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1929년, 왜 이들은 일어나야 했나 (전남일보.15.2.12)

[문대식]

1929년, 왜 이들은 일어나야 했나

사진과 인물로 보는 광주학생독립운동
노성태ㆍ신봉수 저 | 광주광역시문화원연합회

입력시간 : 2015. 02.12. 00:00

광주는 '義(의)'의 고장이다. 조선 중기의 문신으로 전라도사, 담양ㆍ순천부사, 나주목사를 지닌 박상(1475~1530)의 '신비복위소'에서 시작된 광주 의로움의 출발은 임진왜란과 한말의병, 동학농민운동과 광주학생독립운동을 거쳐 5ㆍ18 민주화운동과 6월 민주항쟁으로 이어졌다.

이처럼 광주의 역사 속에서 축적된 힘은 광주인의 정체성이 되고 자긍심이 되었으며, 민주ㆍ인권ㆍ평화의 광주정신으로 부활했다.

1929년 11월3일 발발한 광주학생독립운동은 이후 전국은 물론, 간도ㆍ연해주까지 확산돼 그해 12월부터 이듬해 초까지 전국 320개 학교 5만4000명이 참여한 3ㆍ1 운동 이후 최대 항일운동으로 6ㆍ10 만세 운동과 더불어 일제하 '3대 민족운동'이 됐다.

당시 광주학생독립운동의 주역들은 조국의 독립을 위해서라면 감옥도, 퇴학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감옥에서도 독립을 쟁취하기 위한 치열한 투쟁은 계속됐다. 그렇게 해서 되찾은 독립이지만 80여 년이 지난 오늘, 그들을 기리고 계승하는 우리들의 노력은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살아가는 오늘 도처에는 그들의 흔적이 역사가 돼 남아 있지만 관심을 갖고 찾는 이는 많지 않다.

이에 광주 빛고을역사교사모임의 노성태ㆍ신봉수 교사가 광주학생독립운동 당시 발자취를 하나씩 따라나서면서 '사진과 인물로 보는 광주학생독립운동'을 펴냈다.

사실 지금까지 광주학생독립운동을 다룬 연구물들은 많았지만, 일반인들이 꼼꼼히 읽기에는 다소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사진과 인물로 보는 광주학생독립운동'은 기존의 성과물을 쉽게 재정리 해 당시의 사진들을 모았고, 당시 주역들의 활동을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누구나 쉽게 살펴볼 수 있다.

이 책은 총 6장으로 구성돼 있다. 제1장은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탑과 관련 보도기사 등을 실었다.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탑(광주제일고등학교)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비(전남여자고등학교) △광주학생독립운동의 진원지 나주역 △성진회 결성 기념사진 △독서회 모임 비밀장소였던 장재성 빵집 △광주고보맹휴사건 공판광경 등 당시 상황을 알 수 있는 사진들이다.

또한 △광주고보와 공주중학교 충돌사건(1929년 11월6일자 동아일보) △격문압수. 127명 검거기사(1929년 12월5일자 동아일보) △전국으로 확산된 학생운동 보도기사(1930년1월18일자 조선일보) △광주학생운동 공판 보도 기사(1930년 2월20일자 조선일보) △공판에 회부된 독서회원들(1930년 8월19일자 동아일보) 등 당시 신문에 게재된 기사 등을 스크랩했다.

제2장은 광주학생독립운동의 주역들을 찾아, 광주학생독립운동 현장의 발자취를 따라간다. 김동규, 조길룡, 윤창하 등 독립장을 받은 주역 등을 비롯해 강문영, 기환도 등 애국장을 받은 이들들과 강달모, 강문범을 비롯해 강유진, 곽이섭 등 건국포장 및 대통령 받은 주역들의 생애와 업적 등을 살펴본다.

그 중에서 1990년 건국훈장 애족장(1983년 대통령 표창)을 받은 영암 출신 김동규(1909~1996) 선생의 활동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광주사범학교에 재학 중이던 1929년 6월 교내 항일 학생결사인 광주사범독서회에 가입해 민족의식을 길렀다. 1929년 11월3일 광주학생독립운동이 일어나자, 시위에 가담해 활동하다가 일제 경찰에 체포됐고 1930년 3월 퇴학당했다. 독서회 활동과 관련해 조사를 받았는데, 1930년 7월 광주지방법원 예심에서 소송 종결로 석방됐다. 1936년 9월에는 고향인 영암군 도포리에서 야간 강습소를 설치 운영했다.

제3장은 사회ㆍ경제ㆍ정치적으로 살펴본 광주학생독립운동의 배경을, 제4장은 비밀결사와 동맹휴학, 광주학생독립운동의 발발, 시위 운동 등 광주학생독립운동의 과정을 면밀히 살펴본다.

1929년 당시 광주학생운동에 직접 참여했거나, 당시 학교에 다녔던 학생들이 1930년대 이후에 일제의 모진 탄압과 억압에도 굴하지 않고 우리 독립운동을 국내외에서 줄기차게 추진해 나가는 핵심세력이 됐다.

이후 반독재 민주화 투쟁은 한결같이 일제하의 광주학생운동의 정신을 계승한 학생들의 선두에 서서 진행됐다. 이러한 의미에서 광주학생운동은 80여년 전의 일이 아니라, 인권과 민주주의와 조국의 통일을 바라는 국민의 염원이 살아있는 한 영원히 힘차게 살아 숨쉬는 오늘의 우리들의 운동인 것이다.

이 책의 부록에는 연표, 320개 참여학교 명단, 당시의 현장이었던 열 곳의 사적지, 성진회ㆍ독서회 회원들의 재판기록 등을 담았다. 특히 이 책의 첫장부터 담아낸 광주학생독립운동의 현장이었던 10곳의 사적지는 오늘 다시 광주학생독립운동을 확인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박수진 기자 sjpark1@jnilbo.com

■ 저자 노성태ㆍ신봉수

노성태는 1958년 나주 출생으로, 전남대 사범대학 국사교육과, 전남대 사학과 대학원을 거쳐 현재 국제고등학교 역사 담당 수석교사로 재직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양진여ㆍ양상기 부자의병장 실기', '독립의 기억의 걷다', '남도의 기억을 걷다', '신한국통사', '광주의 기억을 걷다' 등이 있다.

신봉수는 1967년 고흥에서 출생해, 전남대 사범대학 국사교육과, 전남대 교육대학원을 졸업했다. 1995년 전남고, 광주제일고를 거쳐 현재는 봉산중학교 역사교사로 재직 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고등학생을 위한 역사도서 길라잡이', '한말 호남의병 100년', '달마다 만나는 민주시민이야기' 등이 있다.