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와 양양군이 설악산에 케이블카 설치를 추진하면서 국토 난개발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450억 원을 들여 오색리에서 설악산 끝청봉에 이르는 3.5㎞ 구간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사업으로, 추진 측은 지역 경제 활성화와 등산이 어려운 노인ㆍ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와 관련 교회는 ‘생태적 회심을 촉구합니다’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하고 설악산을 비롯해 지리산, 팔공산 등 전국의 산림보호구역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려는 정책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소수의 이익을 위한 생태계 파괴는 그 자체로 불의일 뿐 아니라 ‘자연환경은 모든 인류의 유산이며 모든 사람이 책임져야 하는 공공재’(프란치스코 교황 회칙 「찬미받으소서」 95항)라는 것이 교회 가르침이기 때문이다.
교회가 모든 개발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인간적 삶을 보장하기 위한 개발은 필요하다. 다만 개발은 신중에 신중을 더해야 하는 문제다. 한번 훼손된 자연을 복원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따라서 추진하고자 하는 개발이 꼭 필요한 것인지 고민하고, 꼭 필요한 개발이라면 자연 파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렇게 볼 때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는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훨씬 많은 생태 파괴 사업이다. 지역 경제 활성화 논리는 설득력이 떨어질 뿐 아니라 지역 경제에 보탬이 된다더라도 생태의 보고를 훼손함으로써 입게 되는 손실에 비할 바가 아니다.
이달 말께 허가 여부가 결정되는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는 생태 보전에 대한 우리 사회 수준을 보여주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장기적ㆍ거시적 관점에서 생태를 보전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이득이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인식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