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지만
그다지 춥지 않던 대한을 넘긴 지난달 하순이었다. 점심나절 바깥으로 나가니 볕살이 따뜻했다. 동정동에서 북면 외감마을 동구 묵혀둔 논배미로 흘러드는 수로에 절로 자라는 미나리를 몇 줌 걷었다. 맨손으로 미나리를 뽑아 헹구어도 손이 시리지 않았다. 시내로 들어와 무학상가 주점에서 같은 아파트 사는 친구와 퇴직 선배와 함께 미나리로 전을 부쳐 봄내음을 맡은 바 있다.
정월대보름을 앞둔 지난 주말 강변 들녘에 겨울을 넘겨 자랄 냉이가 궁금해 길을 나섰다. 도계동 만남의 광장에서 1번 마을버스를 타고 신전 종점으로 갔더랬다. 낙동강 강둑이 가까운 대산정수장 근처 들녘 농수로에서 냉이를 캐 왔다. 지속된 겨울 가뭄에 생육이 더뎌 많이 캐질 못했지만 뿌리는 여리고 잎맥은 파릇했다. 냉이는 고사리와 시금치와 함께 보름나물거리로 삼았다.
엊그제 정월대보름날엔 북면 지인 농장을 찾아갔다. 지개리 입구에서부터 걸어 대한과 한수를 지나 고암마을 앞을 거쳤다. 승산마을에서 두우실로 들면서 묵정밭을 지났다. 오래 전엔 경작지였을 밭둑에 부지깽이가 보였다. 나물로 먹는 부지깽이는 섬쑥부쟁이로 울릉도에선 특산이기도 하다. 가시덤불을 헤치고 검불 속에 자라는 부지깽이를 몇 줌 캐 지인 농장을 둘렀다가 왔다.
꽃소식이 궁금해 도심은 물론 근교를 거닐었다. 창원대학 캠퍼스와 도청 뜰에서 매화와 산수유꽃망울이 부풀어갔다. 창원의집 토담 담벼락에 자라는 홍매화도 마찬가지였다. 며칠 전 창원컨트리클럽 입구 봉림사지 가는 들머리 분재원에는 홍매화와 운룡매가 만개한 것을 봤다. 어제는 물금에서 원동으로 나선 트레킹에서 강가 갯버들가지는 연녹색이고 활활 핀 매화를 보고 왔다.
지상에서 피어난 풀꽃도 여러 군데서 봤다. 외감 동구 들녘에서 돌미나리를 걷어오던 날 수로를 따라 걸으니 볕바른 자리에 자주색 광대나물이 지천으로 꽃을 피워 있었다. 대산 들녘 정수장에서 강둑을 따라 걸었던 수로에 꽃다지가 모래를 뒤집어쓴 채 노란 꽃을 피워 있었다. 대한 무렵 봉림사지를 찾아 오르는 산기슭에는 엷은 하늘색의 봄까치꽃이 점점이 피어나 있었더랬다.
겨울 가뭄 속에도 봄은 이렇게 우리 곁에 가까이 다가오나 싶었는데 엊그제부터 기온이 급전직하했다. 시베리아 냉기류가 한반도로 덮쳐 남녘 해안의 한낮 기온도 빙점 근처 머물고 있다. 먼 산자락에는 눈발이 날리는지 바람까지 세차 체감으로 느끼는 온도는 더 낮을 듯했다. 내일모레가 우수 절기인데 계절이 거꾸로 돌아가 소한이나 대한보다 더 매서운 추위를 체감하고 있다.
꽃샘추위가 엄습해온 이월 셋째 목요일 아침나절이었다. 베란다 밖을 내다보니 하늘은 맑았으나 추위는 어제보다 더 심한 듯했다. 보일러가 가동되는 거실은 훈기가 적어 한기를 느낄 정도였다. 오전은 집안에서 어정대다 점심 식후 산책을 나섰다. 털모자를 쓰고 마스크를 껴도 볼에 스치는 바람이 차갑고 귓불이 시려왔다. 퇴촌삼거리 자투리 공원에서 창원천 천변을 따라 걸었다.
퇴촌교 아래 고였던 물웅덩이는 투명한 살얼음이 얼어 그곳에 머물던 쇠백로 한 마리는 어디론가 떠나고 없었다. 천변을 따라 걸으니 산책을 나온 이들은 옷깃을 여며 목을 움츠려 지났다. 얼음이 얼지 않은 물웅덩이에는 쇠오리와 흰뺨검둥오리들이 연신 자맥질을 해댔다. 오리들은 날씨가 추워질수록 몸은 더 활발하게 움직이는 듯했다. 막바지 겨울 추위를 신나게 즐기고 있었다.
겨우내 바람에 흔들렸던 물억새 잎줄기는 삭아 야위었다. 물이 흘러간 냇바닥 가장자리 버들개지들이 보였다. 버들개지는 겨울잠에서 기지개를 켜면서 수액이 올라 반질하게 윤이 나고 솜털이 보송보송 부풀었다. 봄이 오는 길목에 갯버들은 가지마다 부푸는 솜털은 잎눈이 아닌 꽃눈이다. 버들개지도 봄을 알리는 전령사의 하나였다. 수목에서는 잎보다 꽃이 먼저 봄소식을 전해왔다. 22.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