운데 가장 많으며, 롯데 자이언츠 출신의 투수 고원준과 진명호, SK 와이번스 출신의 정영일 등 프로 선수들도 상무 야구단에 속해 있다. '불사조 상무부대'로 불리는 국군체육부대는 1984년 전두환 대통령 시절 전군의 체육 종목을 통합한 '육군체육지도대'를 모태로 창설됐으며 3개 경기대에서 27개 종목을 운영하고 있다.
상무 선수들은 영생불사의 마스코트인 불사조처럼 군인의 희생 정신과 용전 분투하는 군인의 기상을 나타내는 것을 모토로 하고 있으나 30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정체성을 상실, '군인 선수'와 '일반 선수'의 경계를 넘나들 뿐만 아니라 선수 관리 체제에도 허점을 드러내 관계 당국의 전반적 대책 수립이 시급하게 요구되고 있다.
<더팩트>의 '상무 야구단' 관련 단독 기사들과 미공개 사진은 <더팩트> 인터넷 사이트(www.tf.co.kr)와 모바일 어플(http://m.tf.co.kr)에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